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시설 태반이 '생색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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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주요시설 현장점검, 가는 곳마다 불편 도움 청해도 사용 못해

두꺼운 접이식 나무문으로 돼 있어 휠체어 장애인이 혼자서는 열 수 없는 현대백화점의 장애인 전용 화장실.공간이 좁아 문을 닫고 용변을 보기도 어렵다. 이재찬기자 chan@

'있기만 할 뿐 쓸 수 없는 장애인 시설을 왜 만드는지 모르겠어요.'

지체 1급장애인 이태호(40·부산 동구 수정3동)씨는 주말인 지난 25일 용기를 내 난생 처음 백화점을 찾았다.

용기를 낸 게 잘못이었을까.이날 낮 12시30분께 부산 동구 범일동 현대백화점 지하 6층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엔 이미 비장애인 차량이 주차돼 있어 10m쯤 떨어진 다른 주차 공간에 차를 대고 휠체어를 탔다.엘리베이터 쪽 진입로는 미끄럼 방지 시설은커녕 페인트칠 때문에 바퀴가 헛도는데다 급경사여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휠체어가 올라 갈 수 없었다.핸드레일도 규정인 지름 3㎝의 배 가까운 굵기여서 어른 손으로도 힘을 주기가 어려웠다.

1층 장애인 전용 화장실의 나무로 된 접이식 문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혼자서는 열지 못할 무게였고,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문을 열고 겨우 들어갔지만 공간이 좁아 휠체어 방향을 아무리 조정해도 문을 닫을 수가 없어 이용을 포기해야 했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롯데백화점도 마찬가지.같은 날 지하2층 장애인전용 화장실입구에 외부에서 볼 수 있는 안내표지판이 없고 내부 공간이 좁았으며 1층 외부화장실은 평소에 개방되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부산지역 주요 기관과 업체의 장애인 편의시설 태반이 '전시 목적'으로 만들어져 장애인들을 낙심시키고 있다.

부산시가 2002년 부산 아·태 장애인경기대회를 앞두고 최근 아시아드주경기장 외 부산지역 경기시설 7개소와 김해공항 부산역 태종대 금강공원 롯데·현대백화점 등 15개 기관·업체의 장애인 편의시설을 일제 점검한 결과 점검 대상 전 시설에서 문제점이 지적됐다.

부산의 관문인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장애인 출·입국 통과대는 문의 너비가 휠체어 통과 규정인 65㎝와 거의 같아 휠체어가 자유자재로 통과할 수 없었다.장애인용 화장실도 입구 문턱이 높아 휠체어가 다니기 어려운 데다 안 여닫이문,좁은 공간 등으로 사용에 큰 불편을 주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부산역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유도블록이 도우미의 안내 없이 장애인 혼자 찾아다니도록 설치돼 장애인이 헤맬 수밖에 없었다.화장실 역시 좁은데다 고정식 보조손잡이가 공간을 차지,휠체어가 움직이기 힘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진입 경사로가 급하지만 핸드레일이나 수직형 리프트가 없는 사직체육관 수영장 관람석과 선수이동동선의 경사가 급한 강서체육공원,유도블록이 규정에 맞지 않는 사직종합체육관 등 주요 체육시설도 재정비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부산의 대표적 관광지인 태종대 전망대의 장애인용 남녀 화장실은 변기 6개 중 2개에 장애인을 위한 손잡이가 하나씩 부착돼 있을 뿐 크기나 시설이 일반 화장실과 다를 바 없었다.

시 아·태장애인경기대회 지원과 배광효 과장은 '이번 점검 시설들의 문제점을 통보해 시정토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승아기자

seung@pusa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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