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성공한 경영자와 아침형 인간
/ 김영기 LG전자 HR부문장 부사장

필자는 해마다 7,8차례 이상 해외출장을 다닌다. 해외출장 중에는 이른바 선진기업을 방문하거나 유명 경영대학의 최고경영자과정에 참석해서 주요 기업의 CEO와 임원들을 만나곤 한다.
인사담당 임원으로서의 직업의식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이들을 만나면서 필자는 이 사람들이 어떻게 그 기업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그 해답 중에 하나는 아침시간에 있다는 것이 필자의 결론이다.
1995년 봄 미국 뉴욕 북쪽에 위치한 GE의 크로튼빌 연수원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아침 6시30분에 잭 웰치 회장이 체육복 차림을 한 채 연수원 산책로에서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의아해하는 필자에게 함께 있던 스티브 커 연수원장은 '웰치 회장은 매일 아침 1시간 이상 운동을 하고 7시부터 회의를 시작한다'고 귀띔해 주었다. 이른 시각부터 움직이는 웰치 회장의 모습은 당시로선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미국 미네소타주에 있는 3M 본사를 방문했을 때 필자는 이 회사에서 37년 동안 일해 온 폴 귈러 수석부사장을 만나 그의 아침시간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는 30년이 넘도록 매일 아침 6시에 회사에 도착해서 대부분의 중요한 일들은 오전에 끝낸다고 했다. 최근에 그는,올해부터는 회사를 은퇴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고 근황을 알려왔다.
월마트의 창업자인 샘 월튼 회장도 특별한 아침을 보내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매일 아침 4시에 기상해서 어지간한 서류와 문서들을 모두 확인하고,오전 8시 정도에 그날의 일상 업무를 시작한다고 한다. 그리고 일과의 80% 정도를 오전에 끝마친다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은퇴했지만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제조 전문(EMS)회사인 솔렉트론의 고이치 니시무라 회장을 만났을 때도 필자는 똑같은 말을 들었다. 그는 새벽 4시에 어김없이 기상해서 과학기술 관련 잡지 등을 탐독한 후 7시에 회사에 도착해 집무를 시작했다고 한다.
일본계 2세로서 대학시절 풋볼 선수로도 활동했던 그에게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그의 아들이 중학생 때 새벽에 신문배달을 하다가 전학을 하게 되었는데,공교롭게도 당장 후임자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자 니시무라 회장 부부는 '고객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며 한 달 동안 아들 대신 직접 신문을 배달했다. 이 일화는 '신문 배달하는 회장'이라는 제목으로 지역신문에 보도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수많은 경영자들이 새벽부터 뛰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새벽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누구보다 먼저 회사에 출근한다는 사실이다. 저녁 약속도 많은 이들이 오히려 아침을 남들보다 더 먼저 시작하는 것이다.
최근에 월간 현대경영이 조사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100대 기업 CEO들의 평균 출근시각은 7시30분이었다. 왜 일찍 출근하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중요한 의사결정은 이른 아침에 하는 것이 좋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침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 있다. 이 시간은 아무런 제약이 없는 자유로운 시간이다. 차이가 있다면,성공한 CEO들은 이 시간을 가장 가치 있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아침형 인간'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 요체는 아침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체질과 습관에 차이가 있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이 새벽 일찍 일어나 활동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의 예에서 보듯이 성공한 CEO들은 대부분 아침을 일찍 시작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침을 일찍 시작하는 것은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기도 하다. 변화의 시작은 지금까지의 습관이나 관행을 바꾸고 또 다른 선택을 하는 데서부터 이루어진다. 습관을 바꾸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아침형'으로의 변화도 유행처럼 일시적으로 따라 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생의 변화를 모색한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도전하고 실천한다면 10년 후 우리의 모습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 10년 후의 그림을 그리면서,많은 사람들이 '아침형 인간'을 향한 변화의 출발점에 서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