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과 극장의 뜨거운 동행, '2026 지역민간교향악축제' 개막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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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FO와 아리스토 샴이 쏘아 올린 첫 무대
수준 높은 공연과 훌륭한 음향 돋보여
26일까지 클래식으로 서부산 물들인다

2026 지역민간교향악축제’의 개막 공연이 끝나고 백진현 지휘자와 NAFO 단원들이 인사하는 모습. 김준현 기자 joon@ 2026 지역민간교향악축제’의 개막 공연이 끝나고 백진현 지휘자와 NAFO 단원들이 인사하는 모습. 김준현 기자 joon@

부산 지역 오케스트라가 총출동해 시민과 교류하는 대규모 음악 축제가 막을 올렸다. 극장이 주도하여 지역 예술단체와 함께 하나의 무대를 완성했다는 상징적 의미가 돋보인 첫 공연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3일 낙동아트센터에서 ‘2026 지역민간교향악축제’의 개막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에서는 지휘자 백진현이 낙동아트페스티벌오케스트라(NAFO)를 이끌었으며, 피아니스트 아리스토 샴이 협연자로 나섰다. 아리스토 샴은 지난해 열린 제17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금메달과 청중상을 거머쥔 실력파 음악가다.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2022년 임윤찬이 우승하며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세계적 권위의 대회다.

공연 1부는 러시아의 위대한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장식했다. 1901년 초연된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4편의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도 대중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이 곡은 라흐마니노프가 깊은 우울증에 시달리던 시기에 탄생했다. 1897년 초연한 교향곡 1번이 당대 평단의 혹평을 받으며 극심한 자기 불신에 빠졌던 라흐마니노프는 심리 치료를 병행하며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통해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공연 전부터 낙동아트센터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가족 단위 관객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까지, 클래식 마니아뿐 아니라 각계각층의 시민이 공연장을 찾았다.

협주곡의 포문을 연 아리스토 샴은 작은 체구에서 나왔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인한 타건으로 곡을 시작했다. 전주 이후 관현악기에 뒤지지 않는 그의 강렬한 피아노 소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NAFO의 연주 역량 또한 기대 이상으로 높았다. 백진현 지휘자 특유의 역동적인 지휘도 여전했다. 아리스토 샴과 NAFO의 호흡 역시 훌륭했다. 공연 전날과 당일, 단 5~6번의 연습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어냈다.

NAFO가 주인공으로 연주한 2부 드보르자크 교향곡 8번은 더 돋보였다. 지역 연주자들이 무대 전면으로 나서 그들의 기량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특히 악장마다 존재감을 보인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 트럼펫의 선율이 인상적이었다. 음악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무대였다. 악장 사이마다 박수를 보내던 관객들도 2악장에서 3악장으로 넘어갈 때는 다음 연주를 재촉하듯 조용히 몰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감동은 낙동아트센터의 우수한 음향 덕분에 배가 되었다. ‘음향만큼은 최고’라고 자부하는 낙동아트센터는 관현악기 소리가 하나의 실체처럼 객석을 덮치는 압도적인 사운드를 선사했다. 특히 1부에서는 아리스토 샴의 발 구르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공연장 구석구석 음향이 잘 전달되었다.

다만 공연의 수준과 별개로 일부 관객의 매너는 옥에 티였다. 재채기나 아이의 칭얼거림은 이해할 수 있는 범위였으나, 공연 시작 후 입장하거나 공연 내내 물건을 떨어뜨리는 소음, 각종 전자음은 교양의 문제를 넘어 배려가 부족한 모습으로 비춰졌다. 귀가 즐거운 공연인 만큼 집중력을 깨뜨리는 순간들이 더욱더 아쉬웠다. 그럼에도 앙코르곡 ‘라데츠키 행진곡’에서는 연주자와 관객이 박수로 호흡을 맞추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최고의 음향을 자랑하는 공연장에서 지역 연주자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이번 축제는 오는 26일까지 이어진다. 5일에는 KNN방송교향악단과 첼리스트 홍승아의 협연이, 9일에는 ‘고잉홈프로젝트’와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무대가 준비되어 있다. 베토벤의 주요 작품을 조명하는 19일 공연도 놓치기 아깝다. 가야심포니오케스트라와 피아니스트 서형민이 협연하여 ‘에그몬트 서곡’, ‘피아노 협주곡 5번’, ‘교향곡 3번’을 선보인다. 26일 열리는 폐막 공연은 부산청년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양진우가 장식한다.

극장과 지역 오케스트라의 협업은 흥행으로 이어져 대부분의 공연이 매진을 기록했다. 낙동아트센터는 공공극장의 취지를 살려 전석 1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티켓 가격을 책정했는데, 수준 높은 공연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관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일부 공연은 여전히 예매가 가능한데, 잔여 좌석은 낙동아트센터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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