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은 우리의 숙명…절대 강자를 꿈꾸죠"
5년여의 공백기를 깨고 지난해 말 두 번째 앨범을 선보인 네미시스.대중적 인기를 누린 경남 통영 출신의 록밴드 '네미시스(Nemesis)'가 5년여의 공백기를 깨고 돌아왔다. 지난해 말 두 번째 앨범을 내더니 올해 초부터 전국 클럽순회 공연에 나서면서 부활의 힘찬 기지개를 켜는 중이다.
멤버 다섯 중 넷의 고향이 통영이다. 통영에도 이런 '얼짱'들이 있었나? 겉으로만 본다면 '음악보다 얼굴 위주의 그렇고 그런 남성그룹'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하다. 한결같이 탤런트 뺨치는 준수한 외모다.
그러나 지난 2005년 데뷔 앨범 '베르사이유의 장미'는 그런 오해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클래시컬 팝 록'으로 불린 그들의 개성 넘친 음악을 대중과 평단은 모두 상찬(賞讚)했다. "마치 베르사유 궁전 앞의 한 떨기 장미를 연상시킨다"는 말도 들었다. 타이틀 곡은 드라마에 쓰이면서 노래방 애창곡 톱10에 올랐고, '솜사탕'은 입소문으로만 퍼져 휴대폰 컬러링과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 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두 번째 앨범 'Lovesick'도 예사롭지 않다. 경쾌한 춤곡으로 극한의 슬픔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슬픈 사랑의 왈츠'가 '제2의 글루미 선데이'로 불리며 벌써 반응이 뜨겁다. 잘못된 사랑인 줄 알면서도 잊지 못하는 아픈 그리움을 담은 뮤직비디오가 배우 이영은의 인상적인 연기와 함께 화제다. 네미시스의 팬 카페 회원 수는 어느덧 2만 6천여 명. 무엇보다 멤버들이 직접 곡을 만들고 연주하는 록밴드로서의 역량이 낳은 결과다. 네미시스는 이번 주 부산에서의 공연이 예정돼 있다. 다음은 대부분의 곡을 만드는 팀의 리더 하세빈과 나눈 이야기.
경남 통영출신 록밴드 '네미시스'
5년여 공백기 깨고 부활 기지개
올해 초부터 전국 클럽순회 공연
-밴드 이름이 별나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율법의 여신이 네미시스다. 절도와 복수를 관장하면서 행복과 불행을 분배하는 신이라고 한다. 한편 '이길 수 없는 강한 상대'라는 뜻도 숨어 있다. 록밴드 이름으로는 딱이지 않은가.(음악을 통해 행·불행, 곧 즐거움과 아픔을 조절하겠다는 음악적 포부가 당차다. 록밴드로서 절대강자를 꿈꾼다는 의지로도 들린다.)
-멤버들은 어떻게 만났나.
△다섯 중 4명이 모두 통영고 선후배 사이다. 당시 학교에 밴드가 없었더랬다. 드럼 치는 정의석을 중심으로 '록키드'들이 하나 둘 모이게 됐고, 그렇게 결성한 밴드의 이름은 처음부터 네미시스였다. 그때 경상대 통영캠퍼스에서 음악하는 형들로부터 많이 배웠다. 지금 멤버는 나(하세빈), 정의석을 비롯해 노승호(보컬) 민혁(기타) 최성우(베이스)다.(1990년대 말 학교 밴드로 시작해 10년 세월 넘게 뭉쳐왔다는 얘기. 그 결속력이 놀랍다.)
-멤버들이 동시에 군입대를 했다고.
△2006년 말이었다. 여러 사람이 한 팀으로 움직인다는 거, 말처럼 쉽지 않다. 알다시피 밴드란 얼마나 유동적인 조직인가. 그러나 우리는 입대-활동중단-제대-활동재개를 처음부터 결정하고 함께 입대를 결행한 거다. 군 생활하면서 각자 음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은 큰 도움이었다.(4년간의 공백기 후 이들의 음악은 한층 성숙해졌다. 최근의 두 번째 앨범이 그 증명이다.)
-새 앨범 'Lovesick'을 소개한다면.
△밝음과 슬픔, 빛과 어둠의 이중성을 말하고 싶었다. '짙은 슬픔의 미학'쯤으로 표현할 수 있다. 허무와 미적 감성이 만나는 거기에 카타르시스가 있지 않을까. 낡은 형식을 넘어 인간 감정을 솔직하고 아름답게 드러낼 줄 아는 음악을 우리는 꿈 꾼다.(14곡으로 된 신작은 고운 선율과 서정적인 가사, 애절한 목소리와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들으면 안 잊히는 중독성이 있다.)
-타이틀곡 '슬픈 사랑의 왈츠'에 사연이 있다는데.
△멤버 중 한 명이 사랑했던 연인과 헤어졌던 실제 경험을 담은 것이다. 무명에 가까웠던 당시 그의 연인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여자연예인이었다. 그는 많이 힘들어했다. 2집에 실린 대부분의 곡들도 멤버들이 직접 겪은 사랑과 이별 이야기다.(그래서일까 새 노래들은 더욱 애잔하고 아프게 꽂힌다.)
-네미시스의 음악적 지향은.
△'걸그룹'밖에 보이지 않는 지금의 가요계는 천편일률의 풍경이다. 어쩐지 어색하고 외롭다. 록음악을 하는 것은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록음악이 어렵고 강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감수성 넘치는 대중적인 록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록밴드 부활에 앞장서겠다. ▶'네미시스' 부산 공연, 13일 오후 7시 클럽 인터플레이. 02-6414-7005. 김건수 기자 kswoo33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