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음식, 어떻게 발전했나
서양 음식문화 적극 수용 다양성 살려
일본 음식점은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 잡지인 미슐랭 가이드도 일본에 대해서는 유독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음식이 오래 전부터 발전한 것은 결코 아니다. 일본은 7세기에 텐무 천황이 살생을 금지한 이래 1천200년 동안 고기를 먹지 말도록 철저히 교육받아왔다. 대신 지방마다 어패류나 채소를 맛있게 조리하는 음식 가공법이 발달했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식사 양상이 크게 바뀌게 된다. 1872년에 메이지 천황이 앞장서서 육고기를 먹으며 육식이 문명 개화의 상징인 시대를 맞게 된다. 육식을 허용해 일본인의 체격에 대한 열등감을 없애는 동시에 서구의 음식문화를 비롯해 발달한 문명을 받아들이려는 의지였다.
그 후 이전에는 생각도 못 했던 서양의 음식문화가 급속도로 침투하기 시작해 서양풍의 재료와 서양식 조리법이 도입된다. 백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일본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음식문화를 즐기게 되었다.
통상수교 거부정책 하에서도 일찍부터 네덜란드와 교역해온 나가사키에서는 서양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 나가사키는 일본에서 서양요리의 발상지가 되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서민들이 서양요리를 일본식으로 만들어낸 돈가스와 같은 일품 양식들도 속속 탄생했다.
빵은 6천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일본인이 빵과 만난 것은 겨우 400년 전의 일이다. 일본에서 빵은 처음에는 군사식량으로 개발되어, 단팥빵과 같은 획기적인 제품도 태어났다. 일본제과협회 관계자들이 한국에 오면 대개 거리에서 보이는 빵집 이름이 다 똑같은 데 대해서 의아해한다. 일본도 1980년대에는 대기업 계열의 빵집이 많았지만 사람들이 점점 그 맛에 질려서 동네빵집을 찾게 되었다고 한다.
박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