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인사대천명'. 사람이 할 일은 다한 뒤,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많이 쓰는 고사성어입니다.
오늘 밤 자정 카타르 도하에서 포르투갈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의 마음가짐이 바로 이 상태 아닐까 싶습니다. 1무 1패로 승점 1점뿐인 우리 대표팀으로선 포르투갈을 무조건 이기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적당히 이기거나 최소한 비기기를 기대해야 합니다.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겁니다.
녹록하지 않은 상황 2가지가 있습니다. 현재 H조 1위인 포르투갈이 조2위로 16강에 진출하면 G조 1위가 유력한 브라질과 붙게 됩니다. 포르투갈이 전력을 다하진 않더라도 8강 진출을 위해 한국과의 마지막 경기에 완전히 힘을 빼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게다가 한국팀 수비의 핵 김민재가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사흘째 훈련을 계속 뛰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호날두나 레앙, 페르난데스 같은 빠르고 개인기 뛰어난 상대팀 공격수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은데, 김민재마저 출전하지 못하면 수비 공백은 더 커질테지요.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축구팬들에게 희망의 실마리는 있습니다. 포르투갈 주전 선수인 디아스, 네베스, 펠릭스 등 주전 다수가 경고를 받아 16강전 대비를 위해 벤치 멤버로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갈비뼈 골절 부상을 입은 핵심 수비 페레이라, 근육 부상을 당한 멘드스 등 출전이 불투명한 선수도 있고요.
이날 주심을 맡은 아르헨티나 출신 파쿤도 테요는 거친 플레이를 용납하지 않는 '카드왕'이라고 하네요. 카타르월드컵 남미예선 4경기 동안 경고(옐로카드) 17개, 퇴장(레드카드) 1개를 들었답니다. 두 번째 '도하의 기적'을 기대하는 팬들도 있습니다. 29년 전인 1993년 도하에서 열린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전에서 이라크가 일본과 비기면서 극적으로 본선에 진출한 한국팀에게 도하는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20년 전 한일월드컵 때는 포르투갈을 꺾은 기억도 있지요.
팬들의 기대와 성원은 그대로 받아들이되, 선수들이 어깨에 짊어진 부담은 모두 내려두고 가벼운 마음으로 후회 없이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대회 여러 경기에서 확인하듯, 영원한 약체도 영원한 강호도 없습니다. 공은 둥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