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우리 브랜드] 토앤토
"신발이 아니라 의료기구, 병원·약국서 팝니다"

세계적인 신발 메이커의 외국인 바이어들은 한국에 오자마자 호텔에 짐을 풀고 곧장 조깅을 하곤 했다. 한동안 조깅을 통해 땀을 흘리고 나서야 미팅에 참가했다. 그래야 시차도 적응되고 피곤이 풀린다고 했다. 그런 외국인 바이어들의 모습을 보고는 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마라톤에 열중하다 무릎에 탈이 왔다. 두 번의 수술을 거쳤지만 걸을 때마다 무릎이 아팠다.
신발 소재 개발업체인 성신신소재의 임병문(59) 회장은 그렇게 고통을 겪다 6년 전 회사 연구소에 '숙제'를 내렸다. "걸을 때 발생하는 충격까지 흡수해 주는 신발을 개발할 수는 없을까요?"
신발이 아니라 의료기구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며 유명 병원과 약국에서만 판매하는 특이한 부산 브랜드 기능화 '토앤토'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중창 세계적 명성, 관절보호 신발 개발
2009년 국내 출시 연매출 80억 육박
성신신소재는 국내 신발업체에서 소재분야 업무로 뼈가 굵은 임 회장이 1987년 독립해 세운 기업으로 신발의 미드솔(중창) 부문에서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 세계적인 신발업체들이 너도나도 성신신소재의 미드솔을 채택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에만 매출 1천200억 원을 넘었다.
신발의 미드솔은 충격흡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소재. 성신신소재의 연구진은 임 회장이 낸 숙제로 고민을 하다 이 미드솔을 신발 전체로 확대하는 새로운 발상을 이끌어냈다.
임 회장이 직접 신어 보고 통증완화 효과를 보자 독일 신발회사에 '덕스'라는 브랜드명으로 납품을 시작했다. 의료기구라는 콘셉트로 독일 이외에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프랑스 등으로 판매망을 넓힌 덕스는 관절환자들의 호평 속에서 200만 족이나 팔려나갔다.
해외시장에서 먼저 성공을 거두자 임 회장은 2009년 국내에도 이 새로운 콘셉트의 신발을 선보이기로 했다.
국내 론칭을 위해 토앤토라는 브랜드명을 새로 결정하고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를 통해 마스코트인 검은 고양이 모양도 만들었다.
"고양이는 높은 데서 떨어져도 충격을 흡수해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을 정도로 포유류 가운데 가장 연골이 발달한 동물이지요. 이 고양이처럼 연골을 보호해 주는 신발이라는 뜻으로 고양이를 마스코트로 했습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소재와 제품 모두 의료기구라는 승인을 받는 등 치료용 기능성 신발로 콘셉트를 정한 토앤토는 유통망으로 병원과 약국을 이용했다. 외국의 드럭스토어들이 생필품을 판다는 점에서 착안한 유통방식이었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약국과 병원 안에 신발을 전시하는 데 대해 국내 해당업계가 부담감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해 20회가 넘는 대규모 설명회를 통해 설득에 힘을 쏟은 결과 마침내 전국 2천여 곳의 병원과 약국이 토앤토를 팔게 됐다. 그렇게 출시 3년 만에 토앤토는 연매출 80억 원을 바라보는 탄탄한 브랜드로 성장했다.
임 회장은 이제 토앤토를 세계적인 기능화 명품 브랜드로 특화시키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이 때문에 내구성을 높이고 친환경 소재를 개발하는 등 성신신소재 연구진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졌다.
임 회장은 "사양 회사는 있어도 사양 산업은 없다"면서 "기능성 신발 토앤토로 신발 산업이 전혀 사양 산업이 아니라는 점을 꼭 보여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