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희단거리패 '오구'의 노모(老母)역 김미숙·남미정 두 배우를 만나다
배우 김미숙(왼쪽)과 남미정이 서로 다른 색깔의 '오구'를 보여줄 예정이다. 연희단거리패 제공."김미숙이 노모는 연변에서 온 노모(老母)같네." 이윤택 연출의 한마디에 가마골 소극장이 웃음으로 가득 찼다. 지난 14일 오후, 가마골 소극장은 18일부터 시작하는 연극 '오구'의 무대 세팅이 한창이었다. '오구'는 89년 초연 이후 20년 넘게 계속 공연되고 있는 연희단 거리패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팔순이 넘은 늙은 노모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오구굿을 해 달라고 부탁하고, 굿을 하던 도중 노모가 죽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20년 넘게 한 공연이지만 93년을 제외하고는 남미정과 강부자 이 두 사람이 노모를 맡아왔다. 올해부터는 연희단거리패의 배우 김미숙이 노모로 합세한다. 20년간 노모로 살아온 남미정과 새롭게 노모가 된 김미숙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오구' 초연 때 노모를 맡았던 남미정은 당시 대학교 3학년. 20대가 여든이 넘는 어머니 역할을 맡는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그때는 역에 대한 정서보다는 우리 리듬과 소리를 연마하고 작품에서 앙상블을 이루는 데 더 신경이 쓰였어요."
김미숙
"새롭게 투입
관객과의 호흡
타이밍 잘 잡아"
남미정
"20년 베테랑
디테일하고
몸짓에 능해"
'오구'는 굿과 전통의례로 이뤄진 극인데다 극 중 노모가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에 배우는 전통 리듬과 가락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다. "오히려 30대 중반에 오구를 할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노모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늙은 것도 아니고, 무대에서 모든 것을 다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체력적으로 젊은 것도 아니어서 그랬죠. 특히 이때는 '국민 엄마' 강부자 선생님과 함께 공연할 때여서 스스로도 비교가 많이 됐어요." 그러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의 정서를 생각하게 됐단다. "같은 대사라도 시간에 따라 서로 다른 감정으로 다가오는 게, 작품을 통해 성장하고 배워나간 것 같아요."
김미숙은 1997년 입단 이후 한번도 빼놓지 않고 '오구'에 참여했다. 무녀, 각설이뿐만 아니라 남자 역할인 석출까지 남장으로 연기했을 정도. 노모 역을 맡게 된 소감을 물었다. "너무 어려운 역할이라 끔찍했죠. 일단 제가 서울 출신이라 경상도 사투리로 대사 하는 게 힘들거든요. 처음에는 '못하면 자르겠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 저에게서 보이는 거예요. 내 안에 어머니의 모습이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자신 있게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20여 년간 노모 역할을 해 온 선배가 있지만 같이 노모 역을 맡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서로의 연기를 통해서 배울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디테일하고, 몸짓에 능한 게 남미정 노모의 장점이라면, 김미숙의 노모는 극의 타이밍을 잘 잡고 관객과 호흡을 잘 맞추는 게 장점이란다. 연출가 이윤택 씨는 "남미정 노모의 '오구'가 작품의 정통성을 지키고, 슬픔의 페이소스를 강하게 보여준다면, 김미숙 노모의 '오구'는 희극적인데다가 템포도 빠른, 좀 더 젊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번 '오구'에는 노모뿐만 아니라 다른 새로운 부분도 많다. 배우의 즉흥성과 개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무대를 부채꼴 형식으로 만들었다. 초연 멤버인 배미향, 하용부, 윤종식이 다시 무대에 오르며, 무녀 역에 배미향과 김소희를 더블 캐스팅해 작품의 전통성을 지키면서 다양함을 보여 줄 예정이다. ▶오구=18일부터 12월 11일까지. 평일 오후 8시(단, 목요일은 오후 4시), 토요일 오후 3시와 7시, 일요일 오후 3시, 월요일 쉼. 가마골 소극장. 1588-9155.
박진숙 기자 tr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