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산공원 비석에 '화재 막아달라'부적이…
용두산공원에서 발견된 용두산신위비 뒷면. 화(火)자를 수(水)자가 에워싸고 있는 부적이다(점선 안). 김경현 기자화재예방 부적을 새겨 1955년에 세운 비석이 용두산공원에서 발견됐다.
주영택 가마골향토역사연구원 원장은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 부산타워 기념품관(팔각정) 뒤편 담장 밑 숲 속에서 비석 3기를 발견했다. 그 중 특이한 것은 부적이 새겨진 '용두산신위(龍頭山神位)' 비. 높이 136㎝ 너비 49㎝ 두께 9.5㎝의 비석 앞면에 세로로 '용두산신위'가 새겨져 있고, '관청에서 허가했다'는 뜻의 '관허(官許)'도 음각돼 있다.
향토사학자 주영택 원장
1955년 세운 비석 3기 발견
水火豫防 음각 신령께 기원
재미있는 건 비석의 뒷면. '부산수화예방(釜山水火豫防)'이란 글 아래에 부적이 음각돼 있는 것. 사각 테두리 안에 화(火)자를 가운데 써놓고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돌아가며 수(水)자가 불을 에워싸고 있는 형상이다. '불의 성'을 둘러싼 해자처럼 보인다. 화재예방 부적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황하수급 사해용왕(黃河水及 四海龍王)'이란 글도 보이는데 황하의 물과 사해의 용왕을 동원해서라도 불을 막겠다는 기원의 주문이다. 비가 세워진 날은 '단기 4288년 정월 15일', 1955년 정월 보름날이다. 비를 세운 이는 문기홍. 경남 도지사 이상룡, 경찰국장 최치환, 부산시장 최병규의 이름도 적혀 있다. 민관합동으로 비석에 부적을 새겨 용두산 산신령께 무탈을 빌고 기원한 특이한 비석이다.
2기의 비석은 5m 간격으로 좌우에 서 있다. 그 중 하나에는 55년 4월에 세운 것으로 용두산 산신령에게 불이 나지 않도록 기원하는 제사와 기도대회를 열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또 다른 비석은 문기홍의 송덕비.
50년대 초반 부산에선 큰불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다. 53년 1월 국제시장 대화재, 53년 11월 부산역전 대화재에 이어 54년 용두산 피란민 판자촌에서 일어난 불로 용두산은 풀 한 포기조차 볼 수 없는 민둥산이 됐다. 비석을 세운 건 바로 이 용두산 대화재 이후. 주 원장은 "용두산에 두모포진지 비석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공원을 샅샅이 뒤지다가 접근이 쉽지 않은 이곳에서 이 비석을 찾았다"고 했다.
이상헌 기자 tt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