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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이야기] 피부 재생 주사
노화가 되면 얼굴의 모든 조직들이 변화한다. 피부 두께가 얇아지고, 주름도 생기며, 늘어져 처진 형상이 되기도 한다. 외견상으로는 주름, 얼굴의 패임, 늘어짐으로 나타나지만, 세포 수준에서는 콜라겐과 엘라스틴 섬유의 감소와 다양한 미세구조 물질들의 감소로 나타난다.
지난번 칼럼에서 언급한 고주파 장비들은 강한 열을 피부에 전달해서 섬유들의 재생을 유도하지만, 이번에는 주사제로 콜라겐 섬유의 재생을 유도하는 물질들에 대해 설명해 보기로 하겠다. 이러한 물질들을 스킨부스터(skin booster)라고 하는데, 피부를 활성화시킨다는 의미이다.
미용과 관련한 진료를 하는 병원에서 물광주사, 샤넬주사 등 피부를 재생시키고 미백, 모공개선 등의 다양한 효능이 있다고 하는 대부분의 주사제들이 스킨부스터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킨부스터는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스킨부스터, 필러, 그리고 바이오스티뮬레이터(biostimulator)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좁은 의미에서 스킨부스터는 피부의 진피를 두껍게 하고 피부의 색소 등을 밝게 하는 역할을 주로 하는 성분들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화장품으로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피부 내로 주사를 하면 안 되며, 피부에 미세한 자극을 주고 바르는 형식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필러는 얼굴의 함몰된 부위를 채워 볼륨을 증대시키지만, 부드러운 성격을 가진 필러들이 직접 볼륨을 늘리기 보다는 피부 내에서 수분을 당겨 소위 물광을 내어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바이오스티뮬레이터라고 하는 종류는 가장 잘 알려진 스컬트라와 같은 제품군들을 일컫는다.
바이오스티뮬레이터들은 바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면역반응에 의한 다양한 세포 작용을 통해 콜라겐 등을 재생시켜 볼륨증대와 피부결 개선 등을 유도해 준다. 그래서 이름도 ‘생물학적 촉진제’라는 뜻의 영어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제제들이 미용 시장에서 사용되고 있으니, 일반인들이 정확한 용법을 알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이러한 스킨부스터를 시술하는 경우에도 주의하여야 할 부분이 있다.
같은 스킨부스터 계열의 제제라고 해도 주사가 가능한 제품과 절대 주사하면 안 되는 제품들이 있기 때문에 허가된 용법이 아닌 방법으로 사용하면 육아종을 형성하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젊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앞으로 더 많은 스킨부스터들이 개발되어 피부노화 치료에 사용될 것이다. 미래에는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더 좋은 제품들이 개발되기를 기대한다. 항노화 피부치료를 원하는 분들도 광고만 보고 특정 시술을 선택하기보다는 경험이 많은 전문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한 후에 시술을 결정하기 바란다.
2023-07-3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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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이야기] 세계적인 건강식, 한식
K푸드 열풍이 뜨겁다. 최근 대기업의 미국 뉴욕지사에서 근무하다 귀국한 분에게 현지 상황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한인 마트에 김치를 사러 오는 미국인이 많단다. 한식당은 예약이 밀리고 순두부찌개가 인기 있으며 월스트리트에서는 붕어빵을 사기 위해 줄 선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그룹 BTS의 역할이 크다며 같이 웃은 기억이 있는데, K콘텐츠의 인기가 K푸드 세계화에 견인차 역할을 한 건 사실이다.
오래전 드라마 ‘대장금’이 한식 세계화에 신호탄을 올렸고,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중국에서 한국의 치맥 열풍이 불었고, 최근에는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K콘텐츠의 인기가 K푸드 경쟁력을 높여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북미지역으로 K푸드의 인기가 확산하고 있다.
K푸드 열풍은 콘텐츠의 힘만은 아니다. 이미 2006년 미국의 건강전문잡지인 '헬스'에서는 세계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스페인 올리브유, 그리스 요구르트, 일본의 콩 식품, 인도의 렌틸콩과 함께 우리나라의 김치를 선정했다. 코로나19 기간에는 한국 김치가 면역력을 높이는 건강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특수를 누리기도 했다.
한식은 주식과 부식의 구분이 뚜렷하고, 채소를 많이 포함하는 저지방 식단이며 발효음식이 발달돼 있다. 주식인 곡류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받고, 채소류·육류·생선류 등 다양한 반찬을 부식으로 섭취해 영양의 균형을 이룬다. 찌거나 데쳐서 무치는 등의 습열 조리법이 많아 저열량 조리가 가능하며, 나물을 무칠 때 사용하는 참기름·들기름은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하다. 다양한 발효 음식은 유익한 미생물의 작용으로 저장성이 좋아지고, 음식의 맛과 향이 향상되며, 장내 유익균 증식과 유해균을 억제한다.
인제대 백병원과 호주 시드니대가 공동으로 ‘한식 우수성 규명을 위한 임상시험(2009년 4월~2010년 6월)’을 진행한 결과 한식이 서양식에 비해 복부비만 감소와 당대사 기능 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농촌진흥청과 미국농업연구소가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는 미국인에게 한식과 미국 권장식, 미국 일반식을 섭취시켰을 때, 한식이 미국식보다 총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결과를 보였다. 2019년 농촌진흥청과 서울대 연구팀이 한국인 54명을 대상으로 한식과 미국 권장식, 미국 일반식을 섭취시킨 연구에서도 한식이 총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 중성지질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식이 한국인과 미국인 모두에서 심혈관질환 위험 인자를 줄이고, 비만을 개선하는 건강식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건강식으로 유명한 지중해식 식단처럼, 앞으로 한식의 우수성이 세계에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2023-07-17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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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이야기] 성인에게도 필요한 성장 호르몬
키가 2m에 육박하는 왕년의 농구 국가대표 선수 김영희 씨는 30년 넘게 성장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말단비대증이라는 병으로 고생하다가 올해 초 별세했다. 최홍만, 하승진 등 다른 유명 스포츠 선수들도 거인증 투병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장 호르몬은 뭔가 나쁜 호르몬처럼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성장 호르몬은 우리가 성장할 때 꼭 필요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어느 정도는 유지되야 하는 호르몬이다.
선천적으로 성장 호르몬이 결핍된 병이 있다. 이 병을 가진 환자들은 심혈관계 질환의 유병률이 2배 이상 증가되어 수명이 짧아진다. 이 질환에 걸린 환자는 근육량이 아주 적어 운동능력이 감소되고 골다공증도 심하다. 복부 지방이 현저하게 늘어나 비만이 심하고 면역기능도 줄어들며, 피로감과 우울증도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 뇌하수체 주변의 감염, 염증, 수술, 혹은 방사선치료를 받아 성장 호르몬 결핍이 생긴 경우도 비슷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성장 호르몬을 보충해 주면 이런 증상들이 대부분 개선돼 삶의 질이 좋아지며 수명도 길어진다. 성장 호르몬이 다 자란 성인에게도 대사와 신체 재생에 관련된 여러 가지 중요한 작용을 한다는 증거이다.
20대에 최고 수치였던 성장 호르몬은 점점 낮아져 매년 14.4%씩 감소된다. 일반 노인들에게 성장 호르몬 보충 요법을 시도했던 연구들이 있었다. 평균 6개월의 성장 호르몬 치료 후 총 콜레스테롤, 저밀도 콜레스테롤, 아포프로테인 B 등 동맥경화증에 나쁜 콜레스테롤이 감소했다. 골형성이 증가되어 골밀도가 좋아졌고, 감소된 근육량과 최대운동능력 및 최대산소섭취량 등이 성장 호르몬 치료 후에 회복되었다. 복부 비만이 감소되고 피로감이 현저히 줄어들면서 우울증과 정서불안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병이 개선됐다는 보고도 있다.
성장 호르몬 치료의 부작용은 없을까? 염분 저류에 의한 부종, 근육통과 관절통, 그리고 수근터널 증후군이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 당뇨병과 고혈압도 더 빈번히 발생했다. 특히 악성 암의 발생과 전이에 성장 호르몬이 관여하고 있다는 증거가 많아 암 발생과 성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019년 미국 내분비학회가 ‘성장 호르몬 결핍증 성인 환자 관리 지침’을 발표했다. 병적으로 성장 호르몬이 결핍된 성인 환자에서 성장 호르몬 치료는 충분한 치료효과가 있고 장기적인 안전성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치료를 권고했다. 하지만 일반 노인에서의 항노화 또는 운동 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성장 호르몬 치료는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학적인 효과가 확실하지 않고 심각한 부작용이 더 많으며, 비용 대비 효과 역시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성장 호르몬은 성인이 된 뒤에도 중요한 대사 작용들에 관여하고 노인이 되면 수치가 많이 감소한다는 점에서 노화의 진행에도 중요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재까지의 결론으로는 성장 호르몬 보충 요법이 젊음의 샘이 되지는 못한다.
2023-07-0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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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이야기] 종합적인 접근 필요한 항노화
최근 노화와 항노화에 대한 관심은 세계적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구글과 같은 IT 회사들은 항노화 치료를 연구하는 벤처 회사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고 있고, 노화에 대한 수많은 과학연구 논문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 흔히 인류가 마지막으로 정복해야 할 의학계의 과제로 악성 종양과 뇌의 신비, 노화를 이야기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노화에 대한 연구일 것이다. 건강하고 명석하게 오래 살아야 나머지 두 분야를 더 연구할 수 있지 않겠나.
우리나라의 평균 기대 수명은 80대 중반으로 알려져 있는데, 80세가 되기 전에 사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병으로 사망한다. 지병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암과 심혈관 및 뇌혈관질환이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질환을 적절히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정기 검진을 통해 각종 암을 조기에 발견해서 잘 치료하고, 심뇌혈관질환의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증을 철저히 예방하고 관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뜻이다. 현대의학이 이들 질환을 아직 완전히 정복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음은 기억하도록 하자.
노쇠는 노화에 따라 기력과 근력이 쇠잔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가 같아도 노쇠의 정도는 다를 수 있다. 노쇠를 막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몸의 큰 근육들을 튼튼히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약이나 건강식품으로는 할 수 없으며, 규칙적인 근력·유산소 운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심폐기능과 에너지 대사도 좋은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심장과 호흡기계, 내분비계에 대한 장기간에 걸친 세심한 의학적 관리가 필요하다.
탈모와 피부 노화, 시력과 청력, 치아, 배뇨 및 배변, 척추 및 무릎 관절 등 다양한 기관의 노화는 사람마다 그 정도가 다르다. 수명과 직접 관련은 적다고 해도 이들 기관과 장기의 노화는 일상적인 삶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이 다양한 기관의 노화와 기능장애를 몇 가지 약물이나 건강식품으로 다 조절한다는 것은 난센스이며, 기능장애와 불편함을 조절하기 위해 각각의 부위들에 대한 정밀한 의학적 처치들이 꼭 필요하다.
임상 진료에서 많이 사용되는 몇몇 약물이 특정 부위나 장기에 대한 항노화 효과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필자의 실험실에서도 몇 가지 약물이 인위적으로 스트레스를 가한 혈관과 췌장 베타세포의 노화를 강력하게 억제할 수 있음을 발견해서 논문으로 보고한 적이 있다. 이 약물들의 장기적인 안전성은 이미 확립되어 있기에 필요한 경우 사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항노화 치료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질병의 예방과 조기 진단, 효과적인 관리라고 하는 기본과 함께 노쇠와 기능장애에 대한 다각도의 사려 깊은 접근이 같이 필요하다.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모인 동남권항노화의학회와 같은 단체는 이런 이유로 꼭 필요한 것이다.
2023-06-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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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이야기] 젊어 보이는 시술
레이저 장비는 빛을 증폭시켜 피부에 조사하는 일련의 기기들을 이야기한다. 미용치료를 하는 병원에서는 환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피부치료에 사용되는 거의 모든 장비를 레이저(Laser)라고 부르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에너지 베이스드 디바이스(Energy Based Device)라고 하는 장비들이 항노화치료에서는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EBD 중 널리 알려진 것은 써마지, 울쎄라, 인모드, 엑센트프라임, 포텐자 등이다. 종종 환자들이 “선생님, 저 얼마 전에 써마지 레이저치료 받았는데, 다른 치료를 받아도 되나요?”라는 식으로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런데 ‘써마지’는 레이저가 아니고 EBD 중에서도 ‘고주파’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장비이다. 빛을 이용하는 레이저를 제외한 고주파, 초음파, 극초단파 등 각종 에너지를 사용하는 모든 장비를 통칭하는 용어가 EDB이다.
레이저는 빛을 이용하며 각각의 빛 파장에 반응하는 발색단이라는 반응조직이 존재하고, 그 조직에 빛이 전달되어 일어나는 반응을 통해 색소치료, 혈관치료, 흉터치료를 하게 된다. 하지만, EDB는 빛이 아닌 에너지를 원하는 부위까지 전달시켜 치료하는 원리이다.
레이저가 아닌 고주파로도 피부를 탄력 있게 하고 심지어 리프팅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고주파는 극성이 플러스, 마이너스로 바뀌는 전기자극이 일초에 몇백만 번씩 일어나는 주파수를 가진 전자기파다. 이러한 전기적 자극은 인체의 피부와 피부 밑 조직을 흐르면서 저항이 발생하게 되고, 그 결과 열이 발생한다. 피부 속 조직에 열이 발생하면 우리 몸은 열에 반응해 다양한 인체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그 결과로 콜라겐이 재생되고, 엘라스틴, 히알루론산 등 피부조직을 구성하는 조직들이 새롭게 보충되면서 피부의 탄력이 좋아지고, 피부결도 좋아지는 젊음회복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고주파를 인체에 흘려보내기만 하면 피부가 좋아지고 탄력이 생기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적절한 온도의 열이 적절한 위치의 피부조직에 제대로 전달돼야만 콜라겐, 엘라스틴 등과 같은 피부의 탄력을 높여 주는 좋은 성분들이 재생된다. 너무 과한 열이 발생하면 오히려 딱딱한 흉터조직이 생겨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고주파를 사용하는 의료기기라고 해도 고주파의 주파수가 장비에 따라 조금씩 다르고, 고주파를 전달하는 방식도 다르다. 이와 같이 EDB는 미용시술을 실제로 전공한 전문가가 아니면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인체는 개인별로 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가장 효과가 큰 기기와 방법을 선택해서 시술을 했을 때 가장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훌륭한 고주파 장비들이 피부의 젊음 회복을 도와주는 것은 맞지만, 항노화 미용시술을 단순히 물건 사듯이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2023-06-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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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이야기] 장수 마을의 비결은?
몇 살까지 살면 장수라 말할 수 있을까? 장수마을 선정 기준이 100세 이상 인구 수인 걸 보면 현재까지는 100세가 기준인 것 같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 것일까? 보고된 공식 최장수 기록은 122세(1875~1997)이며 프랑스의 잔 루이즈 칼망이다. 두 번째 기록은 119세(1903~2022)로 일본의 다나카 가네이며 두 분 모두 여자이다.
칼망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테니스, 수영, 오페라 등 고급 취미 생활을 즐겼고 장수 식품과는 다르게 찐 비둘기 요리나 쇠고기를 즐겼으며, 평소 초콜릿을 많이 먹었고 디저트로는 튀긴 음식과 맵고 짠 음식을 선호했다고 한다. 다나카는 장수 비결을 맛난 것을 먹고, 공부하는 것이라 말하였으며, 초콜릿과 콜라를 즐겼다고 한다.
‘이탈리아 사르데냐’ ‘일본 오키나와’ ‘코스타리카 니코야’ ‘그리스 이카리아’ ‘캘리포니아 로마린다’가 세계 5대 장수 마을로 꼽힌다. 지중해 제2의 섬이라 불리는 이탈리아 사르데냐 사람들은 매우 활동적이고 낚시와 농사로 직접 수확한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과 가족 혹은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웃고 떠들며 식사하고 산양유를 즐겨 마시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 오키나와의 장수 비결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정원을 가꾸는 등 신체 활동을 하고, 지역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명확하게 정립하여 목적이 있는 삶을 추구하며 볶은 채소, 고구마, 두부, 여주, 콩과 같이 칼로리가 낮은 식물성 식품을 주로 먹는 것이다. 코스타리카 니코야 사람들은 자급자족하며 이른 저녁에 가벼운 저녁을 먹고 일찍 잠을 자는 것이 특징이다. 가족 간의 유대 관계가 강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매일매일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장수 비결이라 한다.
그리스 이카리야는 주민 3명 중 1명이 90대까지 살며 치매나 만성질환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며 자연스럽게 운동하고, 채식 위주의 식습관과 와인 한잔이 장수 비결로 꼽힌다. 캘리포니아 로마린다는 제7일 안식일 예수 재림교인들이 밀집한 도시로 미국 내 다른 지역에 비해 평균 수명이 10살 더 많다. 술, 담배, 육식을 엄격히 금하고 같은 종교를 통해 함께 어울려 소외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교토 의대 야모리 교수와 세계보건기구의 협력 연구에서 세계 25개국 27개 지역 100세 이상 장수 노인들의 식생활 공통점을 ‘소금을 적게 먹고 동물성 지방은 적당히, 채소나 과일은 많이 먹고 질 좋은 단백질이나 타우린을 먹는다. 여러 음식을 균형 있게 먹고 알맞은 운동을 하거나 일을 하며, 가족·사회와의 연계를 소중히 하고 함께 식사한다’라고 했다.
삶의 ‘길이’도 중요하지만 ‘질’도 중요하다. 각자의 생활 환경과 조건이 다르듯이 유행하는 식품과 식습관을 따르기보다 골고루 먹고 적당한 운동을 하고, 무엇보다 각자의 목적이 있는 삶으로 함께 어울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채워 나가는 것이 건강하고 오래 사는 비결이 아닐까?
2023-05-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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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이야기] 여성 호르몬제와 노화 방지
당뇨병으로 진료받는 한 환자가 30년 가까이 여성 호르몬제를 먹고 있다며 “계속 복용해도 될까요”라고 물어 보셨다. 순간적으로 환자 나이를 다시 확인했다. 워낙 젊어 보여 60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나이는 79세였다. 그분은 50세에 폐경이 된 뒤 여성 호르몬 치료를 하다가 여성 호르몬제에 대한 나쁜 뉴스들 때문에 끊었지만, 온몸이 아프고 견딜 수가 없어 다시 복용 중이라고 했다. 주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사와 유방암 검사를 하고 있었고 별문제가 없었기에 이렇게 말씀드렸다. “이렇게 젊어 보이시면 계속 드셔야죠.”
여성 호르몬이 급격하게 감소하며 맞게 되는 폐경은 여성에게 있어서 노화가 시작되는 분기점이다. 생식기능뿐 아니라 심장질환, 골다공증, 암, 비만, 치매, 이상지질혈증, 요실금 등 노화와 관련된 여러 질환이 증가한다. 2000년대 이전에는 폐경이 되면 무조건 여성 호르몬을 복용하도록 권고했다. 그 이점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국립보건연구원이 연구한 결과가 2002년에 발표됐는데,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여성 호르몬제가 오히려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혈전 색전증, 유방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여러 후속 연구들이 나오면서 연구 발표 초기에 알려진 만큼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선 심혈관 질환은 폐경이 되고 10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여성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다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2002년 연구에서는 폐경 후 10~20년이 지난 여성들에게 여성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기 때문에 심혈관 질환이 늘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폐경 후 10년 이내에 호르몬 요법을 시작하면 뇌졸중 위험도 줄어들었다. 혈전 색전증 측면에서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유방암의 위험도는 호르몬 요법을 시작한 시기와는 관계가 없었다. 자궁이 없는 여성이 호르몬 요법을 할 때는 여성 호르몬만 사용하고, 자궁이 있는 여성은 여성 호르몬과 황체 호르몬을 같이 투여한다. 여성 호르몬만 쓰는 경우에는 복용 후 7년까지도 유방암의 위험도는 증가하지 않는다. 자궁이 있는 여성은 어떤 황체 호르몬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유방암의 위험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유방에 안전한 황체 호르몬을 사용하면 호르몬 치료제의 복용 기간이 10년 이상이더라도 유방암의 위험도가 증가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여성 호르몬 보충 요법이 항상 일관되게 좋은 질환은 골다공증, 대장암, 관절통, 우울감 등이었다. 안면 홍조, 비뇨생식기계 증상에는 어떤 약제도 따라오지 못하는 좋은 효과를 입증했다.
결론적으로, 폐경 후 여성 호르몬을 보충하는 것이 노화 방지에 좋으냐는 것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다. 처음 예로 든 환자의 경우는 여성 호르몬이 동안과 노화 방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모든 치료가 그렇지만, 개인별 맞춤 치료가 더욱더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주치의와 꼭 의논하고 득과 실을 따져야 한다.
2023-05-15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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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이야기] 100세 넘게 사는 비결
과거에는 60세만 넘어도 장수한다고 했고, 회갑연도 성대하게 치르곤 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회갑연을 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고, 대신 70세를 축하하는 고희연을 하는 것 같다. 100세를 넘어 사는 분들을 백세인(centenarian, homo-hundred)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00세를 넘은 분들의 수가 2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100세를 넘는 것은 쉽지 않아서, 대략 2500~3000명 중 한 명만이 100세를 넘어 살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백세인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장수 비결을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자.
백세인 대부분은 우울증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하며, 외부 활동과 운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치매 등 인지 기능의 장애도 거의 없다고 한다. 흔히 나이가 들수록 수면 시간이 짧아진다고 하는데, 백세인 대부분은 하루 8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면이 하루 동안의 육체 및 정신적인 피로와 손상을 정리하고 치유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바람직한 특성이라고 하겠다. 백세인들은 음주와 흡연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백세인의 중요한 의학적 특징인 ‘질병의 압축’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질병의 압축’이란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중한 질병인 악성종양과 뇌졸중, 심장병과 같은 심뇌혈관계 질환이 매우 늦은 나이에 짧은 시간 집중돼 나타나는 것을 일컫는다. 일반인은 대략 50대를 넘어가면서 질환 발생이 서서히 증가하는데, 백세인들은 80~90대에 이르러서야 나타난다는 것이다. 물론 유전적인 소인도 작용하겠지만, 장수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약 300개 유전자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과거 덴마크에서 발표된 일란성 쌍둥이들에 대한 관찰 연구에 따르면 장수와 관련된 유전적인 요인은 30% 정도이고 후천적 요인이 70%라고 한다. 따라서 ‘질병 압축’ 현상의 주된 요인은 위험인자에 적게 노출되는 것이라고 본다.
백세인들은 매끼 식사는 꼭 챙겨 먹고, 편식하지 않으면서 과식도 하지 않는 식사 습관을 가지고 있어 비만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80세 이상의 고령이라도 병원 치료나 수술이 필요한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등 자신의 건강에 대해 매우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 휴대전화나 인터넷 사용에도 적극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은 대략 80대 중반으로 알려져 있다. 백세인들은 평균보다 대략 15년을 더 사는 것인데, 수명만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만성질환에 의한 통증도 없이 건강하고 활발하게 15년을 더 재미있게 살아간다는 특징을 보여 준다. 백세인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평생에 걸쳐 몸에 해로운 것들을 피하고 건강한 습관들을 유지하며, 꾸준히 운동하고 걱정 근심 없이 밝고 행복하게 생활할 때 건강하게 100세를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2023-05-0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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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이야기] 염증 조절 잘해야 장수한다
노화와 노인성 질환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가설은 1956년 하만 박사가 제안한 자유 유리기(활성산소) 이론으로, 생체 내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활성산소가 노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실험으로 증명하고 더욱 구체화해서 발전시킨 것이 산화스트레스(활성산소) 가설이며, 1996년 텍사스대 유병팔 박사가 제안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노화 과정의 미세한 염증반응에서 생성되는 활성산소가 노화의 주범이라는 것을 확인해, 2000년에 노화의 분자(미세)염증가설을 세계 최초로 제안했다. 이것은 노화 과정에서 미세하게 일어나는 만성염증으로 인해 끊임없이 활성산소가 형성되고, 이것이 또다시 새로운 미세염증반응을 촉발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증폭하면서 노화가 촉진된다는 구체적인 분자기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수명 연장 효과를 나타내는 식이제한과 식이제한 모방물질에 의해 미세염증반응이 제어된다는 연구를 통해 이 가설을 증명했다.
나이가 들면 몸 여기저기에 뻐근하고 아픈 부위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만성 미세염증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면 이것을 억제하기 위해 소염제를 복용하면 장수할 수 있을까? 소염제는 만성 미세염증을 억제할 수는 있지만, 인체에 필요한 정상적인 면역반응까지도 억제하기 때문에 장기 투여하면 오히려 수명 연장에 역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그러면 만성 미세염증을 유발하는 근원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필자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노화 빅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노화에는 염증반응, 대사변화 및 노화세포분비체(SASP)가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노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인 노화염증(senoinflammation) 가설을 제안하게 됐다. 노화염증을 조절하면 노화가 제어된다는 사실을 식이제한 연구로 증명했고, 인간 생명체정보(오믹스) 빅데이터 분석으로도 이러한 개념이 재현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최근 많은 연구자들이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세노라이시스(senolysis) 등을 통해 노화를 제어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는 더 근원적으로 노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대사이상, 즉 노화대사에서 노화세포로의 연결고리를 제어하는 인자들을 찾아서 이를 조절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이제 막 시작 단계이다. 앞으로 노화 관련 빅데이터 분석과 AI 및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총체적으로 생명체에 접근하는 시스템적 연구를 통해 노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통합적으로 잘 이해하고 조절하게 되면, 머지않아 건강장수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이 나오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노화염증 반응은 노화와 노인성 질환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며, 이를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하고, 생활 습관 개선을 실천해 노화염증을 잘 조절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정해영 부산대학교 약학대학 석좌교수 동남권항노화의학회 고문
2023-04-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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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는 이야기] 주름이 잘 생기는 피부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피부는 얇아지고 탄력을 잃어 간다. 이런 노화의 결과로 주름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같은 나이대 사람보다 더 탱탱하고 주름이 없는 피부를 가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사람의 피부 두께는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개인의 행동 성향 분석법이라고 하는 MBTI처럼 미국 의사 바우만이 만든 ‘바우만 피부 분류법’은 피부 특성을 지성인지 건성인지, 민감성인지 저항성인지, 색소성인지 비색소성인지, 주름성인지 탱탱함인지 분류하고 총 16가지의 타입으로 나누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 구분법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인종 같은 나이대라도 다양한 피부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타고난 피부의 성격에 따라 노화가 더 빨리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태양광선, 얼굴의 움직임, 얼굴을 닦아 내는 클렌징 등과 같은 것이 하루 이틀 계속되면 외부 자극, 또는 외부 손상의 형태로 우리 몸에 축적된다. 작은 자극이라도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계속되면 피부는 주름과 같은 노화의 흔적을 보이게 된다.
미용성형 분야에서 주름을 없애는 방법으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보툴리눔톡신을 주사하는 것이다. 상한 통조림 캔에서 발견된 식중독균이 얼굴 주름을 없애고 각종 질환에 사용되는 마법의 약물이 되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보툴리눔톡신을 피부나 피부밑 표정 근육에 적절히 주사하면 근육의 움직임이 줄어들어 표정 주름이 없어진다. 유지 기간은 길어야 6개월이지만, 간단한 주사로 표정 주름을 없앨 수 있어 세상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독소가 되었다.
하지만 얼굴에 있는 모든 주름을 보툴리눔톡신으로 없앨 수는 없다. 보툴리눔톡신으로 없앨 수 있는 주름은 표정을 지을 때 생기는 주름에만 한정된다. 표정을 짓지 않더라도 피부가 함몰되어 생기는 깊은 주름이라면 그 부위를 채워 넣어야 하며, 늘어진 피부가 드리워져 생긴 부위의 깊은 주름이라면 늘어진 피부를 머리 쪽으로 당겨 올려야만 해결될 수 있다. 다양한 수술적 방법과 비수술적인 방법이 존재하지만, 많은 환자가 만족하는 확실한 방법이 많지는 않다.
결국 나이가 들기 전부터 본인의 피부 성향을 잘 알고 피부 두께가 얇아지는 것을 가능하면 늦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훨씬 경제적이다. 피부에 자극을 주는 행동을 줄이고, 피부를 구성하는 콜라겐, 엘라스틴 등 주요 성분들이 줄지 않고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주름이 덜 생기고 늦게 생기도록 영양, 금주, 금연, 운동 등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 그런 건강한 삶에서도 나타나는 주름들은 그냥 인정하거나, 아니면 항노화성형을 연구하고 진료하는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2023-03-27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