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주 감독 "적절한 선수 교체가 승리 원인"
우승 이모저모
U-17 여자월드컵에서 트리플 크라운(우승·득점왕·골든볼)을 달성한 여민지가 26일 득점왕에게 수여하는 골든부트를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포트오브스페인(트리니다드토바고)AP연합뉴스○…17세 이하(U-17) 여자축구대표팀이 26일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올리자 최덕주 감독의 고향인 경남 통영시에는 축하 플래카드가 내걸리는 등 축제 분위기가 물씬했다.
통영 시민들은 "덕장으로 불려온 최 감독이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며 U-17 여자월드컵 우승을 계기로 통영시에도 여자 축구부가 탄생해 통영이 한국 축구의 메카로 거듭나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밝혔다.
최 감독은 통영 출신으로 충렬초등 축구부에 들면서 축구와 첫 인연을 맺은 뒤 부산의 동래중·고를 거쳐 중앙대, 한일은행, 포항제철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1987년 일본으로 건너가 선수생활을 하다 잦은 부상으로 현역에서 은퇴한 뒤 일본 대학, 실업팀, 오사카 조선고 감독 등을 거치며 지도자 생활을 해왔다.
최 감독의 동래고와 한일은행 선수시절 은사인 김호 통영유소년FC 총감독(전 국가대표 감독)은 "3번의 무릎 수술만 없었다면 큰 선수가 됐을 것"이라며 "부드러움과 성실을 겸비한 리더십이 이제야 그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고 앞으로 더욱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축하했다.
○…최덕주 감독은 26일 우승을 차지한 뒤 "꿈만 같다"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준 게 우승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최 감독은 "몸이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승 연장전까지 뛰어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면서 "교체 멤버를 기용해서 경기 리듬을 되찾은 게 승리의 원인이었다"고 경기 순간을 떠올렸다.
최 감독은 "국내 여자축구 저변이 그렇게 넓지 않다. 지도자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면서 "우승까지 했는데 고생하는 여러 지도자들에게 좋은 혜택이 많이 돌아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에 우승을 안기고 득점왕과 최우수선수상을 차지한 여민지가 대회 기간 쓴 경기 일지가 공개됐다. 이 일지에는 매 경기를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마음가짐 등이 꾸밈없이 적혀 있다.
일지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1-0으로 끌려가다 동점골을 만회하며 사상첫 결승 신화를 창조했던 22일 스페인과 경기 후기다. "골도 기록하고, 어시스트도 했지만 오늘 경기는 정말 못했다. 내게 점수를 준다면 30%도 못 줄만큼!", "잔디가 미끄러운 것도 생각 못하고…(중략)…주위를 살피지 못해서 허둥지둥대기도 했고 실수도 많았다"
여민지는 일지를 정성스럽게 쓴 이유를 "경기에서 반성해야 할 점이나 잘못된 점을 적으면서 다음 경기에는 잘 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결승전 첫 골을 터뜨린 이정은이 평소 '부적'처럼 달고 다닌 '암기 메모'도 함께 공개됐다. 이정은은 경기를 치르기 전까지 경기에서 해야 할 일들을 메모지에 적고 다니면서 방에서든 훈련장에서든 꼼꼼하게 머릿속에 되새기는 노력파.
이정은은 일본전을 앞두고 3장의 메모지에 '항상 주위를 살펴라', '경기장에서 필요한 말(간다, 돌아서, 리턴 등) 많이 하기', '볼 받으며 순간적으로 튀어나가는 움직임을 하면서 주변 상황 체크' 등을 꼼꼼히 적어뒀다. 이정은은 "경기장에는 노트를 가져갈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야 할 거 같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는 29일 최덕주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과 가족, 축구협회 관계자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이에 앞서 최 감독 및 선수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준결승과 결승전 두 경기를 다 봤는데 최 감독이 고생했고, 선수들도 전력을 모두 쏟는 게 보였다"며 "우리 어린 소녀들이 세계에서 우승을 이뤄 국민도 기뻐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정상섭 선임기자·권기택 기자·일부연합뉴스 ver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