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심해어 돗돔] 출조 동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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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벅찬 '대물' 수심 140m서 끌어올리다

돗돔 낚시의 채비와 지난 24일 돗돔 낚시에 나선 일행들이 동해남부 해상에서 183㎝짜리 대물 돗돔을 낚아 올리는 과정.

전문 바다낚시꾼들도 일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하다는 돗돔이 최근 자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부산은 물론 전국의 낚시계가 술렁이고 있다. 인간과 거대 물고기 간의 한판 사투, 돗돔 낚시의 진면목을 확인하기 위해 '돗돔 원정대'에 합류했다.

주 포인트는 한일 경계수역 부근…낚싯줄 푸는 데만 3분 넘게 걸려
경력 10년 조사 4명 사투 끝 183㎝짜리 포획…비늘이 엄지손톱만 해

지난 24일 오전 3시 부산 남항을 출발한 배가 돗돔이 서식하는 포인트를 찾아 동해남부 해상으로 향했다. 조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4명이 함께 출조했다. 이들은 아직까지 돗돔 손맛을 보지 못했다. 돗돔낚시의 최고 전문가라 할 수 있는 부산낚시의 이정구 대표도 동승했다.오전 6시. 3시간을 달리던 배가 바다 한가운데 멈춰 섰다. 선장 김정효씨가 '돗돔 포인트'에 배를 세운 것. 사위는 온통 어두컴컴하다.

김 선장은 "지난 2월 이 일대에서 심해 열기 낚시를 하던 중 낚싯대에 걸린 열기를 웬 물고기가 뜯어 먹고 달아난 일이 있었죠. 그때 이곳이 놈들의 소굴이라는 걸 직감했지요"라고 말했다. 올 들어 이 일대에서만 돗돔이 8마리나 낚였다는 게 김선장의 얘기다.

일행 중 한명은 "돗돔 포인트는 아들한테도 잘 안 가르쳐 주는 일급비밀"이라며 "동해남부 해상 한·일 경계수역의 한국 쪽 끝지점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삑~" 어로탐지기를 응시하던 선장이 모니터 속에서 미세하게 움직이는 작은 점 하나를 포착했다. 돗돔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발견된 것. 선장의 신호와 함께 모두들 돗돔 사냥 채비를 갖췄다. 돗돔낚시는 주로 주낙 채비를 쓴다. 이 대표는 승용차 타이어휠에 손잡이를 용접해 붙여 낚싯대의 릴처럼 만든 자체 제작한 돗돔용 채비를 이날 처음 선보였다. 본격적으로 돗돔 낚시가 시작됐다. 수심 140m의 바닥층을 탐색해야 하기 때문에 낚싯줄을 풀어 봉돌을 내리는 데만도 3분이 넘게 걸렸다. 은신처로 삼고 있는 굴 밖으로 돗돔을 꾀어내기 위해 줄을 잡고 1m 가량 들어 올렸다 놨다 하면서 고패질을 시작했다.

10여분쯤 지났을까 배 고물 쪽에서 "고기다"하는 함성이 침묵을 깼다. 윤대범(45·부산 남구 대연동)씨의 손에 마치 줄이 바위에 걸린 듯한 묵직한 어신(魚信)이 감지된 것. 일행들이 모두들 달려들어 줄을 잡았다. 하지만 팽팽하던 낚싯줄이 일순간 맥없이 끊어진 연줄처럼 느슨해져 버렸다. 놈이 약삭빠르게도 고등어를 반쯤만 떼 물고 달아나 버린 것.

모두들 일단 채비를 걷어 들여 다음 포인트로 이동했다. 다시 돗돔 사냥이 시작됐다.오전 6시40분께. 또다시 "고기다" "물었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도 윤씨가 입질을 받았다. 이 대표가 재빨리 줄을 넘겨받아 강하게 줄을 끌어올리며 챔질을 시작했다. 놈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아가리'에 바늘을 단단히 걸기 위해서다.

달아나려는 돗돔과 놈을 끌어올리려는 사람들 간에 사투가 시작됐다. 놈의 괴력에 70도 경사로 곧추선 낚싯줄을 한 명이 잡고 버티는 사이 다른 한명이 어깨넓이로 줄을 잡고 천천히 진득하게 당겨 올렸다. 자칫 위험할 수도 있어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놈과의 밀고 당기기가 15분여가 지나면서 낚싯줄도 그 끝을 향해 치달았다. 드디어 바다 밑으로 돗돔이 허연 배를 내보였다. 마무리로 돗돔의 턱 밑에 작살을 꽂은 뒤 네 명이 달라붙어 녀석을 배 위로 끌어 눕혔다.

느릿느릿 아가미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녀석의 위용은 보는 사람을 압도했다. 비늘 하나가 엄지 손톱만하고 황소 같은 눈은 탁구공보다 크다. 길이 183㎝. 역대 네 번째로 큰 대물이란다. 올해 잡힌 다른 돗돔들과 마찬가지로 암놈이었다.

윤씨는 "잡는 것을 보는 것만 해도 영광인데, 직접 낚게 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사진=문진우 프리랜서 moon-051@hanmail.net

취재협조=부산낚시(051-244-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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