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지는 이야기] 노화 예방 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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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 부산백병원 교수 대한내분비학회장

늙는다는 것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이 노화된다는 것이다. 세포는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드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자극이나 심한 스트레스 등에 의해 더 빨리 노화될 수 있다. 노화가 일어난 세포는 일반 세포보다 조금 커지며, 세포 분열이 정지되고, 잘 죽지 않는 등의 특성을 가지게 된다.

나이가 들면 우리 몸 곳곳의 조직에는 노화 과정에 들어간 세포들이 점점 더 늘어나게 된다. 이런 세포들은 원래 가지고 있던 정상적인 섬세한 기능들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염증 유발 물질을 분비해 인근 정상 세포들에 염증을 일으키고, 이들 세포들 역시 비가역적인 노화 상태에 들어가도록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노화와 관련된 염증은 끊임없이 지속될 수 있다.

노화 과정이 만성 염증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조직 속 세포들의 노화와 염증이 지속되면 조직은 그 정상적인 기능을 잃게 되며, 악성 종양이나 동맥경화증, 골다공증 등 여러 만성질환의 발생과 진행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노화 상태의 세포들이 축적되면 신체 조직의 노화와 기능 상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 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면 노화에 의한 조직 전체의 염증은 줄어들 것이다.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진행되던 조직 전체의 노화도 정상적인 속도로 느려질 것이다. 이를 통해 노화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가정 하에 여러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식물성 플라보노이드인 케르세틴이라는 물질과 백혈병 치료제로 사용되는 항암제인 다사티닙을 같이 사용하면 노화 상태에 있는 세포들만 선택적으로 사멸한다. 이러한 효과를 다양한 만성질환 치료에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다. 약물 대신 다양한 유전자 치료 기술을 활용한 연구도 활발하다.

2021년 12월, 일본 도쿄 준텐도 의과대학의 과학자들이 단 한 번의 백신 주사로 몸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해 노화 상태의 세포들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이를 통해 몸 조직의 노화 속도를 늦춰 건강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동물 실험에서 확인하고 학계에 발표했다. 이들이 사용한 펩타이드 백신 주사는 별다른 부작용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한다. 펩타이드 백신 대신에 유전자 치료 기술을 활용한 항노화 유전자 백신도 연구되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 기술을 실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항노화 백신이 개발된다면 주사 한 번으로 전신이 젊어지면서 노화와 관련된 여러 질병도 호전되고, 수명 역시 획기적으로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진시황제가 바랐던 불로장생의 꿈이 현실에서 실현되는 셈이다. 비록 2000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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