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의 마술사들' '가자 ! 충무로로…'
영화 메가폰 잡은 CF감독들
정윤수 '예스터데이'막바지 촬영, 윤제균 '두사부일체'흥행 성공, 민병천 '유령'으로데뷔 새작품 11월에'가자,충무로로!'
'15초의 마술사'로 불리는 CF감독들이 속속 충무로에 입성하고 있다. 부산 출신 윤제균 감독이 대열의 선두. 그는 광고대행사 LG애드에서 카피라이터 겸 AE(광고기획자)로 일하면서 '라끄베르와 상의하세요'란 명카피를 만들어냈고 97년 세계 인터넷광고 공모전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영화 '신혼여행''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 등 두편의 시나리오로 작가적 기질을 발휘한 그는 지난해 11월 개봉했던 코믹액션 '두사부일체'를 통해 충무로 흥행감독으로 우뚝서며 부러움과 찬사를 한몸에 받기도 했다. 현재 강원도의 조용한 산사를 찾아 차기작을 구상중이라고.
부산에서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SF 액션 '예스터데이'의 정윤수 감독도 광고대행사 제일기획에 몸담았던 '애드맨' 출신.
2020년 통일 한국의 국경지대에 위치한 '인터시티'를 배경으로 연쇄 납치살인 사건을 저지르는 초인적 범죄자 골리앗과 미래경찰 SI 요원들의 대결을 그릴 이 작품에서 그는 CF 감독 출신답게 생생하고 빠른 영상을 선보인다.
CF에서 영화로 자리를 옮긴 인물 가운데 최진수씨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대우 '탱크주의' 광고로 이름을 떨친 그는 95년 데뷔작 '헤어드레서'를 선보였으나 현재까지 이렇다할 후속작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에스콰이어 CF 등을 연출한 민병천 감독은 99년 '유령'으로 성공적인 충무로 신고식을 치렀다. 오는 11월 개봉을 목표로 유지태·이재은 주연의 SF 액션 '내츄럴시티'를 다음달 크랭크인할 예정.
이들 외에도 TTL 광고로 CF계의 스타로 떠오른 박명천 감독과 화장품 CF로 널리 알려진 차은택 감독도 충무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대 안의 블루''시월애'의 이현승 감독은 반대로 영화에서 CF로 '외도'한 경우. 한때 광고회사 유레카를 공동운영하며 삼성 애니콜,018,지오다노 등의 광고를 찍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CF 출신들의 스크린 공략은 할리우드에 비하면 훨씬 늦고 뜸한 편. '블랙 호크 다운'의 리들리 스콧은 영화계 입문 이전에 RSA란 광고회사를 차려 CF를 제작했으며,'휴먼 네이쳐'의 미셸 곤드리 감독 역시 CF 최다수상기록을 수립하며 기네스북에까지 오른 재주꾼. '더 록''진주만'의 마이클 베이,'드리븐'과 '클리프행어'의 레니 할린 등도 CF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충무로 주변에선 순간적인 재치에 의존하던 CF도 영화적 기법을 많이 채용하는 추세이고 장르간 장벽도 점차 낮아지고 있어 CF 출신의 영화계 진출이 갈수록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호일기자 tokm@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