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계열사 장사 혈안… 티켓 기부 등 서비스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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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롯데 야구단 '짠물 경영'

야구 도시 부산을 이루는 것은 바로 이들 팬들의 힘이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 구단이 보여주는 팬 서비스와 유소년 야구에 대한 지원은 다소 인색하다는 평이다. 최근 사직 홈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는 부산 갈매기들. 최성훈 기자 noonwara@

'부산 갈매기(프로야구 롯데 팬들의 애칭)'들은 때때로 한탄한다. '신은 어찌하여 지상 최악의 구단과 지상 최고의 팬을 동시에 주셨냐'고. 부산시민들이 롯데 자이언츠에 보내는 야구 사랑은 전국 어느 팬들보다 크다. '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응원가 소리는 쇠미산을 녹일 기세다. 하지만 팬들의 뜨거운 야구 사랑에 비해 롯데 구단의 서비스는 늘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역에 표 기부도 인색"

부산지역 복지단체 관계자들은 "롯데 자이언츠는 입장권 몇 장을 더 팔거나 수익을 올리는 데만 급급해 지역사회에 기부를 거의 안하기로 유명하다"며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해 티켓 몇 장 기부하는 것도 인색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모금단체 관계자는 "부산 KT 농구단의 경우 티켓 기부를 하고 있는데 롯데는 들어온 게 없다"며 "지난번 플레이오프 때도 KBO측에서 지역 아동 몇 명을 초청한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용광로 응원
목이 터져라 롯데 외쳐도…

그룹 홍보 수단으로만 생각
유니폼 매년 값 올려
사직구장 매점 계열사 독식

'아이파크' 지역사랑과 대조
"유소년 지원 등 적극 나서야"


저소득층 경기 관람비를 지원하는 스포츠관람 바우처 사업 역시 8개 구단 중 롯데만 불참하고 있는 상태다. 이 사업은 티켓 결제 비용의 50%를 국가가 지원하고, 구단 측이 40% 할인 혜택을 부담한다. 18일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다른 7개 구단은 지난 4월 15일부터 이미 사업을 시작을 했지만 롯데는 이달 말께나 되어야 동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롯데 구단 관계자는 "타 구단과 예매 시스템이 달라 호환 작업에 시간이 걸린다"며 "올해부터는 아시아 구단 최초로 유니세프를 후원하면서 매달 1천 석 무료 입장이 가능한 유니세프 데이도 운영한다"고 해명했다.




■유니폼 팔고 계열사 장사?

자이언츠 팬들은 롯데가 유니폼을 비싸게 파는 등 각종 장사로 수익을 올리면서도 구단이나 부산에 투자하는 것은 별로 없다고 비판한다.

블로거 여태욱(31·경남 창원시) 씨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6만 원에 살 수 있었던 스머프 유니폼이 매년 1만 원씩 오르더니 작년부터는 브랜드 로고 하나 더 붙었다고 10만 원 가까이까지 올랐다"며 "구단이 팬들의 충성도를 볼모로 유니폼을 팔아 기업 이익을 극대화 하려는 것은 팬 서비스 치고는 고약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삼성 라이온스의 경우 최근 대구에 야구장을 짓는 기금으로 500억 원을 내놓기로 해 지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롯데는 부산시에 지불할 사직구장 사용료마저 깎으려 들어 비난을 샀다.

부산시의회 안성민 시의원은 "시 용역 결과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제시된 연간 임대료를 롯데는 자체 용역을 통해 절반인 5억 원 선만 내면 된다고 주장했다"며 "롯데가 자기들 때문에 부산 경제가 활성화 됐다는 주장을 내세우기에 '차라리 다른 구단을 유치하겠다'고 말했다"며 2011~2013년 구장 임차 계약 뒷 얘기를 전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부산시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롯데가 사직구장의 빈 공간에 미승인 매점 17개를 추가로 설치해 운영하다 적발된 사실이 지적됐다. 일부 시민들은 롯데가 사직구장 매점을 임대하면서 엔제리너스, 롯데리아, 세븐일레븐 등 계열사 위주로 점포를 입점시킨 데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시민 편의나 소비자 선택권은 무시한 처사라는 이유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롯데 구단 측은 "매점은 예전보다 오히려 가격이나 위생 등이 좋아졌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홈구장 마케팅을 펼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부산 자이언츠' 부르기 운동도

롯데의 돈벌이식 구단 경영에 염증을 느낀 일부 팬들은 '롯데 자이언츠'를 '부산 자이언츠'로 바꿔 부르자는 운동까지 벌였다. 지난 1~3월 인터넷 다음 아고라에서는 '롯데를 넘어 부산 자이언츠로'라는 제목의 청원 운동이 펼쳐졌다.

'부산갈매기'라는 닉네임을 가진 발의자는 "사직구장에서 롯데를 응원하는 수많은 팬들 가운데 롯데의 팬은 1%도 안 될 거라 생각한다. 99%는 자이언츠의 팬"이라며 "자이언츠를 경영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업 이미지 상승의 효과를 누려온 롯데는 자이언츠를 통해 누렸던 각종 혜택을 팬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해 누리꾼들의 지지를 얻었다.

지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롯데가 지역 스포츠 활성화와 인재 양성 차원에서 유소년 야구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부산시교육청 평생교육체육과 곽정록 장학사는 "스포츠는 롯데 야구가 더 인기인데 축구의 부산 아이파크가 오히려 지역에서 저변 인구 확대에 더 기여하고 있다"며 "홍보를 위한 일회성 야구교실 대신 지난 3년 간 5만 5천여 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은 아이파크의 방과후 축구교실 같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동아대 스포츠과학부 정희준 교수는 "우리나라 모든 프로구단은 적자이지만 그 이상의 홍보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구단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롯데 그룹이 지역 주민의 애정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팬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 야구는 지역사회와 기업을 연결하는 훌륭한 매개체"라며 "롯데 그룹은 구단 자체의 손익 계산만 하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지역사회에 공헌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심층기획팀

이재희·박세익·이자영 기자 dee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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