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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나루 건너서/밀밭 길을//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남도 삼백리//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 놀//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
교과서에 실린 시 가운데 수십 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시가 있지요. 박목월의 시 '나그네'가 그런 시인데요, 이 시는 <청록집> 동인 조지훈의 시 '완화삼(玩花衫)'에 대한 답시입니다. '완화삼'은 이런 시입니다.
'차운 산 바위 우에/하늘은 멀어/산새가 구슬피/울음 운다/구름 흘러가는/물길은 칠백리/나그네 긴 소매/꽃잎에 젖어/술 익는 강마을의/저녁 노을이여/이 밤 자면 저 마을에/꽃은 지리라/다정하고 한 많음도/병인 양하여/달빛 아래 고요히/흔들리며 가노니'.
술을 선의 경지에서 즐긴 조지훈은 조선어학회 사건 이후 서울을 떠나 경주에 있던 박목월을 찾아가 연대의 시를 건넸고, 이에 박목월이 '나그네'로 답한 겁니다. 식민의 설움에 붓을 꺾었던 조지훈, 지방 작은 금융기관에 은신하며 주판을 다뤘던 박목월. 그들에게 술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아무튼 술 익는 마을과 저녁 노을, 상상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동양의 나폴리' 통영에 그런 곳이 있었나봅니다. 건축가가 정성을 다해 막걸리를 빚는데, 통영 특산물인 굴과 기가 막히게 어울린다고 하네요. 해 지는 통영 바닷가에 앉아 싱싱한 굴에다 거품이 뽀글뽀글 올라오는 담백한 막걸리 한 잔, 말 그대로 오감 만족일 것 같네요. 통영시 산양읍이라니 미륵도네요. ‘아~그 섬에 가고 싶다.’
앞으로 '술도락 맛홀릭'이라는 시리즈로 부산·경남 양조장을 찾아가는 시리즈가 연재된다고 하니 애주가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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