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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산 부자’ 도시입니다. 낙동강과 바다에 인접한 평지를 제외하고는 황령산, 장산, 백양산, 금정산, 엄광산, 승학산 등 곳곳에 산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교통 소통을 위해 터널도 많이 뚫었는데, 정부와 부산시 예산으로 감당이 안 되니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터널을 뚫고 통행료를 내는 유료도로로 만든 사례가 전국에서 가장 많습니다. 2021년 기준 전국 31개 시내 유료도로 가운데 부산에만 8개가 있다고 하죠.
이런 가운데 2025년 1월 관리·운영권이 부산시로 넘어오는 백양터널 옆에 또 다른 유료도로를 건설하겠다는 민간 제안이 접수돼 부산시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사업적격성 조사를 의뢰했다고 합니다. 백양터널이 출퇴근 시간 심각한 정체를 빚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고, 뾰족한 해법이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부산시는 사업자가 제안한 '신백양터널'을 감전IC 방향 3개 차로로, 기존 백양터널 4개 차로를 부두로 방향 일방통행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합니다. 부산시는 통행료 무료화, 새로운 요금 산정 후 징수, 새 사업자 선정 가운데 백양터널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운영할지 부산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지난달 의뢰했답니다.
하지만 또 다시 유료도로를 건설하는 데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미 건설 중인 만덕~센텀 대심도 등은 제외하더라도 말입니다. 과거 사례에 비춰 백양터널 관리권이 부산시로 넘어오면 당연히 무료 통행할 것을 기대하는 시민들에게 조금 더 빠른 통행과 함께 요금을 계속 받겠다는 데 정서적 거부감이 충분히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정보 제공과 시민사회의 토론이 필요해 보입니다.
더불어 공사비 2516억 원에 이르는 민간투자가 표면적으로는 부산시의 성과로 기록되겠지만, 그에 합당한 편익이 시민에게 제공될지 엄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7일 부산에서는 또 다른 대형 민간투자 소식도 들렸습니다. 해운대 센텀시티 마지막 노른자 땅이라 불리던 옛 세가사미 부지에 양자컴퓨터 콤플렉스를 구축하는 사업 보고회가 열린 겁니다. 양자컴퓨터를 활용한 연구·교육과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기업 집적·창업 촉진 등의 기능을 맡는 연구·업무 복합시설을 짓는 1조 3000억 원 규모 민간투자 사업입니다. 20년 넘게 방치된 땅이 드디어 컴퓨팅의 미래라 불리는 양자컴퓨터 사업지로 날갯짓을 하게 된 겁니다. 부디 목표대로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돼 동아시아 양자컴퓨터 인재들이 몰려드는 요람으로 커가기를 기대합니다.
글로벌 부동산개발회사 하인즈 아태지역본부 대표와 한국퀀텀컴퓨팅주식회사 회장 등 관계자가 참석한 보고회였는데, 이 사업이 일반적 부동산 개발사업에 머물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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