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성역화·무책임이 잇단 참사 불러” 커지는 규탄 목소리
내부 재량 결정, 법보다 앞서고
감사원 감찰 대상에서도 제외
위원장·대법관 겸임, 방만 키워
진상규명위 발표, 실효성 의문
부산 등 대학가 2030 분노 확산
8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모여 '부정선거'와 '재선거'를 주장하며 규탄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6·3 지방선거 당시 벌어진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중앙앙중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가 되풀이되자 외부의 감시에서 벗어난 성역화된 구조와 무책임한 운영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일시 중단됐던 PK지역에서도 선관위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가 오는 10일 발족된다. 이는 지난 3일 치러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전국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 등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다. 선관위는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위원회를 선관위 외부 인사들로만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9명으로 구성되며, 10일로 설정된 활동 기간은 추후 연장될 수 있다.
선관위가 선거 관리에서 드러낸 무능과 무책임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3월 제20대 대선 당시 선관위는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간이 용기나 쇼핑백 등에 담으면서 소쿠리 투표 논란을 자초했다.
당시에도 중앙선관위 노정희 위원장과 김세환 사무총장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하지만 선거 절차와 관련된 사무를 총괄한 선거정책실장 A 씨에게는 정직 3개월의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졌다.
내부 지침에 의존한 의사 결정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선관위는 최근 선거에서 사전투표율 증가로 투표용지가 과다하게 남는다는 이유로, 이번 선거를 앞두고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50%까지 감축 인쇄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투표용지 인쇄 수량은 선거인의 참정권 보장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등 법률에 따라 엄격하게 규정되지 않고, 내부 지침에 따라 재량껏 결정되면서 문제가 빚어졌다는 지적이다.
선관위가 헌법 기구로서 외부 감시에서 벗어나 사실상 ‘성역화’됐다는 점도 사태의 배경으로 꼽힌다. 그동안 선관위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보장 등을 이유로 감사원의 일반적인 직무 감찰 대상에서 제외돼 왔다. 여기에 중앙선관위원 9명 중 8명이 비상임인 구조,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는 관행 등에 따른 선관위의 조직 기강 해이와 방만한 운영이 누적돼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선거 당일 투표소 8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부산 지역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0·30대 청년층을 주축으로 한 시민들은 지난 6일부터 부산 연제구 부산시선관위 청사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대, 국립부경대 등 지역 대학의 학생 대표 기구에서는 성명을 내고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부산변호사회도 8일 성명을 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들에게 그 진상을 알리고, 고강도의 조치를 시행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동 제11투표소와 중앙동 제9투표소에도 투표지가 부족해 각 63매, 4매가 추가 배부한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투표지가 부족해 선거인이 대기하거나 실제 투표하지 못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 , 최환석 기자 ch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