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삶 별난 취미] <19> 이유태 부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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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 배운 지 1년 만에 독창회 갖는 노래하는 경제학자

성악을 처음 배운 아마추어가 1년 만에 정식 무대에 서는 건 무리라고 한다. 프로 성악가도 쉰이 넘으면 무대에 오르기 힘들다고도 한다. 이 두 가지를 이유태 교수는 모두 해 낸다. 다음달 2일 오후 7시 30분,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성악가로서 첫 무대 '희희락락 독창회'를 갖는 것이다. 그의 나이 쉰 셋, 성악에 입문한 지 1년 남짓. 그의 직업은 부경대 경영학부 교수, 경제학자다.

"처음에는 아내가 한 번 배워 보라 떠밀기에 순전히 취미로 시작했지요. 일주일에 한 번씩 김태형 성악가를 만나 개인 교습을 받았습니다." 첫 시간에는 "임재범 노래 같은 것도" 불렀으나 가요는 그날로 끝났다. 자연스러운 두성과 울림이 큰 목소리를 듣고는 김태형 성악가가 정통 성악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의 일이다.


뼈암 수술 후 운동 접고 노래 시작

피아니스트 아내 독려로 내달 첫 무대

소점포 경영 지원 새가게운동도 전개


성악을 권했던 이가 처음은 아니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적에 서울대 출신 음악 선생님이 그의 바리톤을 마음에 들어해 서울대 성악과에 추천해 주겠노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미국 보스톤 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93년부터 부경대 교단에 서면서 음악에는 전혀 문외한으로 살았다. 대학 시절 만난 동갑내기 아내가 피아니스트였는데도 그랬다.

2001년 다리뼈 암으로 수술을 받은 뒤 그는 좋아하던 운동을 못하게 됐다. 성악은 그 빈자리를 채우기 충분했다. 한 곡씩 배우고 돌아올 때마다 아내는 매일 같이 피아노 앞에 앉아 연습해 보라 독려했다. "노래를 부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져요. 아내는 제가 음치인 줄 알았다는데, 이제는 제 목소리에서 영혼이 느껴진다고 하던데요? 1년 만에 독창회를 열게 된 건 아내 덕분입니다."

이 교수는 최근에 독창회 준비 말고도 바쁜 일들이 많았다. 지난해에는 중소기업청과 함께 소점포 창업 전문가를 길러 내는 소상공인사관학교를 만들었고, 올해는 부산시와 함께 대학생과 소상공인, 그리고 전문가 멘토가 네트워크를 이뤄 소점포의 경영을 돕는 새가게운동을 이끌었다. 소상공인진흥원의 베테랑 상담사들이 두 과정 모두에 힘을 보태 주었다.

두 과정은 모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내년에는 확대 운영을 계획 중이다. 전자는 제대로 된 교재 하나 없던 소상공인 창업 교육 과정을 체계화했고, 후자는 대학생에게 경영 봉사와 실전 교육을 경험하게 하고,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속적인 멘토링을 수혈하는 '윈-윈' 모델로 평가받았다.

이 교수의 전공은 회계와 재무다. 소상공인 분야에 관심을 가진 건 2007년 사촌의 창업 분투기를 지켜보면서. "이때 프랜차이즈 본사의 인테리어 폭리나 매뉴얼 하나 없는 소점포의 주먹구구식 경영의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경험은 소상공인사관학교와 새가게운동을 거쳐 경영학 커리큘럼에 '소상공인경영학'을 정착시키고 싶다는 큰 그림으로 이어진다.

"제가 오지랖이 아주 넓습니다. 전에 없던 사업들이라 설득하는 데 애도 먹고 사비도 꽤 들였지만, 새로운 소상공인 지원 모델을 만들었다는 데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지금도 소상공인들이 협업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모델을 연구하는 틈틈이 '오 나의 태양' '프로벤자 그리운 고향으로' 같은 공연곡을 연습한다. "여건이 된다면 매년 독창회 무대에도 서고 싶습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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