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엔 반도체 공장·충청엔 데이터 센터… 힘 빠지는 PK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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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청와대서 균형국가 간담회
이 대통령, 사전 조율 차원에서
최태원 이어 이재용 회장과 만남
SK하이닉스·삼성전자 투자 조율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구조 분산
부울경은 소외돼 상대적 박탈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호텔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다음 주 대기업들과의 지방투자 전략 간담회를 앞두고 지난 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난 데 이어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난다. 이 대통령은 각각의 면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공장 투자 문제 등을 사전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삼성·SK 등 대기업과 손잡고 호남·충청권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에 나서면서 부산·울산·경남(PK) 지역사회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5극 3특’ 구상을 내세워 동남권을 수도권에 맞서는 국가 성장축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초대형 미래 산업 투자는 호남과 충청으로 집중되면서 동남권이 국가 균형발전 전략에서 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와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오는 29일 청와대에서 ‘국토공간 대전환, 지방균형국가’(가칭)를 주제로 민관 합동 대국민 보고회 형식의 간담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김정관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부처 수장들이 참석해 정부의 국토공간 대전환 추진체계와 관리계획, ‘5극 3특’ 성장엔진 패키지 지원 방안 등을 발표한다. 민간에서는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CEO(최고경영자) 등 주요 기업의 경영진들이 함께 한다.

이날 행사에서 개별 기업의 지역투자 세부계획은 공개되지 않지만 조만간 그룹 별로 구체적인 투자 발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광주·전남, 충남 등에 수백 조 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설립 등 투자를 단행한다. 정부의 강력한 지역균형 발전 정책에 호응하는 조치로, 유례없는 대규모 지방 투자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최태원 SK 회장은 오는 30일 광주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알려졌던 반도체 후(後)공정 패키지 공장이 될지, 전(全)공정을 포함하는 제조라인이 들어설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상당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역시 팹(Fab, 반도체 집적회로 제조공장) 건설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최신 반도체 팹 하나를 짓는데 현재 기준으로 60조 원 이상이 투입돼야 한다. 삼성은 내달 2일 충남 아산에서 AI데이터센터 투자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SK는 이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손잡고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 내 축구장 11개 규모(3만 6000㎡) 부지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2029년까지 100MW 규모 완공을 목표로 하며 향후 동북아 최대 AI 인프라 허브로 확장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이 일련의 투자계획과 관련해 지난 19일 최태원 회장을 만난데 이어 이재용 회장과도 잇따라 면담하는 것은 수도권에 집중된 산업구조를 지역으로 분산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집권 2년차를 맞이하는 이재명 정부는 AI 대전환, 지역균형발전, 신산업 육성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모든 국민과 국토가 성장의 기회와 혜택을 고루 누리는 초격차 산업 강국으로 나아가겠다”면서 “조만간 ‘성장 전략 대전환’을 이뤄낼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국민 앞에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재계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AI 패권을 놓고 우리와 경쟁하는 국가들은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투자하는데, 우리는 기업의 판단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나서서 투자 지역을 선정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현재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평택 캠퍼스에 수백조 원 규모의 메모리 및 파운드리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추가 투자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

최첨단 제조시설의 입지를 놓고 지역 간 경쟁이 과열되고 이에 따른 탈락 지역의 소외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산·경남의 경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해양수산부, HMM 본사 이전 등이 이뤄졌지만 호남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발표될 경우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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