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빵·과일에 뿌리면 단맛이? 소금의 두 얼굴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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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를 중심으로 ‘소금 커피’가 새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빵에 소금을 뿌린 ‘소금빵’ 인기도 여전하다. 이들 음식에 소금을 조금 넣으면 단맛이 강해진다는 이야기인데, 수박에 소금을 뿌려 먹으면 더 달게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사실 이는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실제 미국 필라델피아 모넬 화학 감각 센터는 소금의 짠맛이 쓴맛을 덜 인지하게 만들어 전반적인 풍미를 향상시킨다는 사실을 연구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소금은 우리 몸에서 체액의 균형을 유지하고 신경 자극을 전달하며, 근육을 수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액량과 혈압을 조절하고, 영양소의 흡수와 수송을 돕는 등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000mg(소금 5g) 미만으로 권장하고 있다.

문제는 소금 섭취량이 권장량을 크게 웃도는 데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건강영양조사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인 1일 나트륨 섭취량은 4645mg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소금 과다 섭취 위험성이 부각되고 저염식단이 널리 알려지면서 1일 섭취량은 2023년 3136mg으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WHO 권장량의 1.5배를 넘긴 수치다. 특히 30~40대 남성의 경우 하루 평균 6000mg 이상을 섭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면 한 봉지에는 2000mg 이상의 나트륨이 들어있어 한 끼만으로도 하루 권장량을 모두 채우게 되는 셈이다.

소금의 과도한 섭취는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염분을 많이 섭취할수록 위암 발병 위험도를 2~5배 정도 높인다.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위의 점막 상피세포 손상을 촉진하여 위염을 일으키고, 위산 감소로 인해 헬리코박터균 침입이 쉬워지면서 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두통 발생을 비롯한 자가면역 질환, 천식 악화, 골다공증과도 연관이 있으며, 체내에서 칼슘 배설을 증가시켜 뼈 건강을 해쳐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더욱 위험하다. 해외 연구에서도 증명된다.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소는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고혈압과 관상동맥성 심장질환, 뇌졸중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무조건 소금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트륨 함유량이 높은 김치와 국물 섭취를 줄이고, 국이나 찌개는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남기는 것이 좋다. 음식을 조리할 때는 소금 대신 식초, 후추, 생강, 마늘 등 천연 향신료를 활용하면 나트륨 섭취를 줄이면서 풍미 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다. 외식할 때는 ‘싱겁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칼륨이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면 나트륨 배출에 도움이 된다. 식약처는 “소금이나 장류 대신 멸치가루 등을 쓰고 햄·소시지는 끓는 물에 데쳐서 사용하는 등 일상에서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방법을 찾는 관심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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