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요산문학상 수상 공선옥 씨
"상처받은 약자들의 아픔 함께 호흡하고 싶어…"
소설가 공선옥은 "독일에 2년간 체류하며 독일이 '과거사'를 바라보는 방식을 유심히 관찰하고 싶다"고 했다. 공선옥 제공장편소설 '꽃 같은 시절'로 제28회 요산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공선옥. 수상 소식을 전했을 때 그는 독일 베를린에 있었다. 전화와 이메일로 인터뷰해야 했다. 독일에 간 지 두 달가량 된 공선옥은 18일 전화기 너머 육성을 통해 독일어를 열심히 공부하고, 소설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여성 작가로 첫 요산문학상을 받게 됐는데요.
△ 평소 좋아하고 존경하던 요산 선생 이름으로 된 상을 받게 되어, 마음속 깊은 데서부터 우러나온 감사와 기쁨의 염을 금할 길 없습니다. 요산 선생이 그러셨던 것처럼, 앞으로 더욱더 '작가의 존재이유'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면서, 정치, 언론, 종교, 역사가 놓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세히 보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글을 써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껴요.
-당선작 '꽃 같은 시절'은 한국사회 갈등의 지점을 생생하게 포착했어요.
△ '당대'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는 '당대의 작가'이고 싶어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 중의 한 사람으로서, 특히 당대에 일어나는 일들, 사건들, 보이는 사실들, 현상들, 어떤 징후들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의무'가 있어요. 작가로서 '현장'은 결국 작가의 일터이기도 하죠. '꽃 같은 시절'에 묘사된 '현장'은 특정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특정한 구역이 아닙니다. '소설적 허구의 현장'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곳은 바로 작가인 제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입니다. '꽃 같은 시절'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결국 저를 현실에 개입하는 소설을 쓰게 했어요. '눈앞의 이득'을 위해 오래된 삶의 기반이 속절없이 허물어지는 모습은 이미 특정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꽃 같은 시절'은 특정한 지역의 특정한 사람들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소설은 전남 담양에 사는 친구가 직접 겪은 사실이고, 취재라기보다는 연대한다는 마음으로 2년가량 수시로 드나들었습니다.
"소설 '꽃 같은 시절'은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
허구 아닌 실제 경험 담아
빈부 차·지위고하 넘어
인간이 존중받는 세상이
내 작품의 키워드
광부의 삶·광주 이야기 조명
장편소설 2편 집필 구상"
-소설에서 재개발, 철거 등 묵직한 주제를 활달한 서사로 풀어냈는데.
△ '삶의 현장'에서 몸을 움직여 '노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활달'합니다. 그리고 노동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놀이'가 있고 '해학' 없는 놀이는 없습니다. 있다면 아마 '재미없는 놀이'쯤 되겠지요. 작가인 제가 '꽃 같은 시절'에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결국 '꽃 같은 시절'에 나오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같은 것이라야 한다고 여겼지요.
-요산의 문학 정신과 본인의 작품 세계가 맞닿는 지점은.
△ 지금도 요산 선생의 '사하촌'과 '모래톱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전율이 일고 뜨거운 눈물이 나요. 요산 선생이 '사하촌'을 썼던 때는 1930년대이고 '모래톱이야기'를 썼던 때는 1960년대입니다. 그러나, 요산 선생이 그렸던 1930년대 풍경이나 1960년대 풍경 그리고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서도 10년이나 지난 이 시대에도 변하지 않은 것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의 삶입니다. 문학가는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제 마음들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제공해 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것들이 조금씩은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한 가지 더욱더 나빠진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난'을 바라보는 사람들 마음속 시선입니다. 물질이 두드러진 시절에 '가난'은 이제 드러내서는 안 될 '죄악' 같은 것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가난'을 요산 선생이 쓰신다면 어떻게 쓰실까요. 요산 선생의 문학 정신은 제게 너무나 결정적인 것입니다.
-독일에 어느 정도 있을 예정인가요.
△ 독일에는 지난 8월 5일 도착했어요. 삶은 장소와 상관없이 지난한 것이지요. 독일에는 2년 정도 체류할 예정입니다. 일단은 오래 살았던 곳을 떠나 내가 태어나서 살았던 곳에서의 내 삶과 내 삶의 풍경을 거리감을 가지고 바라보고 싶은 것이 한국을 떠난 가장 근접한 이유가 되겠죠.
-독일에서 장편소설 2편을 집필한다고 들었는데요.
△ 무엇보다 지난 1960~70년대 이곳에 파견된 광부와 간호사들의 삶을 알고 싶어요. 그들의 청춘시절이었던 한국의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이곳에서 그들의 시선에서 소설화시키고 싶어요. 두 번째는 '광주'입니다. 그러니까 1980년대, 제 청춘시절의 이야기를 독일이라는 낯선 장소에서 되도록 '낯선 시선'을 유지하며 쓰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독일이 '과거사'를 바라보는 방식을 유심히 관찰하고 싶어요. 독일인들이 영광의 역사는 물론 치욕의 역사까지도 올올이 기억하려는 모습은 분명히 배워야 할 점이 있어요.
-올 6월 한진중공업 사태 때 희망버스를 타고 부산에 오셨더군요.
△ '오늘 한국의 가장 첨예한 삶의 현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한국인들이 자본을, 그리고 자본가를 대하는 방식만큼 노동과 노동자를 대하는 방식이 성숙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 사람들의 생활이든, 정신이든, 절대로 더 발전할 수 없다고 봅니다.
-공선옥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 '인간의 품위'입니다. 다른 말로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품위'란 고상한 것이 아니고 '편안한 일상'입니다. 지위고하, 빈부 차이, 남녀노소를 떠나 인간으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상태. 그런 상태를 마음의 중심에 놓고 그렇지 못한 상태나 상황이나 사실이나 현상들로 인해서 생기는 불편함이나 부당함들이 저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지요. 이를 테면, 돈이 많다고 돈 없는 사람을 무시하는 상황들이죠.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