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11일 파키스탄서 후속 협상 재개 전망
동결자금·핵 프로그램 등 논의
이란, 우호국에 특별 대우 고려
해협 통항료 협상 지렛대 활용
하메네이 조문 행사 4일 시작
2000만 명 테헤란 운집 예상
5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조문객들이 암살당한 이란의 전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마지막 경의를 표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 후속 협상이 오는 11일 파키스탄에서 재개될 전망이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통항 선박에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중국 등 우호국에는 특별대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열리게 될 양국 후속 회담 과정에서 해협 통제권을 협상 우위를 점하는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방송 알 아라비야는 4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장례식 종료 이후인 11일 중재국 파키스탄에서 재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대이란 제재 완화와 이란 동결자금 해제, 핵 프로그램 등이 여러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알 아라비야는 “다음 협상은 종전 양해각서를 둘러싼 양국 간 이견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긴장 고조를 억제하고 핵 프로그램 협상 트랙을 되살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전했다.
앞서 양국 실무 협상단은 지난 1일 카타르 도하에서 간접 회담을 진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시 회담에 대해 “매우 좋았다”고 평가했지만, 양측은 동결자금 해제 여부를 두고도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다. 이란은 미국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동결자금 일부 해제에 합의했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 관리들은 합의 도달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통항 문제를 다시 전면에 꺼내 들었다. 블룸버그 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압돌레자 라흐마니 파즐리 주중 이란대사는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평화포럼에서 “호르무즈가 영해의 일부인 나라로서 우리는 반드시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단순한 ‘통행료’가 아니라 통항 선박의 안전 보장, 감독, 대형 선박 운항에 따른 환경 영향 대응의 대가라고 주장했다.
파즐리 대사는 “어려운 시기에 우리 곁에 섰던 우호국들에는 특별대우를 반드시 고려할 것”이라며 중국을 대표적인 우호국으로 거론했다. 종전 MOU 체결 이후 후속 협상에서 호르무즈 정상화가 핵심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우호국 차등 대우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앞서 미국이 동결자금 해제를 제안했음에도 이란이 연 400억 달러(약 62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호르무즈 수수료 징수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장에서는 해협 통과를 둘러싼 긴장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3~4일 사이 호르무즈해협의 오만 측 항로를 따라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가려던 선박들이 다급히 유턴한 사실이 항로 추적 데이터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선박들이 급히 항로를 바꾼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이란은 그동안 선박들이 자국이 지정한 승인 항로로만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다른 항로를 이용하려는 선박들에 무전 경고를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선박은 이란 측 경고를 무시한 채 항해를 계속하다 공격을 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란은 이스라엘에 암살당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을 시작했다. 장례식은 4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내에 있는 대형 예배장소인 이맘호메이니 대(大)모살라 광장에서 열렸다. 이란 정부는 4~5일 테헤란에서 열리는 조문 행사에 최대 2000만 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장례식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인들이 우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이란 국민들이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미워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가짜 눈물일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