[부산, 판을 바꾸자] 소프트웨어 내실화 위한 정책 전환 시도해야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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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문화를 일상으로

충분한 하드웨어, ‘문화 내실’ 다질 때
부산 전역으로 보내는 시립예술단
잠재 관객 청소년, 문화 습관을 설계해야

전재수 부산시장 민선 9기 시정의 최우선 과제는 ‘민생 회복’이지만, 도시의 문화적 자산을 구축하는 일 역시 그 중요성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문화예술은 곧 그 도시와 지역의 품격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은 지난해 부산콘서트홀 개관을 시작으로 낙동아트센터, 부산오페라하우스 등 굵직한 문화 인프라가 잇달아 들어서며 새로운 모멘텀을 맞이하고 있다. 기존 문화 자산과 신규 인프라가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부산시의 문화 정책 방향성이 중요하다.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모습. 부산시향 제공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모습. 부산시향 제공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공연 장면.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공연 장면. 부산시립예술단 제공

■부산시립예술단-부산 전역을 무대로 삼아야

부산시립예술단은 부산 문화계의 상징이자 핵심 자산이다. 교향악단, 합창단, 무용단, 국악관현악단, 극단, 소년소녀합창단, 청소년교향악단 등 부산을 대표하는 7개 공연단체는 연간 200회가 넘는 공연을 선보인다. 매년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부산 최대 규모의 공연 예술 집단이다. 민선 9기는 이러한 문화적 자산을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핵심은 시립예술단의 수준 높은 공연을 부산 전역으로 확산하는 ‘현장성 강화’에 있다.

부산문화회관 자료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시립예술단은 해외 공연을 포함해 총 218개의 공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거점 시설인 부산문화회관과 부산시민회관을 제외한 부산 내 외부 공연장에서 열린 프로그램은 43개(19.7%)에 그쳤다.

현재 시립예술단이 운영하는 ‘찾아가는 예술단’은 소규모 구성으로 지역 학교나 시민회관을 직접 찾아가며 주민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예술적 완성도가 뛰어난 대규모 공연 역시 특정 시설에 국한되지 않고, 부산 전역의 거점들을 순회할 수 있는 다각적인 운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공연 수당 등 예산 확보와 각 공연장 간 네트워크 구축 등 선결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시는 각 기관의 현장 목소리를 정책 설계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올해 서부산권 최초의 클래식 전문 공연장으로 개관한 낙동아트센터를 활용하여, 동·서부산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예술 향유의 불균형을 타파하는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부산항 북항의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공사 현장. 부산시 제공 부산항 북항의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공사 현장. 부산시 제공

■부산오페라하우스-개관 이후를 준비할 때

내년 9월 개관을 앞둔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직전 선거 당시 뜨거운 감자였다. 특히 개막 공연에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을 초청하는 비용으로 10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책정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새로 취임한 전 시장은 지역 예술계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초청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개막 공연에 대한 논쟁만큼 중요한 것이 개관 이후의 지속 가능한 운영 방안이다. 주요 과제 중 하나는 공연장 가동률을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이다. 이와 관련 국립오페라단 유치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재 정부가 국립오페라단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가운데 부산과 대구가 유력한 후보지로 언급되고 있는데, 유치가 가져올 경제적·문화적 파급 효과와 운영 비용 등 득실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주요 문화 기관의 인적 쇄신도 짚고 넘어갈 문제다. 현재 공석이거나 곧 임기가 만료되는 기관장 인선은 부산 문화 정책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다. 무엇보다 지역 예술 생태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갖춘 인사가 단행되어야만, 부산의 문화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미래 관객 육성- ‘문화 습관’을 키워야

문화 정책의 성패는 미래 잠재 관객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학령기 학생들이 예술 공연을 일상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도시의 문화적 자양분을 쌓는 핵심 과제다.

현재 부산시교육청은 학생들의 문화 경험 확대를 위해 1인당 5만 원의 ‘문화체험비’를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예산은 영화 관람 등 범용적인 문화 활동에 폭넓게 쓰이고 있어, 연극이나 음악 등 순수 예술 관객을 육성하는데는 다소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관람 대상이 지역 예술단체의 공연으로 한정되지 않아, 지역 예술 생태계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도 실효성을 체감하기 어렵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부산시가 추진 중인 ‘어릴적예’ 사업은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은 학생들이 부산 지역 예술단체의 공연을 관람할 경우 시가 그 비용을 지원하는 구조로, 지역 예술계와 미래 관객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올해 2억 3600만 원 규모인 이 사업을 장기적으로 대폭 늘려야 하는 이유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부산시교육청과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 최근 학생 안전 문제 등으로 외부 체험 학습을 기피하는 교육 현장의 고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이동 지원이나 안전 매뉴얼 마련 등 행정적 뒷받침이 병행되어야만 ‘어릴적예’ 사업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끝-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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