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좋다" 입소문 내던 운전사들 이젠 "후회막급"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007년 말 르노삼성 택시를 구입한 김 모 씨가 지난 달 167만 원의 자비를 들여 교환한 엔진헤드 부분을 가리키고 있다. 서준녕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지난 2000년 국내 진출 후 내수시장에서 단기간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택시기사들 사이에 'SM5 택시의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 영향이 컸다. 이 같은 '구전(口傳) 평가'는 택시를 타는 승객들로 번졌고 일반 승용차 점유율도 확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택시업계를 둘러본 결과 분위기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르노삼성 차량을 보유한 개인택시 기사들 사이에선 더 이상 못 참겠다며 품질 불량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최근 5년 사이 르노삼성의 영업용택시 점유율도 2%포인트 떨어졌다. 


"5천㎞ 주행하니 엔진오일 1.3L 없어져
엔진 전체 교환했는데 또 고장날까 걱정"


택시업계 품질불량 호소에 르노삼성 "통상 오차범위"
영업용 점유율 2005년 말 7.3%→올 6월 5.3%로 뚝



현장서 만난 택시기사들 "회사차원 대책 필요"

엔진오일 소모에 대해 택시 기사들은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주장이고, 르노삼성 측은 통상적인 오차범위라며 맞서고 있는 분위기다.

개인택시 기사들은 "5천㎞ 주행에 엔진오일이 1.3L 소비되었다. 어느 정도 소모는 있겠지만 좀 과한 느낌이다", "엔진오일 정량 3.5ℓ를 주유하고 열흘 정도 운행을 하면 약 1ℓ가량 엔진오일이 준다. 동료기사들이 같은 증상으로 무상 교환 받았다고 해 수리 센터를 찾았지만 10만㎞가 넘었다고 공임비 74만 원을 요구했다"는 등의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2년 전 SM5 택시를 구입한 50대 개인택시 기사 김 모 씨는 "엔진 전체를 교환했는데도 엔진오일을 많이 먹어 엔진헤드가 또 망가질까 우려된다"면서 "요즘 승객들에게 르노삼성차를 타지 마라고 홍보한다. 2년 만에 이렇게 차가 말썽을 일으킨다면 누가 르노삼성차를 타려고 하겠나"라고 말했다.

부산역 앞 택시정류장에서 만난 50대의 한 개인택시 기사는 "부산경제살리기 차원에서 르노삼성차를 할인해줄 때 첫 차를 샀고 이번에도 고민 없이 샀는데 후회막급이다"면서 "2008년에도 SM5 LPLi 택시가 시동이 꺼져 리콜까지 했는데 이젠 엔진 자체의 내구성까지 떨어지는 걸 보면 여러 가지로 문제가 많은 차로 보인다. 실력행사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대구개인택시사업조합 측이 르노삼성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리콜 등의 조치를 요구했으나 해당 본부 측은 "'통상적인 오차범위의 소모이며 과다소모가 아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에 택시기사들은 "리콜이 안되면 수리비에 대해 일부 보전이라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부산의 자동차 정비업계 관계자는 "엔진오일도 휘발유처럼 기화되지만 이 정도 소모는 과하다"면서 "엔진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만큼 회사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르노삼성 택시, 5년 사이 2%포인트 점유율 하락

부산지역 택시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택시는 2003~2004년 연간 700~900대 판매되다가 이후 연간 300~500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25일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전체 자동차 등록현황에 따르면 르노삼성 차량 가운데 택시와 렌터카 등 영업용 점유율은 2005년 12월 5만 7천200대가 등록돼 7.3%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7년 말 6.9%, 2009년 말 5.6%로 떨어졌고, 올해 들어 6월에는 5만 600대로 5.3%의 점유율을 보였다.

그나마 개인택시는 아직도 구매하는 이들이 더러 있지만 영업용택시의 경우 르노삼성의 비중이 전체 시장에서 5% 미만으로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 부산의 영업용 택시회사 노동조합 관계자는 "다른 차종에 비해 비싸고 부품 값도 높게 책정돼 부담이 되기 때문에 업체들이 꺼려한다"면서 "특히, 해외에서 수입되는 부품이 많아 부품 조달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차 YF쏘나타 택시의 경우 디럭스(자동변속기)는 1천602만 원으로 사양이 비슷한 뉴SM5 고급형(1천735만 원)에 비해 133만 원이 싸다.

배동진·서준녕 기자 djba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