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이은실-석은미, 여자복식 첫금 영예
시련끝에 얻은 투지 '만리장성' 격파
최강 중국을 꺾고 여자탁구 복식에서 금메달을 딴 이은실,석은미(왼쪽부터)선수가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관중들의 환호에 인사를 하고 있다. 강원태기자 wkang@2인자는 언제나 서러운 자리였다.
사람들은 맨 위에 선 선수에게만 눈길을 줬을 뿐 2인자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8일 중국을 꺾고 아시아경기대회 사상 처음으로 탁구 여자복식 금메달을 고국의 품에 안긴 이은실(26·삼성카드)과 석은미(26·현대백화점).
지난 95년 국가대표로 선발됐지만 7년동안 2인자 자리를 맴돌았다.
유지혜(삼성카드)와 김무교(대한항공)가 항상 그들의 앞에 서 있었다.
종교의 힘이 아니었다면 좌절했을 지도 모른다. 기독교 신자인 이들은 어려울 때마다 늘 기도했고 서로에 대한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이들은 복식 조로 처음 만났다.
결과는 2회전 탈락. 유지혜-김무교 조는 동메달을 따냈다.
올림픽이 끝난 뒤 둘은 헤어졌다. 복식 조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올해 다시 만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땅히 여자 복식 B팀을 꾸릴만한 선수들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들에게 주어진 마지막으로 기회였는 지도 몰랐다.
짧은 시간동안 훈련했지만 성과는 의외로 컸다. 지난 5월 중국오픈에서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던 북한의 김현희-김향미 조를 꺾고 정상에 올랐고 7월 브라질오픈까지 제패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
호사다마랄까. 시련이 닥쳐왔다.
석은미가 지난 8월 제주도 전지훈련에서 오른쪽 엄지발가락 골절 부상으로 한달동안 연습에 참가하지 못했다.
두 선수 모두 오른손 펜홀더 전진속공형이어서 공격의 폭이 좁고 수비가 약하다는 단점을 메울 시간이 모자랐다.
대부분 사람들은 유지혜-김무교 조를 여자복식 금메달 후보로 거론했다.
이은실-석은미 조는 다크호스에 불과했다.
막상 뚜껑이 열렸을 때 다크호스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4강에서 세계 탁구계의 여왕 왕난-궈얀 조를 꺾은 것이다.
결승에서는 중국의 장이닝-리난 조를 만났다. 석은미의 회복되지 않은 부상이 마음에 걸렸다.
1,2세트를 내주고 3세트를 따내 뒤 4세트마저 잃어 1-3으로 뒤졌다. 1세트만 놓치면 금메달의 꿈은 사라진다.
객관적 실력만 놓고 보면 중국 조가 우세한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은실-석은미에게는 중국 선수들이 갖지 못한 게 있었다. 2인자 자리에서 오랜 시련을 겪으며 다진 투지와 정신력이었다.
반격에 나서 5,6세트를 내리 따냈다. 마지막 7세트는 듀스까지 가는 사투 끝에 12-10으로 승리했다.
두 선수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기에 더욱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며 힘들었던 순간들을 회고했다.
이은실은 '여자 단체전 성적이 나빠 선수 모두가 위축돼 있었지만 기도하고 서로를 격려했다'면서 '우리가 실력은 한 수 아래였는지 모르지만 정신력에서는 중국 선수들을 압도했고 이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했다.
울산=김태권기자 ktg660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