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갑니다. ‘망년’, ‘송년’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이미 지나간 1년에 아쉬움과 회한을 담아 다시 곱씹으며 떠나 보냅니다. 어쨌거나 처음부터 다시 채워나갈 백지 같은 새해를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개인의 생애는 예고 없이 저뭅니다. 예외가 없습니다. 공직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다 갑자기 삶을 마감하는 경우라면, 그 돌발적인 멈춤이 주는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8일 낮 점심 식사를 하던 식당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로 숨진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이 그렇습니다. 키가 커 멀대라는 싱거운 별명으로 불렸다던 그. 따뜻한 배려의 상징이었던 그의 빈 자리가 참으로 클 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래 글은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난민 보호 활동에 참여하는 이일 변호사가 8일 페이스북에 남긴 추모 글 일부입니다.
일 년에 40~50회 하는 대중강의 '난민 인권과
한국사회'에서 마지막 슬라이드에는 교육감님의 이 사진을 꼭 넣어 설명하곤 했습니다. 등교가 자꾸 미뤄져 부모님들이 말 못할 속앓이를 하는 가운데 3월 21일 아이들이 첫 등교하는 날 충돌 우려가 있는 것을 접하고, 활동가들이
함께 내려가 함께 등교할까 준비하다가 오해가 될까하여 접었는데, 이미 선생님들과 함께 준비하셔서 손잡고
등교하신 사진이 널리 회자되어 감사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울산으로 덩그러니 놓여져 정착하게 된 아프가니스탄 가족분들의 자녀들을 위해, 정부의 무책임
속에 발생한 갈등을 해결하려, 몇 달간 이슬람 문화에 관한 강의도 준비하여 주시고 언성이 높아진 학부모들
간담회도 여러 번 조직하시며 애쓰셨던 것, 이후 직접 뵙지는 못했어도 감사하며 연락드렸을 때, 힘이 된다고 기뻐하셨던 것도 아직 기억이 납니다.
그후 선생님들 대상으로 울산교육청 초청으로 난민에 대한 소개를 위해 강의하러 갔을 때 교육청 앞에 붙어있는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이란 표어를 보고 왈칵했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교육감님의 활동이 만들어 온 수많은 감사의 이야기들을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분들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자라나갈
학생들과, 당시 손잡고 등교해주셨던 모든 울산남초등학교 친구들 역시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존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