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들국화, 봄 향기와 함께 '새록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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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한국대중음악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던 록밴드 '들국화'.

들국화가 다시 핀다. 거친 산야의 땅거죽을 뚫고 연하디 연한 제 몸통을 피워올리는 야생 들국화. '들국화'는 1980년대 한국대중음악사에 커다란 족적을 냄긴 록밴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이 이름이 2011년 봄 향기와 함께 다시 돋아나고 있다. 들국화의 데뷔 25돌을 맞아 후배 음악가들이 '들국화 리메이크 음반'의 수록곡들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다시 돌아온 들국화의 옛 멤버들도 컴백 활동에 잇따라 뛰어들었다.

너나 없이 한국대중음악의 최고 명반으로 꼽는 음반이 들국화의 1집(1985·서라벌레코드)이다. 2007년 음악전문 웹진 가슴네트워크가 52명의 음악산업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을 선정했는데, 여기서 들국화의 데뷔 음반은 맨 첫 머리에 이름을 올렸다. 들국화라는 명칭은 '들국화 껌'을 씹다가 지었다고도 하고, 전인권이 그룹 '스카이라크'의 '와일드 플라워(Wild Flower)'를 하도 잘 불러 붙여졌다고도 하는데, 어쨌든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세계로 가는 기차' '매일 그대와' '오후만 있던 일요일' 등 멤버들이 직접 만든 1집의 모든 수록곡들은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명곡들이었다. "현대 음악 마니아의 감성과도 동떨어지지 않으며, 서구 대중음악의 트렌드에서도 벗어나지 않는, 한국대중음악의 르네상스를 열어젖힌 음반이었다"는 게 선정위원들의 한결 같은 평가다.


후배 뮤지션들 리메이크 음반 추진
데뷔 25주년 맞아 재결성설 '솔솔'


이 기념비적인 들국화의 1집 음반을 기념해서 지난해 '들국화 리메이크 음반'이 후배 뮤지션들에 의해 전격 추진됐는데, 올해 25주년을 맞아 드디어 그 첫 결실이 나왔다. 정식 음반 발매에 앞서 우선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와 '매일 그대와' 두 곡이 22일 온라인에서 선공개됐다. 앞의 곡은 록밴드 '허클베리핀'이 세련된 모던록 곡으로 재해석했고, 뒤의 곡은 못(MOT)의 이언의 목소리와 편곡으로 몽환적인 트립합으로 재탄생했다. 이외에도 국카스텐('사랑일 뿐야'), 이장혁('제발'), W&whale('사랑한 후에'), 몽니('그것만이 내 세상') 등이 녹음을 마쳤다. '아트 오브 파티스'의 김바다, 한음파, 테이 등도 준비 중이다. 3월에 디지털 싱글 2곡이 더 공개되고 4월 쯤에 총 9곡을 담은 정식 CD가 발매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들국화의 옛 멤버들이 활동 재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도 고무적이다. 1집 발매 뒤 곧 미국으로 떠났던 조덕환은 2009년 귀국해 올해 초 솔로앨범 '롱 웨이 홈(Long way home)'을 발매했다. 최성원은 개봉을 앞둔 영화 '기타가 웃는다'의 주제곡을 불렀으며, 주찬권은 엄인호·최이철과 함께 '슈퍼세션'이라는 팀을 결성, 건재를 과시했다. 조덕환의 음반은 최근 귀환하는 노장들의 앨범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라는 평가다. 최성원과 주찬권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이 음반은 녹슬지 않은 감각과 관록 넘친 록의 에너지로 출렁이고 있다.

때문에 들국화의 재결성 이야기가 모락모락 솟아나고 있다. 조덕환은 "지난 해 초까지 들국화 재결성을 위해 뛰었다"며 "건강 문제로 요양 중인 보컬 전인권이 회복되면 세월이 흘러도 기다리는 팬들이 있을테니 모두 다시 뭉칠 것을 소망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성원, 주찬권과 재결합 얘기를 끝낸 후 전인권의 집에 10번이나 찾아가 그 시절을 회상하며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최성원도 "상황이 되면 다시 모여 골프 치듯이 음악하고 싶다"고 했고, 주찬권도 "마음속에 늘 가능성은 품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전인권은 지방의 한 병원에서 요양 중인데 오는 4월께 퇴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들국화는 1987년 전인권과 허성욱(1997년 작고)이 대마초 파동에 휘말리며 휴식기에 접어든 뒤 1989년 '아듀, 들국화 고별콘서트'로 공식 해체했다. 그러나 지금, "억지로 만들어낸 음악이 아니라 사람들이 진짜 좋아했던 음악을 만들었던 좋은 그룹이었다"는 최성원의 말처럼, 들국화는 이런 저런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다시 그 꽃망울을 힘차게 피워올릴 태세다. 김건수 기자 kswoo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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