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경제] 전쟁발 가격 변동 방어 전략… 항공사마다 천차만별
유가 헤지
항공사의 유가 헤지 전략은 국가별, 회사별로 다양하다. 대한항공 제공
헤지(hedge)는 원래 ‘울타리’라는 뜻이다. 투자나 금융 분야에선 가격 변동성에 대비한 방어 전략으로 쓰인다. 울타리로 양을 보호하는 것처럼 파생상품 계약으로 유가나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막는 전략이다. 이란전쟁으로 급등했던 국제유가가 빠르게 하락하는 가운데 항공사의 유가 헤지 전략 성과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항공사는 유가 변동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유류비 지출이 전체 비용의 30%에 달해서다. 그러나 항공사의 유가 헤지 전략은 천차만별이다. 미국에선 1990년대 걸프전에 따른 유가 충격 이후 헤지 전략이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비용 문제로 점차 헤지 비율이 줄었다. 델타항공은 2005년에, 아메리칸항공은 2014년에,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025년에 유가 헤지 전략을 폐기했다. 미국에선 유가가 올라도 항공료에 전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이란전쟁으로 유가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항공료 인상이 어려운 저비용항공사(LCC)가 파산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1분기에 미국 항공사들이 1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반면 유럽의 경우 유가 헤지에 적극적이다. 영국의 LCC 이지젯은 오는 9월까지 사용될 항공유의 72%가 헤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아일랜드 LCC인 라이언에어도 2027년 4월까지 사용되는 항공유의 80%에 대해 헤지를 한 상태다. 영국 버진그룹의 항공 자회사인 버진오스트레일리아는 올해 연말까지 브렌트유(원유)에 대해 92%, 정제마진에 대해 71%의 헤지를 한 상태라고 밝혔다.
국내에선 대한항공이 “연간 예상 유류 소모량의 최대 50% 내 헤지”한다고 밝혔지만 실제 헤지 비율은 이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항공이 밝힌 연간 유류소모량은 약 3000만 배럴이지만 1분기 실적보고서에 기재된 유가 옵션 계약잔액은 1175만 배럴이다. 대한항공의 1분기 기준 유가 옵션 평가 이익은 2358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에는 유가 옵션 평가 손실이 228억 원이었지만 이란전쟁 이후 옵션 평가 이익이 급증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