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美 관세 역풍에도 ‘글로벌 톱 메이커’로 우뚝
2025년 국내외 자동차 업계 뉴스
국내
한국 자동차·부품 관세 15% 타결
현대·기아, 자동차 상 다수 수상
올해 누적 수출액 역대 최고 기록
BMW, 국내 수입차 3년 연속 1위
해외
EU, 내연차 판매 금지 계획 철회
미국도 내연기관 중심 정책 전환
중국, 한국시장 집중 공략 본격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3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국내 자동차 업계는 미국 정부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와 현대차그룹의 잇따른 해외 수상, 전기차 시장 부활에 엇갈린 국가별 대응, 중국 전기차의 한국 시장 진출 러시, BMW 수입차 3년 연속 1위, 테슬라 돌풍 등으로 시끌벅적했다. 올해 자동차 시장의 주요 뉴스를 되돌아봤다.
■미국, 한국 자동차·부품에 관세 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매겼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아왔던 국내 완성차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한미 양국은 협상 끝에 지난 7월 한미 간 관세 인하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다. 올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최종 합의했다. 무관세였던 4월 이전 상황과 비교하면 아쉽지만 일본, 유럽연합(EU)과 동일한 관세선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관세율 인하로 현대차의 연간 관세 부담은 약 6조 원에서 3조 6000억 원 수준으로 줄었고, 기아 역시 5조 원에서 3조 원 안팎으로 감소했다. 이번 관세 부과를 계기로 현대차그룹의 미국 현지화 전략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강성노조에 생산성이 낮은 한국 내 생산공장은 향후 생산량 감소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현대차그룹, 잇단 글로벌 자동차 시상
현대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상과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연이어 정상에 오르며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기아 ‘스포티지’는 중남미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라틴 NCAP’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을 획득했고, 현대차 ‘디 올 뉴 넥쏘’도 유로 NCAP에서 별 다섯을 받았다.
기아 ‘PV5’도 지난달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세계 상용차 박람회인 ‘솔루트랜스’에서 한국 브랜드 최초, 아시아 전기 경상용차 최초로 ‘2026 세계 올해의 밴’을 수상했다. 이를 통해 PV5는 유럽 중심의 글로벌 경상용차 시장 진입 가능성도 확인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상 릴레이를 정의선 회장이 강조해 온 ‘고객 중심 경영’과 ‘품질 최우선주의’가 글로벌 시장에서 구체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차 수출 역대 최고
30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11월 자동차 누적 수출액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660억 3900만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연간 수출액은 기존 최고치인 2023년 709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올 들어 11월까지 내수 판매량이 20만 7119대로 처음으로 20만 대를 돌파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2.2% 증가한 수치다. 연간 기준 직전 전기차 내수 최대 실적은 2023년 15만 8000대였다. 수년간 계속돼온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넘어선 모습이다.
■전기차 보급 EU·미국↓ 한국은↑
EU는 2035년부터 신규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하는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다분히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 60%를 차지하는 중국을 견제하자는 의도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6일 2035년 신차 탄소 배출량을 100% 감축하는 내연기관차 퇴출 계획을 수정해 2021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90% 감축하도록 하향 조정하는 개정안을 공개했다.
EU의 내연기관차 금지는 EU 탄소중립 정책의 핵심으로 여겨졌지만,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보급 속도 둔화와 충전 인프라 부족 등 여건 미비를 이유로 2035년 퇴출 로드맵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미국도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정책을 급선회했다. 지난 10월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1대당 7500달러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고, 12월에는 전임 바이든 정부의 ‘연비 규제’도 완화했다. 포드와 GM 등 주요 완성차도 전기차 투자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와는 달리 한국은 2030년까지 국내 도로 위 전기차 420만 대 보급, 연간 전기차 생산 330만 대 체제를 갖추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전기차 보조금 예산도 올해 7800억 원에서 내년 9630억 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 국내 진출 러시
올 들어 중국산 전기차들의 한국 시장 진출도 잇따랐다. 중국의 내수부진에다 미국 시장의 관세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관세 장벽이 낮은 EU에 이어 한국시장으로 신차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는 것이다.
BYD(비야디)는 올해 1월 ‘아토 3’를 출시한 뒤 2개 모델을 추가로 선보이며 판매네트워크를 확장 중이다.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만들어진 테슬라의 ‘모델 Y’는 올 들어 11월까지 4만 6927대가 팔리며 수입차 시장에서 모델별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중국 지리 계열의 지커와 샤오펑, 링커앤코 등도 한국 내 신차 출시를 준비 중이다. 지커는 국내 4개 파트너사와 딜러 계약을 체결하고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중국판 테슬라’로 불리며 기술력을 갖춘 샤오펑도 지난 6월 한국 내 법인을 설립했다. 링크앤코도 이르면 내년 국내 판매를 준비 중이다.
■BMW 수입차 3년 연속 1위, 테슬라 돌풍
30일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BMW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한 7만 541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6만 260대)를 앞서며 BMW는 3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전통적으로 잘 팔리는 5시리즈 인기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7시리즈가 수입차 럭셔리 세단 1위에 올라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
테슬라 돌풍도 거셌다. 올해 5만 5594대를 판매하며 BMW, 벤츠에 이어 수입차 판매 3위에 올라선 것이다. 올해 누적 판매량 4만 6927대로 수입차 모델별 판매 1위를 기록한 ‘모델 Y’ 때문이다. 이는 같은 기간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판매량의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테슬라는 500km가 넘어서는 주행거리, 4000만 원대 후반의 저렴한 차값 등이 20·30대 젊은층으로부터 인기다. 다만 테슬라의 국내 사회공헌 활동이 거의 없어 국내에서 돈만 벌어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