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미술관, 유현욱 작가 초대전 '사라지면서도 살아나는 II' 개최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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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욱 '사라지면서도 살아나는'. 달리미술관 제공 유현욱 '사라지면서도 살아나는'. 달리미술관 제공

부산 중구의 원도심 산복도로에 위치한 달리 미술관에서 오는 11일까지 유현욱 작가 초대전 '사라지면서도 살아나는 Ⅱ'가 개최된다.

전시의 주인공인 유현욱 작가는 현재 부산대와 경성대, 동의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외래교수로 한국화를 전공한 미술학 박사다. 유 작가는 '경계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이제껏 다양한 작업을 이어왔다. '경계의 공간'이란 이것과 저것 사이의 구분 짓기가 아니라 오히려 서로 만나고 스며들면서도 어느 한쪽을 완전히 소멸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시 말해 '사라지면서도 동시에 살아나는' 지점이라는 데서 유 작가는 특별한 매력을 느꼈다.

이번 전시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 시작은 2019년 봄에 있었던 강원도 고성의 산불로 거슬러 올라간다. 친밀했던 할머니와의 사별로 인해 당시 상당한 상실감에 빠져 있던 유 작가는 강원도의 산불 현장을 찾았고, 화마로 소멸되어 버린 채 남아 있던 검은 숯덩이들에서 초록의 새 생명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것은 완전히 소멸되어 버린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또 다른 생명으로 이어지는 연결점이었던 것이다.

유현욱 '그늘속의 그림자'. 달리미술관 제공 유현욱 '그늘속의 그림자'. 달리미술관 제공

이후 유 작가는 그곳에서 모아온 숯과 숯가루들을 이용해 한지를 만들고 그 위에다 숯물로 그림을 그렸다. 또 숯물과 닥으로 한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각종 씨앗을 섞어 넣음으로써 새로운 생명의 순환을 표현했다. 실제로 그 한지를 물에 적셔 놓자 한지 속에 있던 씨앗이 싹을 틔워 살아났고 유 작가는 이러한 과정 자체를 작품으로 전시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사라지면서도 살아나는' 현장인 셈이다. 더 많은 상실과 이별을 경험하며 살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우리에게 예술이 위로가 되는 순간이다.

일일이 숯가루의 농도를 달리해 수제 한지의 농도가 다 제각각이며 한지 위에서 검은 먹물처럼 번져 나가고 있는 흔적들 역시 숯에서 나온 색깔이다. 죽은 듯 검게 타버린 숯이 예술가의 손끝에서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탄생됐다. 우리의 삶 역시 이처럼 사라지더라도 완전히 소멸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유 작가의 초대전을 통해 달리 미술관에서 늦가을 철학적 사색에 빠져보길 기대한다.

한편, 달리 미술관 박선정 관장은 한켠에 이 곳을 찾는 관객들 및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작은 도서관을 마련했다.

박 관장은 "코로나 시대에 갈 곳을 잃은 지역의 아동들과 지역민들이 이곳에서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전시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휴식을 즐길 수 있길 기대한다"며 "달리미술관이 부산 중구 산복 도로에서 예술 감상과 독서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달리미술관 개관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일요일 휴관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김수빈 부산닷컴 기자 suvel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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