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나가면 25일씩 조업, 연근해 어선원들 "투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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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망 어선을 타고 제주도 근해에서 고등어 잡이에 한창인 선원 박 모(57) 씨는 이번 대선 때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한 번 배를 타고 나가면 25일 선상에서 근무하고 5일 쉬는데 근무 기간과 투표일이 겹치기 때문이다.

박 씨는 "원양어선이나 외항선을 타는 선원들은 올해부터 선상투표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우리 같은 연근해 선원들은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 투표를 할 수 없어 박탈감이 심하다"고 털어놨다.

바람이 거세지거나 하면 조업 중간에 잠깐씩 제주도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부산에 사는 박 씨가 투표할 방법은 없다. 그는 "쉬는 날 빼곤 거의 바다에 나와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부재자 신고도 의미가 없다. 언제 육지에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투표일·조업일 겹치고
부재자신고도 의미 없어
마트 등 유통업 종사자도
참정권 보장해 달라 촉구


선망을 주업으로 하는 A 수산 관계자는 "10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가 선망 성수기로 이때 매출이 60~70% 정도다. 투표를 위해 육지로 돌아오면 선원들이 거주지로 돌아가야 하고 총 3~4일 조업을 못 하게 되는데 그러면 수억 원 대의 손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근해 선원들은 어느 지역이든 신분 확인만 되면 부재자 신고 없이도 투표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바꿔야 한다"며 "하루 정도는 회사도 손해를 감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행 선거법상 선상투표 대상자는 외항 화물선. 외항 여객선, 원양어선, 해외취업선에 승선한 한국인 선원들로 팩스를 통해 투표를 할 수 있다. 올해 처음으로 실시되는 선상투표는 11일부터 14일까지 실시된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선상투표 신고 대상자 1만 927명 중 7천60명이 부재자 신고를 했고, 이들 중 부산에 주소를 둔 선원은 3천6명이다.

그러나 부산지역 연근해 어선원만 해도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연맹 추산으로 3만 5천~4만 명 선이다.

해상노련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직접 선거선이 연근해를 돌아다니며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일본 사례를 참고해 향후 연근해 선원들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다"고 말했다.

한편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도 투표 참정권을 보장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과 투표권보장공동행동 회원들은 지난 4일 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투표권을 보장하라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연맹 관계자는 "백화점들이 8시 30분까지 연장근무를 하면서 유통노동자들의 투표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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