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노태악 중앙선거위원장 사퇴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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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 투표용지 50% 감축 인쇄가 발단
수요 예측 실패로 투표구별 공급 차질
경찰, 직무 유기 등 혐의 선관위 수사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5일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진행된 6·3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소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노태악 위원장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사퇴했다.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정부는 국정조사와 특검을 거론했으며,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노 위원장은 5일 오후 4시 과천 중앙선관위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리게 된 점 다시 한번 머리 숙여 사죄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 허철훈 사무총장 역시 노 위원장과 함께 사퇴할 예정이다.

노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능한 한 신속하게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그 문제점과 대응 과정을 파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방안 등을 마련해 모든 결과를 소상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배경에는 중앙선관위가 투표용지를 선거인 수의 50%를 기준으로 감축 인쇄한 것이 자리한다. 송파구 전체로는 투표용지가 부족하지 않았지만, 송파구 내 146개 투표소마다 선거일 투표자 수에 편차가 있어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용지가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송파구의 최종 투표율은 약 66%인데, 사전 투표율은 23.3%였기 때문에 총선거인 수 기준 약 73.3%가 인쇄됐던 셈이다.

중앙선관위 윤재수 선거정책실장은 “최근 선거에서 지속적으로 사전투표율이 증가함에 따라 사전투표율이 높은 지역은 투표용지가 과다하게 남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후 회수·보관·폐기 과정을 고려할 때 투표용지를 감축해 인쇄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며 인쇄량을 줄인 이유를 설명했다.

중앙선관위는 이 같은 내부 의견과 일선 위원회의 의견을 수렴해 이번 선거 종합관리지침과 사무편람을 개정했다. 개정된 내용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선거인 수의 60%, 다른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지방선거에서는 50%를 하한으로 해 산정할 수 있도록 하되, 지역 실정을 감안해 해당 선거구 또는 투표 구별로 조정하여 인쇄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윤 실장은 “투표용지 부족 상황이 발생했을 때 투표용지를 이송하는 구체적 절차를 마련하지 못해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서 사과드린다”며 “투표용지 인쇄 매수 산정 기준과 절차를 전반적으로 재점검해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6·3 지방선거 본 투표일인 지난 3일 서울 강남·광진·송파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후 부정선거 등을 주장하는 시위대가 투표함을 반축·개봉하지 못하도록 잠실7동 제2투표소를 봉쇄하며 선관위와 대치하기도 했다. 결국 투표함은 경찰력을 동원한 끝에 이날 오전에야 개표소로 옮겨졌다.

이 같은 사태에 국정조사·특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본인 SNS를 통해 “필요하다면 국회의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통해서라도 확실한 규명과 제도 개선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수사를 포함한 모든 수단과 조치를 통해 이번 사태의 진상을 규명할 것을 지시하고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경찰은 선관위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오는 8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직무 유기와 직권남용,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노 위원장 등을 고발한 시민단체를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당 단체 외에도 6개 단체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유사한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유사 판례가 있는지 등을 살펴보며 법리 검토에 집중하고 있다. 선거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투표용지가 부족해진 상황이 전례가 없는 경우인 탓이다. 경찰은 자료와 관련자 조사를 통해 선관위의 투표용지 배급 기준이 준수됐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개표소인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민들과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몰려와 출입구를 막아서기도 했다. 이날 오후 5시 40분 기준 이곳에 몰린 시위대는 2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재투표를 요구하며 출입구를 봉쇄하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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