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수도, 뉴욕서 베이징으로 이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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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 마틴 자크

기존 국제질서의 패자 서구 국가들이 공격과 정복의 흔적을 남겼다면, 미래의 패자 중국은 지나친 자만심에 근거한 우월 의식과 이를 토대로 하는 위계 의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패권이 우려되는 지점이다. 부산일보DB

지금 세계의 수도는 어디일까? 뉴욕? 2~3년 전이라면 그 말이 맞다. 21세기가 시작됐을 때 뉴욕은 확실히 세계의 수도였다. 9·11테러가 하필 뉴욕에서 일어난 것은, 그 만큼 뉴욕이 세계 이목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마틴 자크. 한때 좌파 이론지 '마르크시즘 투데이' 편집장을 지냈던 영국의 지식인이다. 그는 말한다. "세계 수도가 뉴욕에서 베이징으로 천도한다!" 중국의 급성장이야 무서울 정도지만 그래도 너무 과한 결론 아닌가, 그리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또 말한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10~20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 제1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왜 중국의 부상이 가져올 효과를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보려고 하는가? 새로운 강대국으로 떠오르는 국가는 반드시 자신의 경제력을 정치적, 문화적, 군사적 목적에 이용하는 법이다."

중국 세계패권 장악할 것으로 예측
'황화론'에 대한 서구 불안감 분석


그게 전혀 허튼 소리가 아닌 것이, 최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벌어진 중국과 일본의 갈등에서 중국은 사뭇 폭압적이었다. 한·미해상합동훈련과 관련해 중국은 미국에도 노골적으로 대거리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변화에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세계는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마치 19세기 말 유럽에서 일었던 황화론(黃禍論·황색인종이 백인 문명을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을 다시 보는 듯하다.

마틴 자크의 저작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에서 그런 서구의 두려움을 분명히 보게 된다. '세상은 더 이상 서구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서구 국가들은 난생처음 그들의 달라진 위력을 깨닫게 될 것이다. 미국은 장기간에 걸쳐 경제, 정치, 군사 면에서 정신적 외상을 입게 될 것이며, 심리적, 감정적, 존재적 위기가 눈앞에 다가왔음을 깨달을 것이다'는 표현은 그런 두려움에 다름 아니다.

중국의 패권은 이미 기정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다. 마틴 자크는 중국의 뿌리 깊은 중화사상에 주목한다.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하나의 문명국 중국과 그 주변의 오랑캐로 보는 세계관. 중화사상은 곧 조공 제도와 같은 중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 질서를 의미한다.

마틴 자크에 따르면 이미 조공의 질서는 발현되고 있다. 센카쿠열도 사태가 그렇다. 조공관계에선 중국의 영역을 오랑캐가 침범만 않으면 웬만하면 강제력은 동원되지 않는다. 그런데 '중국의 영역'에서 오랑캐인 일본이 '감히' 중국 어선을 나포했기 때문에 그토록 강경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마틴 자크는 그 외에도 위안화의 기축통화로서의 입지 강화 등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가 중국으로 이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동안 서유럽과 미국의 역사가 중심이 된 세계사가 중국 중심으로 개편되고, 중국어가 각국에서 제2 언어의 지위를 놓고 영어와 경쟁하고, 중국의 대학들이 영미권 대학들처럼 부상하며, 중국 음식과 중의학이 지금보다 더욱 확산되리라고 예상한다. 그러면서 "서구 국가들이 공격과 정복의 흔적을 남겼다면, 중국은 지나친 자만심에 근거한 우월 의식과 이를 토대로 하는 위계 의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한다.

그런데 그 우려가 과연 서구만의 것일까? 중화사상은 중국 이외는 모두 오랑캐로 본다. 그들에게 미국이 오랑캐면 한국도 오랑캐다. 이 점을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마틴 자크 지음/안세민 옮김/부키/620쪽/2만5천원. 임광명기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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