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어지는 이야기] 바이오 해커
인류가 궁극적으로 정복해야 하는 세 가지 사업으로 생명 연장과 뇌 및 우주의 신비 등을 이야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항노화와 생명 연장이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뇌와 우주의 신비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연구 인력들이 우선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인 기업들인 구글과 아마존, 테슬라 등에서 항노화와 수명연장을 위한 연구 사업에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하고 있다. 아마도 이들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항노화와 수명 연장이 향후 엄청난 사업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예상하기 때문일 거다. 이런 대규모의 체계적인 과학적 연구들과는 별도로, 개별적으로 항노화와 생명 연장을 위한 노력과 시도를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들을 바이오 해커라고 부른다. 해커라는 이름이 가지는 부정적인 의미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억만장자인 브라이언 존슨(48)이라는 사람은 하루 24시간 항노화와 수명연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일 영양 보충제를 54알이나 먹고, 고압산소실에서 순수한 산소를 흡입한다. 일 년에도 몇 번씩 최상급 정밀 종합검진을 받고, 10대 아들의 혈장을 자신에게 주사하는 등의 기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의학적으로는 20대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케일라 반스 렌츠(34)라는 젊은 여성 사업가는 고압산소와 적색광 치료를 매일 받고 있다고 하며, 방탄커피라는 것을 개발한 데이브 아스프리(52)라는 사람은 액화질소와 적외선 치료를 받고 줄기세포 주사를 맞는다고도 한다. 비록 이들의 몸은 조금 건강할지 몰라도 마음은 별로 건강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바이오 해커들 이외에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전 세계의 벤처 기업들이 다양한 항노화 치료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오 해킹의 시장 규모는 2030년 기준 100조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재 바이오 해킹을 통해 시도되고 있는 방법들은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장단기적인 부작용들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 되어 있지는 않은 것들이기 때문에 당장 보편화하기는 어렵다.
젊음과 활력을 계속 유지하고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근력(특히 하체의 근력)을 유지하고, 몸에 해로울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확실하게 피해야 하며, 정기적인 상세한 검진을 통해 질병들을 조기에 진단해서 치료해야 한다. 이 방법들을 통해서도 많은 사람들을 백세 이상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바이오 해커들이 추구하고 있는 방법들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것들이며, 이러한 것들이 앞서 기술한 원칙적인 방법들을 능가할 수는 없다.
바이오 해커들의 노력과 시도는 미래를 위해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 나도 매의 눈으로, 효과는 크고 부작용은 적은 새로운 항노화 치료 방법이 개발되는지 늘 지켜보고 있다.
2025-04-21 [17:59]
-
[젊어지는 이야기] 스트레스와 노화
며칠 전 외래에서 있었던 일이다. 60대 여자 환자께서 오랫동안 혈당 조절이 잘 되었는데, 갑자기 당화혈색소가 6.1%에서 7.5%로 많이 증가했다. 최근 남편이 암으로 진단되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런 거 아니냐고 환자께서 질문하셨다.
정말 스트레스 때문에 당화혈색소가 올라갔을까? 당뇨병과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들을 모아 정리한 최근 논문에서 실제로 정신적 스트레스는 혈당을 올리고 더 나아가 합병증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당뇨병의 예방과 진행을 막기 위해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정신적 스트레스는 어떻게 혈당을 증가시키게 될까?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면 호르몬 조절 시스템의 마스터 키 역할을 하는 뇌 속 시상하부-뇌하수체 축이 활성화된다. 그러면 부신에서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늘어나서 포도당을 많이 만들어 필요한 곳으로 잘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원시인들이 산속에서 호랑이를 만나게 되면 본능적으로 도망을 쳐야 하니,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다리에 에너지원인 포도당을 잘 공급해 줘야 한다. 그리고 교감신경계를 활성화시켜 에피네프린 같은 호르몬이 방출되는데,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동공이 커져 집중력을 높아지게 만들어 더 신속하고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게 한다. 현대에서는 이런 위험은 없지만 어떤 종류든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비슷한 형식으로 반응하게 우리는 진화되어 왔다.
이런 호르몬들의 변화는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계속 우리의 몸속에서 그 역할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 반응이 한 번씩 일어나고 원래대로 잘 돌아간다면 우리 몸에는 좋은 쪽으로 작용을 한다. 그러나 만성적이고 반복적으로 활성화되고 누적되면 신체에 이상을 일으키게 된다. 최근에 이러한 것을 심리적 스트레스의 ‘생리적 부담’ 또는 ‘생체 부담’이라고 부르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과 사람 관계 등에서 계속되는 다양한 심리적 스트레스들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그리고 교감신경계를 지속적으로 자극한다. 그러면 코르티솔, 에피네피린 같은 호르몬들도 높아진 상태로 유지되어 혈당이 올라가고 심장 박동 수를 증가시키며 염증에 관여하는 사이토카인들이 많이 생성되고 면역 기능에 관계하는 세포들을 약화시킨다. 장내 미생물도 변한다. 그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 만성 염증 상태는 현대의 만성질환 즉 당뇨병, 비만, 고혈압, 심장병, 암과 같은 병들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호르몬들의 증가는 우리를 더 빨리 많이 늙게 한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빨리 털어 버리자. 그러면 스트레스에 반응했던 호르몬들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오히려 우리를 더 건강하고 젊어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스트레스 호르몬들이 아예 안 생기도록 서로 스트레스는 주지 말자.
2025-03-03 [17:45]
-
[젊어지는 이야기] 벤자민 버튼의 시간 거꾸로 흐를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2008년 개봉한 헐리우드 영화의 제목이다. 우리가 잘 아는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가 주인공인 벤자민 버튼 역을 맡은 이 영화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기이한 상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차 대전이 끝난 직후 부유한 가정에서 이제 막 태어난 아이가 80대 노인의 외모를 하고 있어 양로원에 버려지는데, 이 아이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늙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점점 젊어지는 것이었다. 중장년과 청년 시절로 젊어져 가면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하지만, 그 여인은 점점 늙어가고 벤자민은 오히려 어려져 치매 증상이 점점 심해지다가 결국 갓난아이 상태로 할머니가 되어 버린 여인의 품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다.
최근 역노화(逆老化)라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역노화는 노화를 지연시키는 항노화(抗老化)를 넘어 세포를 아예 젊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인 구글과 엔비디아,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해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마치 영화 속에서 보았던 벤자민 버튼이 노인으로 태어나서 점점 어린 아이로 변해가는 것을 연상시킨다. 현실에서 이러한 일이 가능할 수 있을까?
2006년 일본 교토대학의 야마나가 신야 교수 팀은 쥐의 세포를 4개의 성장인자(Oct3/4, Sox2, c-Myc, Klf4)에 노출시키면,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iPS: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 2007년에는 쥐가 아닌 사람의 세포를 사용해서도 동일하게 줄기세포가 만들어짐을 확인하여 보고하였다. 이 업적으로 신야 교수는 201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줄기세포가 의학적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미 확립되어 있지만, 충분한 양의 줄기세포를 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이론적으로 자가유도 만능줄기세포를 무한정 생산할 수도 있는 이 방법은 줄기세포 연구에 큰 획을 그은 대단한 연구로 평가된다.
줄기세포를 사용한 조직 재생 연구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를 정확히 우리가 원하는 기능을 가진 세포로 안전하게 분화시키고 오랜 시간 유지하는 기술이다. 이 과정에 문제가 있으면 극단적인 경우 줄기세포는 암세포로 변해버릴 수도 있다. 야마나가 신야 교수가 발견한 기술은 일반 세포를 줄기세포로 역분화시킬 수 있는 것이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줄기세포를 다양한 세포들로 분화시키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술은 아직 아닌 것이다.
역노화는 이러한 기술이 더 발달하게 되면 미래에는 젊어지는 의학 기술도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서 만들어진 용어일 것이다. 현재 많은 탁월한 연구 인력이 기업체에서 투자되는 엄청난 연구비를 사용해서 이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장래에 희망적인 결과가 만들어 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아직은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가지 않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2025-02-17 [17:43]
-
[젊어지는 이야기] 인간 욕망의 역사 ‘불로장생’
역사 속 왕들의 불로장생에 대한 욕망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계속되어 왔다. 고대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이 동방 원정 중 ‘생명의 강(River of Immortality)’을 찾아 나섰다는 이야기는 이를 대표하는 전설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여정은 실패로 끝났고, 이는 인간의 욕망과 한계를 보여 주는 상징으로 해석되곤 한다.
프랑스의 루이 14세는 장수를 위해 의술과 약초를 적극 활용했으며, 연금술사와 의사들을 고용해 생명 연장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일본의 천황들 역시 장수를 기원하는 의식을 치르거나 약초를 복용한 사례가 다수 기록으로 남아 있다.
‘불로장생’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은 중국의 첫 황제 진시황이다. 그는 기원전 221년 중국을 통일하며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구축한 군주로, 자신의 권력과 업적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불로장생을 가능케 하는 약초, 이른바 ‘불로초’를 찾는 데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다. 진시황은 각지에서 신선과 도사를 불러들였으며, 바다 건너 신비로운 섬에 불로초가 있다는 소문을 믿고 사신을 파견했다. 이 과정에서 서복(徐福)이라는 도사가 등장한다. 그는 젊은 남녀 수천 명과 함께 바다를 건너 불로초를 찾아 떠났으며, 일부 전설에서는 서복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신화 속 장수와 관련된 약초 이야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지 못한 채 도사들이 만든 다양한 약물을 복용했다. 이 약물은 도교 연단술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종종 수은(Hg)과 같은 유독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었다. 당시 수은은 신비한 금속으로 여겨져 불로장생에 효과가 있다고 믿어졌지만,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독성 물질이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약물 복용은 진시황의 건강을 악화시키고, 그의 생명을 단축시켰을 가능성이 크다.
기원전 210년, 진시황은 자신의 마지막 순행 중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며 4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사망 원인은 병으로 기록되었지만, 장기간의 무리한 불로초 탐색과 연단술 약물 복용으로 인한 신체적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역설적으로, 자신의 권력과 생명을 영원히 유지하고자 했던 그의 집착이 오히려 죽음을 앞당긴 셈이다.
오늘날에도 불로장생과 수명 연장은 여전히 인간의 관심사로 남아 있다. 유전자 편집 기술(CRISPR),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약물 개발, 세포 재생 치료법 등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실질적인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명 연장 연구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하거나, 자원의 불균형적 분배를 초래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윤리적 논란을 수반한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발전을 이뤄 왔다. 하지만 진시황의 예처럼, 과도한 욕망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AI, 유전자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는 오늘날, 불확실성이 가득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인간 욕망의 한계와 그로 인해 초래될 책임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할 시점에 있다.
2025-02-03 [17:30]
-
피부 노화를 늦추는 화장품 [젊어지는 이야기]
피부가 노화되면 기미나 잡티 등 색소 침착이 많아지며, 주름이 생기고, 건조해져서 탄력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피부 노화를 늦출 수 있는 화장품 성분 중에 미백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트라넥삼산(Tranexamic acid)이 있다. 이 성분은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 기미 억제 효과가 있다. 수용성이기 때문에 꾸준히 발라야 효과가 나고, 지혈성분이므로 항응고제를 복용하거나 혈전으로 수술이나는 치료를 받은 경우, 그리고 고령인 경우에는 쓰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기미 치료에 항상 사용되는 성분이므로 이 성분이 들어 있는 화장품을 바르는 것은 미백에 도움이 된다.
피부 미백에 도움을 주는 또 다른 물질로는 멜라닌 색소의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비타민C 성분이 있다. 그런데 순수 비타민C는 공기 중에서 산화되기 쉽고, 흡수가 잘 되게 하기 위해 산성화가 필요해서 피부에 바르면 따가운 경우가 많다. 적극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불편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순수 비타민C 성분이 아닌 비타민C 유도체를 많이 사용한다. 비타민C는 몸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에 미백효과뿐 아니라 항산화 작용을 통해 신체의 노화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보습에는 피부 장벽의 구성 성분이라고 할 수 있는 세라마이드, 콜레스테롤, 지방산 등의 성분이 많은 도움이 된다. 이런 성분들은 기본적으로 ‘세포간지질’ 성분이라 하여 피부 장벽을 유지하는 성분이므로 수분을 가두어 두는 기능을 하게 된다. 또 보습에 중요한 성분으로는 글리세릴 글루코사이드가 있다. 이 성분은 세포 안에 있는 ‘아쿠아포린’이라는 수분 길을 활성화시킨다. 수분 길을 열어 주므로 피부 속 수분량이 증가되어 보습력을 높여 준다.
마지막으로 주름이 생기는 것을 늦추어 주는 화장품 성분으로는 펩타이드, 레티놀, 레틴알데히드 등이 있다. 펩타이드는 피부 내에 있는 섬유아세포를 재생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데, 콜라겐을 재생하는 섬유아세포에 좋은 신호를 주어서 피부 장벽을 회복하고 주름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민감한 피부에도 자극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다른 주름 개선 성분인 레티놀과 레틴알데히드는 비타민A라고 생각하면 된다. 효과의 차이는 있지만 같은 계통이다. 피부 자극이 어느 정도 있고, 빛에 반응하므로 밤에만 발라야 하는 등의 제한이 있다. 하지만 워낙 오래전부터 주름 개선에 검증된 성분이고, 여드름 치료뿐아니라 모공 개선 등의 효능도 있어 다양한 주름 개선 화장품의 주요 성분으로 사용되고 있다.
동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노화에 도움이 되는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강한 빛과 자외선에 의한 피부 광노화를 막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좋은 성분의 화장품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항노화를 위한 다른 치료들과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꾸준히 사용해야만 원하는 피부 노화 방지 효과를 볼 수 있음을 기억하자.
2025-01-13 [17:27]
-
[젊어지는 이야기] 갑상선 호르몬, 항노화에 도움?
2024년 12월 23일로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공식 진입했다. 이날 기준 국내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24만 4550명으로, 전체 인구 5122만 1286명의 20%를 넘어섰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이다.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호르몬 중 하나가 갑상선 호르몬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인간의 성장, 발달 및 에너지 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태아로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우리 몸의 중요한 장기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역할을 해 왔고, 이후 계속해서 우리 몸의 대사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하며 에너지 수준부터 영양소 대사 방식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나이가 들수록 갑상선 호르몬 생성은 감소되고 호르몬 관리 조절의 회로에 이상이 생기며 작용에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갑상선 호르몬은 신진대사의 거대한 방향타로, 우리 몸이 음식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속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갑상선 호르몬이 감소하면 대사율이 늦어지고 체중은 증가하며 활력이 떨어지고 기분까지도 가라앉게 될 수 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은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및 죽상동맥 경화증과도 연관되어 있어 노년층의 주요 사망 원인인 뇌 및 심장 혈관질환의 조용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갑상선 호르몬은 골밀도와 근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골다공증 및 근감소증이 발생하여 낙상 및 골절 위험이 높아지는 중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항노화를 위해 섭취하면 좋지 않을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갑상선 호르몬이 많아지는 갑상선 기능항진증도 여러가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갑상선 기능항진증의 전형적인 증상들인 체중 감소, 두근거림, 더위를 못 견디고 땀이 많이 나는 등의 증상들은 노인에게 잘 안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아무 증상도 없다가 심장의 맥박이 불규칙하게 되는 부정맥, 특히 심방세동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이 경우 심장에 혈전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고 이 혈전이 머리 쪽 혈관으로 가서 흔히 뇌졸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엔 갑상선 호르몬이 오히려 조금 모자라는 것이 우리 수명에는 더 좋다는 연구도 있다. 따라서 노인의 정상 갑상선 호르몬 수치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연구가 더 진행되어야 할 부분이다. 갑상선 호르몬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좋지 않다. 정상 범위 안에서 잘 유지되어야 우리 몸의 여러가지 장기들을 원활하게 잘 작동시키고 유지할 수 있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은, 갑상선의 기능과 갑상선 내의 결절, 혹은 암은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마에 혹이 있다고 해도 사람의 지능과는 관련이 없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갑상선 내의 혹은 기능 검사가 아니라 초음파 검사로 사진을 찍어 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2024-12-30 [17:24]
-
[젊어지는 이야기] 부산 실버 건강왕 뽑아 보니
지난달 8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는 전국 최초로 '제1회 실버 건강왕 대회'가 열렸다. 부산일보사와 동남권항노화의학회가 주관한 이 대회는 엄격한 의학적 방법을 사용해서 신체와 정신의 건강뿐만 아니라 노화의 정도를 측정해 '가장 젊은' 참가자를 선발하는 국내 최초의 공식적인 대회였다.
70세 이상의 남녀 어르신만 참여했으며, 종합병원의 건강검진센터에서 세심한 종합검진을 통해 인체 내 중요한 장기들의 기능과 숨겨진 질병 여부를 확인하였다. 일반적인 종합검진 항목들에 더해서, 미국 뉴욕의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대 항노화 연구팀에서 진행하고 있는 TAME이라는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제시한 노화의 새로운 지표들을 같이 검사했다. 1차 예선인 이 검진을 통과한 어르신들은 대회 당일 벡스코에 집결해 본선에 참여하였다.
본선은 노화의 지표로 의학계에 잘 알려진 악력과 보행 속도, 균형 감각, 그리고 하체 근력 등의 신체적인 노화 측정과 더불어 치매 여부와 정신적인 노화 정도를 측정하는 MMSE-K 테스트도 진행했다. 피부와 모발의 노화를 측정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들을 사용해서 피부 노화 상태도 정밀하게 측정했다. 이 본선 점수를 가지고 최종전 참가자를 마지막으로 선발하였다. 최종전은 공개 무대에서 사회자가 미리 준비한 날카로운 질문들에 대한 답변과 장기 자랑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와 유사한 행사들은 과거에도 많이 있었지만, 테스트 항목들이 본 대회만큼 의학적으로 검증된 척도만을 사용해서 세심하게 진행된 대회는 국내에서 현재까지는 없었다고 본다.
대회를 기획해 주관하고, 심사위원장으로 참여했는데 참석한 어르신들의 성적을 보고 정말 놀랐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70세를 훌쩍 넘었지만 젊은 청년에 버금갈 정도의 근력과 밝은 정신을 지닌 분들이 정말 많았다. 이 어르신들에게 젊음의 비결을 물어보니 한결같이 건강하게 식사하고 충분히 운동을 하며, 밝은 마음으로 산다고 말했다.
노화와 항노화를 연구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대회였다. 비싼 항노화식품이나 약물들, 첨단 장비들을 사용하지 않고서도 원칙에 충실하게 건강하고 먹고 즐거운 삶을 사는 것이 항노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강력한 방법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백세를 넘어 사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는 일본 오키나와는 과거 '불사의 땅'이라고 불릴 만큼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 지역에 고가의 특수한 항노화 식품이나 항노화 약품이 있었을까? 그냥 건강한 식사와 어업이나 농사를 위한 육체적인 노동, 그리고 즐거운 마음들만 있지 않았을까?
실버 건강왕 대회는 내년에도 개최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보다 더 많은 어르신들이 참여해주길 당부드리며, 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밝은 분위기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를 기원한다.
2024-12-16 [17:08]
-
동아시아 4국의 장수 비결 [젊어지는 이야기]
한국, 북한, 중국, 일본은 동아시아권에서 지리적·문화적 공통점을 공유하지만, 각국의 평균 수명과 장수 습관은 서로 다른 특징을 보인다. 최근 3년 내 발표된 평균 수명 통계를 보면, 일본은 84.8세(남 81.3세, 여 87.3세)로 세계 최장수 국가임을 입증한다. 한국은 84.0세(남 80.4세, 여 86.8세)로 일본과 근접한 수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78.6세, 북한은 73.5세로 나타났는데, 북한의 경우 데이터 신뢰도와 수집 시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장수의 또 다른 지표인 100세 이상 인구수를 살펴보면, 일본이 약 9만 5119명(남 1만 1161명, 여 8만 3958명)으로 압도적이다. 한국은 약 5581명(남 850명, 여 4731명)으로 일본에 비해 크게 낮다. 중국과 북한은 공식 통계 부족으로 비교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과 한국 모두 100세 이상 인구에서 여성이 80% 이상을 차지하며, 평균 수명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사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도 일관된 특징이다.
여성이 더 오래 사는 이유는 생물학적, 사회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은 심혈관 질환 예방에 도움을 주며, 여성의 이중 X염색체는 유전적 결함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현대 의학 발전으로 임신과 출산의 위험까지 감소한 점도 장수의 주요 요인이다. 반면 남성은 음주, 흡연, 교통사고 등 위험 요소에 더 많이 노출되고, 육체적으로 위험한 직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사망률이 높다.
장수 비결을 살펴보면, 일본은 ‘이치주 산사이’(국과 세 가지 반찬으로 구성된 균형 잡힌 식사)와 ‘하라하치부’(80%만 배부르게 먹기) 철학이 돋보인다. 해조류, 생선, 녹차, 낫토 등 건강식도 일본 장수의 중요한 요소다. 한국은 김치와 된장 같은 발효식품을 통해 장내 건강을 유지하며, 산책과 등산 같은 자연친화적 운동이 활성화되어 있다. 예방 중심의 의료 시스템과 건강 검진도 장수의 비결이다. 중국은 ‘약식동원’ 철학을 통해 음식과 약의 경계를 허물며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 녹차, 고지베리(구기자) 같은 항산화 식품과 태극권, 기공 같은 전통 운동은 중국의 장수 문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북한은 자연 식재료를 주로 사용하고 전통적인 농경 생활이 건강에 기여하지만, 식량 부족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이 장수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식습관은 장수와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육류와 가공식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 만성질환 증가를 경험했다. 이는 식습관 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선 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이 47.3세에 불과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장수한 영조는 83세까지 생존했다. 그는 잡곡밥과 채소를 즐기며 소식을 실천한 채식주의자로, 이러한 식습관이 그의 장수 비결로 꼽힌다.
여러분도 건강한 장수와 항노화를 위해 각자의 식습관을 점검해 보면 어떨까.
2024-12-02 [17:23]
-
[젊어지는 이야기] 남성 호르몬과 항노화
여성의 여성 호르몬은 폐경을 전후해 급격히 감소하는 것과 달리, 남성에서의 남성 호르몬은 30대부터 시작해서 평생 동안 점진적으로 감소한다. 여성 폐경기에 비해, 남성 갱년기는 진단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최근 관련 연구들이 증가되면서 성선기능저하증으로 치료 기준이 마련되고 있다.
남성 호르몬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름은 남성 호르몬이지만 여성에서도 소량으로 존재한다. 남성 호르몬은 근육 성장과 골밀도 촉진에서부터 기분과 에너지 수준 조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체 기능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남성 호르몬은 남녀를 불문하고 성욕과 성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적으로 감소하게 되는 근육량을 보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그래서 특히 남성에서 이 호르몬은 젊음의 활력 및 회복력과 관련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남성 호르몬 수치 감소는 내장 지방의 증가와도 관련이 있어 나이가 들면 뱃살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골밀도와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골절의 위험도 감소된다. 남성 호르몬 수치가 낮을수록 기억 장애 및 실행 기능의 저하를 포함한 인지 기능 저하 위험과 관련이 있으며 기분과 심리적 웰빙에도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노화 방지를 위해 남성 호르몬을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연구들에 따르면 남성 호르몬 치료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은 것으로 진단된 남성, 특히 낮은 호르몬 수치로 인해서 성욕이 낮아지고, 피로, 근육 손실과 같은 증상을 경험하는 남성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치료가 권고된다. 그러나 대부분 남성의 경우 호르몬 감소가 천천히 조금씩 일어나기 때문에 증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실제 치료를 했을 때 증상 호전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남성 호르몬 사용에는 잠재적 위험 및 부작용이 있다. 테스토스테론 치료를 했을 때 심혈관 질환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논쟁은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게다가 전립선암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여러 가지 연구에서 전립선암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기존 전립선암의 성장은 가속화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남성 호르몬 치료는 혈액 속 적혈구 수를 증가시켜 혈전의 위험이 높아지고 수면무호흡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올해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남성 호르몬 치료를 한 사람에서 골밀도는 증가되었으나 골절의 위험은 감소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약간 증가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결국 남성 호르몬 치료는 주치의와 상의해서 이점과 위험을 고려한 맞춤 치료가 꼭 필요한 영역이다. 항노화나 성적인 기능만을 향상시키기 위해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우는 오히려 심각한 건강 문제들을 일으킬 위험이 있음을 꼭 기억해야 한다. 평소 과도한 음주와 흡연을 피하고, 적절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습관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남성 호르몬 수치를 덜 감소시켜 건강한 노화를 향해 갈 수 있게 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이다.
2024-11-11 [17:38]
-
[젊어지는 이야기] 동안 측정기?
젊어 보이는 외모는 상당 부분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특정 MC1R과 같은 유전자는 피부 노화 속도를 조절한다. 피부의 노화 속도와 콜라겐 생성량, 피부 재생 능력의 차이로 주름은 적고, 피부 탄력성이 높을 수 있다. 젊은 얼굴 피부는 탄력이 있고 콜라겐과 엘라스틴 등 피부 내 섬유들이 적절히 유지되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동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전적인 요인보다는 생활 습관이 더 중요하다. 채소, 과일, 건강한 지방 등이 풍부한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고,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 금연과 절주 등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다양한 피부 관리와 미용 시술 등을 통해서도 일정 부분 동안을 만들 수 있다. 레이저 시술, 필러, 보톡스 등의 간단한 시술부터 안면거상술, 지방이식술 등의 미용 성형 수술이 그러한 방법들이다.
그런데 동안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장비가 있을까? 얼굴의 피부와 모발의 상태 등을 계측하는 다양한 신체 측정기들이 이미 사용되고 있다. 피부 측정기, 모발 측정기, 안면 윤곽 시뮬레이터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일련의 장비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피부 상태를 측정한다. 피부 측정기는 고화질의 카메라로 피부를 촬영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해서 피부 상태를 알아낸다. 피부의 색조, 갈색이나 검은색 점의 개수를 세고, 기미와 같은 색소 침착 부위의 면적을 계산한다.
장비에 따라서는 이런 다양한 수치들을 종합해 피부 나이를 계산하는데, 이때 실제 나이에 비해 피부 나이가 훨씬 젊게 나타나면 일단 ‘동안 피부’라고 할 수도 있겠다. 또한 두피와 모발의 상태를 측정하는 모발 측정기도 있는데 두피의 상태, 모발의 굵기와 빈도 등을 측정해 모발 나이를 측정하기도 한다.
나이가 드신 분들 중에 과도한 성형수술이나 시술 등을 통해 무언가 어색하게 보이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런 분들도 과연 ‘동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성형외과 전문의로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우는 과도한 지방 이식이나 필러, 심지어 이물질 등을 얼굴 피부에 많이 넣거나, 지나치게 얼굴의 피부를 당겨서 어색하게 보이는 것이다.
얼굴은 표정을 짓고, 이야기를 하거나 식사를 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부위이다. 이런 부위를 과도한 이물질로 채우거나 당기면 결국 얼굴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가만히 있을 때는 볼륨이 있고 피부가 탱탱해 보여 동안으로 보일 수 있지만, 표정을 짓거나 말을 하게 되면 어색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즉, 동안은 주름이 없고 탱탱한 볼살만 있다고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주름이 조금 있더라도 자연스러운 얼굴 표정이 유지되면서 피부와 얼굴형이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등 좀 더 복잡한 요소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리고 내적인 건강과 젊음이 근간이 되지 않으면 외적인 동안도 결코 오래 지속되지 못함을 꼭 기억해야 한다.
2024-10-28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