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서면 체육시설" 운동하기 좋은 환경에 젊은 층 유입 활발[이슈 추적, 왜?]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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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왜?] 날씬해진 서구

옛 구덕운동장 생활 체육 메카로
집 주변 공원 많아 걷기 일상화
“가족과 함께 편하게 건강 관리”
높은 대중교통 선호도, 비만 예방
재개발 늘면서 30~40대 증가
"취약층 줄면서 비만율도 개선"


지난 12일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 옆 부산시민체육공원을 찾은 <부산일보> 취재진이 운동 중인 주민을 인터뷰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12일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 옆 부산시민체육공원을 찾은 <부산일보> 취재진이 운동 중인 주민을 인터뷰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최근 부산 서구 충무동의 한 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50대 주민 김세희 씨. 그는 평소 채식을 즐기고 운동장을 산책하며 건강을 관리한다. 서구의 비만율이 부산에서도 낮은 편으로 조사된 이유를 묻자 김 씨는 “우리 동네의 경우 도시철도 접근성이 좋아 차를 운전하기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주민이 많다. 평소 걷기를 많이 해서 비만 예방 효과를 거둔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60대 주민 김태동 씨는 “충무동의 경우 수산업을 하면서 힘쓰는 사람이 많아서 살찔 틈이 없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요즘은 젊은 상인도 꽤 많다. 헬스장에 다니거나 야구 같은 취미를 즐기면서 운동을 많이 하더라”라고 전했다.

부산 서구의 비만율과 평균 연소득. 인포그래픽=최예원(부경대 공업디자인 전공) 부산 서구의 비만율과 평균 연소득. 인포그래픽=최예원(부경대 공업디자인 전공)

서구는 영도구, 동구와 함께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됐다. 3개 구는 상대적으로 노인 인구가 많고, 도시 활력이 떨어지는 원도심 지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서구의 경우 2018년 지역사회 건강조사 때 비만율(자가보고 기준)이 30.9%였다. 2021년에는 26.3%를 기록해 수치상으로는 눈에 띄게 개선됐다. 2021년의 경우 비만율이 가장 낮았던 동래구(26.2%)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같은 기간 영도구의 비만율이 34.4%에서 35.8%로 소폭 상승한 것과 대조된다.


부산 영도구와 서구의 연령대별 인구 분포 비교. 인포그래픽=최예원(부경대 공업디자인 전공) 부산 영도구와 서구의 연령대별 인구 분포 비교. 인포그래픽=최예원(부경대 공업디자인 전공)

서구에서도 최근 비만율이 개선된 지역으로는 충무동을 꼽을 수 있다. 부산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발표한 소지역 건강지표 통계에 따르면 2016~20년 충무동의 비만율은 27.8%로 2014~18년의 30.4%보다 낮아졌다. 동 단위 비만율 통계는 표본 숫자가 많지 않아 5년 단위로 묶어서 분석 중이다.

이와 관련, 임경진 충무동 동장은 “토성동을 포함한 충무동 일대에 옛날 주택은 거의 다 허물어지고 원룸이 많이 들어섰다”며 “소규모 아파트도 계속 들어서 서구청이나 부산대병원 직원, 인근 동아대 부민캠퍼스 대학생 등 젊은 층이 들어와 인구가 젊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산 서구의 연도별 비만율(자가 보고) 추이. 인포그래픽=최예원(부경대 공업디자인 전공) 부산 서구의 연도별 비만율(자가 보고) 추이. 인포그래픽=최예원(부경대 공업디자인 전공)

서구 부산시민체육공원에서는 운동과 산책을 즐기는 시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옛 구덕야구장 자리를 풋살장과 농구장 등을 갖춘 다목적 체육시설로 바꾼 곳인데, 부산의 다른 곳에서도 찾을 정도로 인프라가 좋은 편이다.

서구 주민은 대체로 집 주변 체육시설이나 공원 같은 인프라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려견 ‘행복이’와 함께 산책하러 나왔다는 70대 남성은 “강아지를 데리고 일주일에 5번 정도 운동장을 찾는다”며 “서구에는 체육시설이 많아 주민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 덕분에 건강 관리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서대신동에 사는 40대 주부 장정미 씨는 “구덕운동장에 체육공원이 생기기 전에는 운동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며 “체육시설이 확충된 뒤 가족과 자주 나와 걷는다”고 말했다.

인포그래픽=최예원(부경대 공업디자인 전공) 인포그래픽=최예원(부경대 공업디자인 전공)

서대신동 일대는 최근 재개발이 활발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11년째 부동산을 운영 중인 노헌권 행복공인중개사 소장은 “최근 5년 동안 이 일대에서 재개발, 재건축으로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에 4000세대가량이 입주했다”며 “인근 사하구에서 이사를 오기도 하고, 서구의 30~40대 젊은 인구가 많이 이사를 왔다”고 전했다.

아파트 단지가 새로 생기는 것과 같은 재개발사업은 비만율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식단 관리, 운동 등 건강 관리를 할 여력이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 김창훈 부산대병원 공공의료사업실장은 “서구 서대신동과 충무동 등은 최근 재개발 등으로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인구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취약계층과 노인이 주로 살던 산동네가 재개발을 거치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인구로 교체돼 비만율이 낮아졌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2일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 옆 부산시민체육공원을 찾은 <부산일보> 취재진이 운동 중인 주민을 인터뷰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12일 부산 서구 구덕운동장 옆 부산시민체육공원을 찾은 <부산일보> 취재진이 운동 중인 주민을 인터뷰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일부에서는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한 비만율 산정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한다. 외국에서는 BMI 30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하기도 하는데, BMI 25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하는 국내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다. 근육량, 체지방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보지 않고 몸무게만으로 비만 여부를 판정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운동 선수들의 경우 근육량 탓에 몸무게가 많이 나갈 수도 있는데, BMI만으로 따지면 이들도 비만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병권 부산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 단장은 “비만은 대사증후군,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며 “특정 지역의 단기간 데이터에 지나친 의미를 두기보다는 장기적인 추이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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