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디지털 노마드가 꿈꾸는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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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 서핑 국가대표 감독

서핑·휴양 가능한 인재들의 성지 '발리'
단기 관광에 치중한 부산 바다와 대조
'바다는 청년 도전 플랫폼' 관점 필요해
변화 위해 행정적 상상력·유연성 요구

7월의 부산 바다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겁고 역동적인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파라솔 행렬과 해변을 가득 메운 인파는 해양도시 부산의 살아있는 활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여름 풍경이다. 해운대와 광안리, 송정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도시는 활기를 띠고, 지역의 골목 상권도 모처럼 따뜻한 특수를 누린다. 하지만 필자가 최근 업무차 방문했던 인도네시아 발리의 해변에서는 조금 다른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짱구(Canggu)와 울루와투(Uluwatu)의 해변 카페 곳곳에는 서핑보드 옆에 노트북을 펼쳐 놓고 일에 몰두하는 젊은이들이 가득했다.

그들은 단순히 파도를 즐기러 온 일회성 여행자가 아니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들이었다. 오전에는 바다에서 파도를 타며 삶의 에너지를 얻고, 오후에는 바다가 시원하게 보이는 카페에서 화상회의를 하거나 각자의 업무를 이어간다. 저녁에는 코워킹 스페이스나 커뮤니티 행사에 참여해 새로운 동료를 만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논의한다. 발리가 전 세계 젊은 인재들의 성지가 된 이유는 단순히 좋은 파도 때문만이 아니다. 파도 바로 옆에서 일할 수 있는 인프라 환경과 글로벌 커뮤니티가 결합된 ‘일하는 해변’(Workable Beach)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성공적으로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7월의 부산 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우리는 한 가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매년 부산을 찾는 수백만 명의 방문객 가운데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산을 ‘다시 오고 싶은 도시’, 더 나아가 ‘정착해서 살고 싶은 도시’로 기억할까.

지금까지 부산의 여름 경제는 파라솔 대여나 숙박, 음식 소비와 같은 단기 관광 수익을 올리는 일에 지나치게 집중해 왔다. 물론 이러한 직관적인 관광 소비도 매우 중요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은 며칠 머물다 떠나며, 여름 성수기가 지나면 해변 상권의 활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시대를 맞아 이제는 바다를 대하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관광객, 즉 떠나는 사람을 관계인구, 즉 머무는 사람으로 전환하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핵심은 부산의 바다가 관광객들이 잠시 찾는 단순한 관광지에 머무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창의적인 ‘오피스’가 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실제로 송정과 광안리 일대에서는 서핑과 원격근무를 유기적으로 병행하는 청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아직 전체적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이는 부산이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임에 분명하다. 부산은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최고 수준의 초고속 인터넷망과 대도시의 편리한 생활 인프라를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동시에 도심에서 불과 10~20분 차로 이동하면 서핑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해변에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이상적인 조건을 동시에 갖춘 도시는 세계적으로도 대단히 드물다. 여기에 부산이 가진 국제항만도시의 정체성과 풍부한 문화 콘텐츠, 우수한 의료·교통 인프라까지 함께 고려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바다를 활용하는 새로운 행정적 상상력이다. 멋진 워케이션 센터 건물을 보여주기식으로 하나 더 짓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해변 전체를 일하고 자유롭게 교류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일이다. 해변 카페가 공유 오피스가 되고, 서핑숍과 마리나가 글로벌 네트워크의 거점이 되며, 장기 체류자들이 지역사회와 연결될 수 있는 튼튼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행정의 유연함이 필요하다. 해안가 카페들을 업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과감한 규제 완화와 해외 청년들이 마음껏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해변 공공 와이파이 확대, 특구 지정, 멤버십 도입과 같은 창의적인 정책을 적극 발굴하고, 검토할 시점이다. 더 나아가 영어 기반 행정 서비스와 글로벌 국제 창업 커뮤니티 지원, 다양한 장기 체류 프로그램 등도 서둘러 마련해 세계의 젊은 인재들이 부산으로 찾아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서핑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필자가 꿈꾸는 부산의 여름은 더 이상 파라솔 개수로 경쟁하는 정적인 도시가 아니다. 송정에서 파도를 탄 청년이 광안리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영도의 바다를 바라보며 세계의 젊은 인재들이 해양환경 문제를 치열하게 토론하는 도시다. 바다가 청년들의 꿈과 도전을 실현하는 플랫폼이 될 때 부산은 인구 감소의 위기를 넘어 ‘늙지 않는 해양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

파도를 기다리는 도시를 넘어, 파도 위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도시. 부산의 다음 여름은 그곳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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