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시와 삶은 동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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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투병 이성부 시인 9번째 시집 '도둑 산길'

이성부(68) 시인이 아홉 번째 시집 '도둑 산길'(책만드는집)을 냈다. 곡절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죽음으로 가는 자기만의 발걸음이 있다. 나는 그것이 조금 빨랐던 것 같다. 2005년 손님 한 분이 찾아왔다. 간암이었다. 술을 끊고 남은 생애 느리게 느리게 걸어가리라, 다짐했다." 올해로 등단 50년, 그동안 대부분의 시가 '산시(山詩)'였는데, 투병 생활하면서는 산에 가고 시 쓰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됐다는 이야기다. 1980~90년대 암벽 등반 체험을 담은 '야간 산행',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얻은 '지리산' 혹은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등 시집이 다 산시였다.

왜 산시일까. "산은 들면 들수록 알 수 없다. 산은 새로움의 세상이다. 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보이는 것, 느끼는 것,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 산에서 삶의 깊이를 본다. 그래서 내게 산과 시와 삶은 동의어다."

산을 통해 얻은 깨침과 성찰의 기운은 자유롭고 가볍다. '글자가 없는 비석 하나/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너무 크고 많은 생 담고 있는 나머지/ 점 하나 획 한 줄도 새길 수 없었던 것은 아닌지'('백비' 중). '내 몸의 무거움을 비로소 알게 하는 길입니다/(…)/ 이 고비를 넘기면 산길은 마침내 드러누워 나를 감싸 안을 것이니…'('깔딱고개' 중). 김건수 기자 kswoo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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