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체 불가’ 전문 기능인 꿈꾸는 30~40대
온수온돌 기능사 자격 교육반
모집 정원의 배 이상 신청 몰려
신청자 대부분 80~90년대생
배관·전기 등 설비직종 주목
기술 인력 수요 커지는 신호
AI의 ‘일자리 습격’이 시작되면서 AI로 대체가 힘든 건축 현장 설비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4월 부산기계공고에서 열린 부산 기능경기대회에서 배관 부문에 출전한 선수가 기량을 뽐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AI의 ‘일자리 습격’이 본격화하면서 취업 가능한 일자리가 줄고 있는 가운데 AI가 쉽게 대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기능사 직종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경제활동 주력군인 30~40대 청장년층이 기능사 자격증반으로 눈을 돌리며 인력 고령화로 고심이 깊던 기계설비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9일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부산시회에 따르면 협회는 이달 초 ‘온수온돌 기능사’와 ‘피복아크 용접 기능사’ 자격증반 개설을 위한 공문을 각 회원사로 띄워 수강생 모집에 나섰다. 각 과목별 최대 15명씩 선착순 모집 방식으로, 온수온돌 기능사반은 올해 처음 개설됐다.
협회 관계자는 “역량 강화 사업의 하나로, 건설 현장의 부족한 기능 인력을 확보하고 우수한 기능 인력을 양성해 공사의 품질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에서 한국폴리텍대학과 협약을 맺고 개설한 과목”이라면서 “신청 인원이 적으면 두 반을 통합할 계획이었는데, 공문을 보낸 지 약 3일 만에 온수온돌 기능사반의 경우 수강 인원의 2배가 넘는 32명이 등록해 협회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현장 경험과 기술은 있는데 자격증이 없거나, 전문적으로 공부할 기회가 없어 하지 못했던 장·노년층을 염두에 두고 개설한 반이었다. 뚜껑을 열어 보니 실제 신청자는 80년대생, 90년대생이 대부분이었다. 부랴부랴 협회는 온수온돌 기능사반을 2개로 늘리는 것으로 해결책을 마련했다. 교육은 다음 달 한국폴리텍대학 동부산캠퍼스에서 이뤄진다.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기계설비나 가스공사업 등의 등록 기준에 있는 기술 인력으로 등록할 수도 있고, 5억 미만 공사의 경우 현장 대리인으로도 배치가 가능하다. 현장에서 퇴직한 후에는 건물 기계설비 유지관리자로도 등록이 가능해, 노후 일자리까지 보장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온수온돌은 물론이고 배관이나 전기, 용접, 방수 등 AI로 대체하기 힘든 설비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외국에서는 이미 설비직종이 처우도 좋고, 노후 걱정도 안 해도 돼 인기 직종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엄세현 부산시회장은 “AI 확산으로 인력의 로봇 대체가 가속화되면서 대체가 쉽지 않은 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 “기계설비업의 경우 건축물 내 구조물이 있는 상태에서 가서 용접이나 설치 작업을 해야 하는데 현장의 불규칙적 상황, 손기술의 정교함을 고려하면 피지컬 AI가 온다 해도 대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계설비업의 경우 철근, 콘크리트 작업을 하는 전문건설업 현장과 달리 외국인 노동자가 많지 않고, 주로 기존 인력의 고령화가 심각해 대체 인력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앞서 지난달에는 협회가 마련한 제1회 차세대 경영자 포럼에 80여 명이 참석하는 등 젊은 세대의 가업 승계 분위기도 활기를 띠고 있다. AI로 대체가 힘든 직종으로 주목 받으면서 2세들이 다른 일을 하다 설비직종으로 ‘유턴’을 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대기업에 다니다 그만두고 가업승계에 뛰어든 이나 AI를 전공한 박사 출신 가업 승계자 등이 눈길을 끌었다.
기능직을 향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협회는 대학이나 고등학교에 관련 학과를 개설해 달라는 제안도 준비하고 있다. 엄 회장은 “과거에는 기계공고나 대학 공대 등에 건축설비학과가 있었지만 건축 분야로 통폐합되면서 몇 년 전부터 학과가 사라졌다”면서 “현장에서는 기술자가 부족하고, 기능직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교육청 등에 학과 개설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