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지방’은 안 보이는 PK 지방선거… 지역 어젠다 실종

권기택 선임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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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 인물·이슈만 부각돼
메가시티 등 지역 공약 매몰
이재명·장동혁 행보 더 집중
“풀뿌리 민주주의 훼손” 지적

6·3 지방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중앙 정치 이슈에 매몰돼 지역 공약과 인물 검증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서 묵념하는 모습. 연합뉴스 6·3 지방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중앙 정치 이슈에 매몰돼 지역 공약과 인물 검증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서 묵념하는 모습.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이날 워싱턴DC에서 라이언 징크 미 하원의원과 기념 촬영하는 모습. 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이날 워싱턴DC에서 라이언 징크 미 하원의원과 기념 촬영하는 모습. 국민의힘 제공

“지방선거인데, 정작 지방은 보이지 않는다.”

6·3 지방선거를 40여 일 앞둔 부산·울산·경남(PK)의 선거 지형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인데도 유권자들의 시선은 지역 공약과 인물 검증이 아니라 중앙 정치 이슈에 쏠려 있다.

심지어 국회의원 1명을 뽑는 부산 북갑 보궐선거가 광역단체장을 선출하는 부울경 전체 지선보다 더 큰 관심을 끄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본질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겉으로 드러난 유권자들의 기준은 분명하다. 중앙일보 여론조사(메타보이스·글로벌리서치 의뢰. 4월 11~12일. 부산 성인 803명. 무선 전화면접.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에서 부산 시민들은 후보 선택 기준으로 ‘지역발전기여’(33%)와 ‘행정능력’(25%), ‘정책 및 공약’(12%) 등을 꼽았다. ‘소속정당’(5%)이나 ‘정치적 리더십’(5%)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 차기 부산시장이 가장 먼저 추진해야할 현안으로 ‘경제 및 일자리’(57%)가 압도적으로 지목됐다. 그야말로 순수하게 지역의 일꾼을 뽑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제 선거판의 온도는 정반대다. 여야가 지역 현안을 놓고 경쟁적으로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주목도는 높지 않다. 국민의힘 소속 PK 국회의원들이 경남부산통합특별법을 발의하고,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가 공동 대응에 나섰지만 반향은 제한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재수(부산) 김상욱(울산) 김경수(경남) 후보가 ‘부울경 메가시티’ 복원을 주장했지만 역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북항 개발이나 돔야구장 등 핵심 지역 현안을 둘러싼 공방도 발표 직후를 지나면 빠르게 관심에서 멀어지는 흐름이다.

반면 같은 사안이라도 중앙 정치권이 개입하면 분위기는 달라진다. 지역 정치권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특별법’은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다가 박 시장의 국회 삭발 투쟁을 계기로 단숨에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 법을 ‘부산만을 위한 포퓰리즘법’ 으로 치부하자 여론이 크게 요동쳤다.

인물 평가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진다. 부울경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국회의원, 장관, 도지사 등을 거친 중량급 인사들이지만 지역에 기반을 뒀다는 이유로 평가 절하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지역 선거와 직접 관련 없는 이 대통령이나 장동혁·조국 대표의 발언이나 행보는 훨씬 큰 주목을 받는다. 심지어 부울경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하정우)보다 더 외면받고 있다는 평가이다.

이 같은 구조는 실제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 시장이 고전하는 것도 국민의힘 장 대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더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이다. 실제로 중앙일보 조사에서 박 시장의 시정운영 평가에 대해 ‘잘하고 있다’(45%)와 ‘잘못하고 있다’(51%)가 크게 차이가 없었다.

특히 부산 북갑 보선은 이러한 흐름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출마와 청와대 하정우 수석의 차출설이 맞물리면서 전국적 관심이 집중됐고, 그 결과 지방선거 전체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수장을 뽑는 선거보다 단일 지역구 보궐 선거가 더 주목받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대부분의 정치 전문가들은 “풀뿌리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충고한다. 그들은 “지방선거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4년간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를 이끌 적임자를 지방이 아닌 중앙의 의제나 인물이 주도하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권기택 선임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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