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벌벌 떠는 이때 '주문 폭주' 부산 굴뚝기업들
[2009 희망찾기 부울경 기업, 위기를 기회로] 세계의 플랜트 '메이드 인 부산' 부품으로 ②
#사례=지난해 부산 강서구 화전산단에 신규 공장부지를 확보한 부산기업 ㈜태광. 이 기업은 올해 하반기까지 내야 할 중도금까지 200억원을 지난해 9월 부산도시공사에 미리 냈다.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침체 우려가 쏟아지던 때였다. 과감한 결정이었다. 과거 위기 때마다 신규 투자에 나서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고속성장이라는 열매를 맺었던 경험이 자신감 찬 이 결정의 배경이었다.
플랜트 산업 선점 지역 기업 불황인 요즘 되레 주문 폭주
영국 등 '그린 뉴딜' 추진 부산 '풍력 발전' 국내외 호평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굴지의 대기업들도 생존을 걱정하는 경기 침체기에도 탄탄한 경쟁력을 앞세워 신시장 개척에 나서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부산의 중견 굴뚝기업들이다.
올해를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분야는 단연 플랜트기자재와 풍력발전 부품기업들이다. 오랜 조선기자재 생산경험을 바탕으로 신기술과 내부 역량을 길러온 덕분이다.
경기침체마저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다. 각국에서 SOC사업에 잇따라 나서고 있고 신재생에너지가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12월말 부산 강서구 송정동 ㈜태광에서 근로자들이 대형 피팅(산업용 관 이음새)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사진= 정대현 기자 jhyun@ 그래픽= 류지혜 기자 birdy@△플랜트 호황은 이제 시작=부산 강서구 송정동 ㈜태광의 5만6천817㎡에 이르는 부지는 생산된 제품이 꽉 차 빈틈이 없었다. '재고 관리를 이렇게 하다니!' 하지만 의문은 ㈜태광 관계자 설명에 이내 감탄사로 바뀌었다.
"재고라니요. 주문을 받아 생산한 겁니다. 쌓여 있는 제품 모두가 곧 발주처로 나갈 예정입니다. 주문이 밀려 특근을 하지 않고는 물량을 맞추기도 어렵습니다."
이같은 플랜트기자재 기업의 현재 호황은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산업의 추세를 읽고 발빠르게 사업을 전환한 것이 첫째 성공 요인이다. ㈜태광 ㈜성광벤드 ㈜비엠티 하이록코리아㈜ 등 플랜트산업에 뛰어든 지역기업 대부분은 예전에는 조선기자재를 생산하던 기업이지만 최근에는 플랜트기자재로 재빨리 옮겨왔다.
덕분에 불황을 맞은 요즘 이들 기업들의 설비는 쉴 틈이 없이 돌아가고 있다. 플랜트기자재 부문 비중이 전체 생산의 절반을 넘고 있어 주문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부산의 플랜트기자재 분야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엔에스브이 ㈜부성후렌지 등 조선기자재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지역기업들도 해양플랜트 등 플랜트기자재 분야를 확대할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플랜트 부품기업 대표는 "조선이나 자동차 등은 불황을 걱정하지만 플랜트 부문은 앞으로 5~7년간 호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동아대 고기능성밸브 기술지원센터 박영철 소장은 "원자력이나 석유화학 플랜트에 들어가는 기자재는 고도의 기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지역기업들은 선진국 플랜트도 수주할 만큼 기술이 올라섰다"며 "미주나 중동, 중국 등지에서 시장확대 기회도 크다"고 말했다.
△풍력발전 부품 공급기지, 부산=지역의 중견기업들이 불황 속에도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은 진작부터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 개척을 활발히 해왔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신재생에너지 분야인데 부산 기업들은 풍력발전 설비 부품에 주목해 왔다. 지역의 풍력발전부품 기업들은 전통 기술인 단조방식을 발전시켜 풍력발전부품이라는 해외시장을 뚫었다.
그 결과 ㈜태웅이나 ㈜평산 현진소재㈜ 등은 제품력을 인정받으며 미국 GE, 지멘스 등 미주와 유럽 등지의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해왔다.
미래 전망은 더욱 밝다. 올들어 각국에서 경기 부양책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당시부터 재생에너지 관련 공약을 적극 내세워 이런 기대감을 높였다. 영국 등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이른바 '그린 뉴딜'로 불황을 타개한다는 방침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국내외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자리를 부산 굴뚝기업, 특히 신재생에너지 부품기업들이 대거 차지하고 있다.최근에는 인재들도 몰리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평산의 경우 지난해 공채모집에 명문대 출신을 비롯 신청자가 쇄도,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평산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는 공채를 하지 않았는데 전국의 구직자들로부터 하루에도 몇통씩 문의전화를 받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