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늘어도 고환율 계속… ‘환율 공식’ 안 통한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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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벌어들인 기업 환전 유보
외국의 국내 주식 매도도 요인
3분기 전망 ‘하락-유지’ 갈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주말인 지난 5일 서울 명동 거리의 환전소에 이날 환율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중인 가운데 주말인 지난 5일 서울 명동 거리의 환전소에 이날 환율 시세가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머물고 있다. 통상적으로 달러가 많이 유입되면 원화 가치가 오르며 원달러 환율이 낮아졌는데 최근에는 이 같은 기존 환율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종가 기준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84.6원으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분기(1493.1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과거와 같은 경제 위기가 아닌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환율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우리나라의 월간 수출액은 반도체 업황 호조에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힘입어 한국경제의 성장 전망도 밝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주요 IB(투자은행)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3%다.

금융권에서는 원화 가치 하락을 우려한 기업들이 환전을 미루는 것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은행 금고에 쌓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2일 기준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483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말(410억 달러)과 비교해 73억 달러(약 18%)나 늘어난 규모다. 수출로 벌어들인 금액의 상당 부분이 외환시장을 거치지 않고 기업의 달러예금으로 직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은행 관계자는 “수출 대금 규모가 크다 보니 당장 원화로 환전하기보다 달러로 보유하려는 투자 패턴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도 직접적 원인으로 거론된다. 지난해부터 코스피 지수가 급등하자 외국인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내 비중 관리를 위해 국내 주식 매도 행렬에 나섰다.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에서 약 143조 원을 순매도했다.

3분기 환율 전망에 대해서는 시장의 예측이 엇갈린다. 일단 하방 요인으로는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주목한다. 최대 300억 달러 규모의 조달 자금으로 국내 반도체 시설 투자에 나서는 만큼 일각에서는 최대 40원 정도 환율 하락 효과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상승 압력은 앞으로도 불가피하다는 예상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박해식 선임연구위원은 “향후 추가 충격이 없다면 환율은 과거 수준으로 빠르게 복귀하기보다 현재 수준 부근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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