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데올로기는 극단적 민족주의"
북한 연구서 '가장 깨끗한 민족' 낸 동서대 브라이언 마이어스 교수

"영어권에서는 북한을 '강경 스탈린주의' 국가로 표현하고 '유교 사회주의'로도 부르는데 이것은 북한을 오해하는 겁니다. 기존 북한 연구는 북한 사람들이 실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간과해 왔어요."
북한학자인 동서대 국제관계학과의 브라이언 마이어스 교수가 "북한의 이데올로기는 절대 주체사상이 아니다. 북한은 공산주의나 유교와도 관계 없다"는 다소 도발적인 주장이 담긴 신간 '가장 깨끗한 민족(The Cleanest Race)'을 26일 미국 뉴욕 멜빌 하우스에서 출간했다. 그는 북한의 이데올로기를 '극단적 민족주의(paranoid nationalism)'로 진단하면서 과거 군국주의 일본, 나치 독일과 유사한 형태로 규정했다.
공산주의·유교와도 관계 없어
군국주의 일본·나치 독일과 유사
마이어스 교수는 군국주의 일본이 사용했던 이미지와 프로파간다(선전)를 비유로 들어 설명했다. 히로히토 대원수를 중심으로 단결한, 순수하고 단일한 일본민족이 신의 보호를 받는다는 믿음이 김일성 대원수의 영도로 인종적으로 순결한 한민족이 외세와 싸워 이긴다는 것에 비견된다는 것.
마이어스 교수는 "'북한이 잘한 것 중 하나가 친일파를 청산한 것'이라는 인식은 순전히 오해"라면서 "실제 최승희, 한설야, 이기영 등 월북 예술가들 상당수가 친일파였고 이들은 내선일체 프로파간다를 만들던 익숙한 솜씨로 우리 민족 제일주의를 생산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위대한 어머니 김정일 장군님' 등의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 위원장은 엄부자모 중 '자모'의 이미지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부자세습을 근거로 북한의 사상 기반을 유교로 해석하는 것도 비판했다. 또 마이어스 교수는 북한 힌글사전(1964년판)의 '어머니' 항목에 주목했다. '어머니 당' 등 '어머니'가 쓰일 수 있는 용례가 페이지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정작 '아버지' 항목에는 생물학적 관계를 설명하는 한 줄밖에 없다는 것.
북한 주민들에게 주체사상을 질문해보면 대부분 모른다면서 주체사상이 북한의 정치역학에 미치는 역할도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이웃 주민이 차에 무기를 실어와 집으로 갖다 나르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집 아이들이 식사를 잘 하고 있는지, 그 집을 누가 상속할 것인지가 궁금하겠어요? 그 이웃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왜 무기를 실어온 것인지,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죠."
북한 핵 문제나 식량난, 경제 협력 등도 중요한데 기존 북한의 연구에서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세계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는 것이 책을 내게 된 이유라고. 마이어스 교수는 북한을 움직이는 내면적 이데올로기를 찾아내기 위해 지난 5년간 매주 서울의 국립도서관 북한자료실을 찾아가 신문과 선전홍보물 등 북한 원자료에 천착했다. 이 때문에 '가장 깨끗한 민족'은 영어로 된 2차 자료에 의존하는 기존의 북한 연구와 근본적으로 차별화된다고 마이어스 교수는 덧붙였다.
마이어스 교수는 26일 출간에 맞춰 도미한 뒤 28일 하버드대학 강연 등 미국 주요 대학에서 강연회를 갖는다. 김승일 기자 dojun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