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우대로 균형발전 효과를…" 비수도권 공동 대응 주목 [다시, 지방분권]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⑧ 지역별 법인세 차별화

수도권 기업들 지역 투자 고려 시
가장 효과적인 혜택으로 손꼽아
2007년 첫 등장 후 20년째 공전
비수도권상공회의소협의회 중심
지역 기업 차등 세제 3법 발의도
부산상의도 핵심 정책 과제 제시

비수도권상공회의소협의회는 지난 4월 29일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비수도권 세제 개편을 촉구했다. 비수도권상공회의소협의회 제공 비수도권상공회의소협의회는 지난 4월 29일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비수도권 세제 개편을 촉구했다. 비수도권상공회의소협의회 제공

조세는 기업의 경제 활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어떤 지역이든 세율이 같다면 기업은 인프라와 산업 생태계를 갖춘 수도권을 떠날 이유가 없고, 지방은 구조적인 열세를 뛰어넘기 어렵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 수단으로 법인세를 비롯한 조세 제도를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자는 요구는 최근 비수도권 상공계의 공동 대응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왜 법인세 차등화인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청년(20~39세) 인구 50만 5767명이 수도권으로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부산에서는 6만 1254명의 청년 순유출이 발생했다. 2024년 수도권으로 청년(19~34세) 1인 이동자 6만 2000명이 순유입됐는데, 이중 5만 8000명이 전입 이유로 직업을 꼽았다. 핵심은 좋은 일자리다. 지난해 기준 국내 대기업 500대 기업의 77%, 100대 기업의 79%가 수도권에 본사가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를 보면 수도권 기업들 또한 지방 투자를 고려할 때 가장 선호하는 인센티브로 세제 혜택(51.5%)을, 그 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혜택으로 법인세의 지역별 차등 적용(62.8%)을 선택했다. 신규 투자 대상지로 여전히 수도권(50.2%)과 인근 충청권(23.6%)이 최우선인 상황에서 법인세 차등 적용이 지방 투자의 핵심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수도권 기업의 지역 이전을 유도하는 세제 혜택은 지금도 있다. 수도권 밖으로 본사를 이전하면 5~10년간 법인세(공장의 경우 법인세 또는 소득세) 100%를 감면하고 이후 3~5년간 50%를 감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한시적 혜택이라는 한계 때문에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은 오히려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지방을 지켜온 향토기업이나 지방에서 창업한 기업은 혜택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지역별 법인세 차등화가 정부 정책 의제로 처음 등장한 건 참여정부 시절이다. 2007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지역균형발전 정책 선도 과제로 지방 창업·이전 기업과 기존 지방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하고, 지역발전 정도와 고용 효과에 따라 지역별로 차등을 주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조세형평성 원칙과 세수 감소 우려, ‘수도권 역차별’이라는 반발에 부딪쳤다.

이후 2020년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법인세 차등 적용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논의가 다시 불붙었다. 2021년에는 윤영석 의원이 관련 내용을 담아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2년 부산·울산·경남 상공회의소는 정부에 공동 건의문을 전달하고 각 정당에도 비수도권 법인세 차등화를 20대 대선 공약으로 채택해주기를 제안했다.

■비수도권 상공계 뭉쳤다

지방 상공계의 숙원이 20년 가까이 논의 단계에 머물면서 비수도권 상공계가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비수도권상공회의소협의회는 2024년 12월 경북·경남·전북·전남 4개 권역으로 출범해 지난 4월 충청권이 합류했다. 협의회는 공동 연구 용역과 국회 토론회를 거쳐 지난 2월 구자근·허성무 의원 등과 비수도권 차등 세제 3법(법인세법·지방세법·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본점이나 주사무소가 비수도권에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일반 법인세율보다 3%포인트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비수도권 소재 기업에 취업한 근로자에게 2030년 12월 31일까지 과세기간별 500만 원 한도로 근로소득세의 50%를 감면하는 신설 조항도 담았다. 기업 유치와 동시에 인재 유입도 함께 유도하는 ‘패키지형’ 세제 개편이다.

협의회가 지난 4월 국회에서 개최한 포럼에서 중부대 강현수 교수(전 국토연구원장)는 “공공기관 이전, 지방이전 보조금 등 인프라와 재정 지원 중심의 공급자형 접근만으로는 수도권 집중이라는 구조적 흐름을 되돌리는 데 한계가 분명했다”며 “기업과 근로자 당사자들에게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비수도권 우대 조세 정책은 실효성 높은 유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상공회의소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별 차등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도입을 지역 경제계의 핵심 정책 과제로 내세웠다. 부산상공회의소 측은 “비수도권 기업은 인재 확보, 자금 조달, 연구개발 등의 구조적 한계에다 급속한 고령화로 성장 동력이 더욱 약화되는 악순환에 직면해 있다”며 “현재의 조세 구조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 고착화를 개선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방 상공계는 비수도권 차등 세제 3법의 국회 통과와 세제 개편이 이재명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 의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수도권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단은 “수도권 일극화로 무너지고 있는 지방의 선순환 고리를 다시 잇기 위해 비수도권 차등 세제 입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마지막 기회”라며 국회의 결단을 촉구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스마트폰 영상제

    당신을 위한 P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