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초록 여름을 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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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원동의 토종 매실

경남 양산시 원동면 화제리 매화나무 밭에서 직접 수확한 토종 햇매실. 대형마트에서 파는 것 같은 때깔이 나지는 않지만 올망졸망 단단하게 잘 여물어 먹음직스럽기만 하다.

경남 양산 원동의 매화나무밭은 초록으로 시렸습니다. 눈꽃 같은 매화가 흐드러져 장관을 이루던 봄날의 풍경은 져 버린 꽃잎처럼 가뭇없이 사라졌습니다. 6월의 숲은 올망졸망 열린 초록 매실이 내뿜는 강렬한 색감으로 눈부셨습니다.

팔을 걷어붙인 아빠가 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장대로 후드득흐드득. "아얏!" 밑에서 주워 담던 아이들은 잘 여문 매실이 머리 위로 비 오듯 떨어지는 바람에 혼쭐이 납니다. 금세 한 바구니 가득 채워지니 힘들 겨를도 없습니다. 영차! 10㎏짜리 그물자루도 번쩍 들어 올립니다. 꽃샘추위 탓에 수확량이 줄어들까 노심초사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휴일인 지난 9일, 토종 매실의 산지인 경남 양산시 원동면 화제리 매실 수확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개량종에 비해 크기가 작지만 효능이 좋다고 알려진 원동 매실을 수확하러 간 참이었습니다.

이날 가족을 데리고 매실을 따러 간 건 이번엔 제대로 매실액을 담가 보자고 작정해서입니다.

몇 해 전에 매실액을 담그면서 설탕을 대충 적게 섞고 밀봉한 게 화근이었지요. 부글거리며 거품이 너무 올라오는 것 같아 설탕을 더 집어 넣는 것으로 응급처방했습니다. 100일 뒤 과육을 꺼내고 얻은 매실액은 페트병에 담아 해를 넘기며 보관 중인데, '제대로 발효된 게 맞나?' '오래 둘수록 좋아지나?' 등의 궁금증이 가시지 않습니다. 부르는 이름도 헛갈립니다. 매실청, 진액, 추출액, 농축액, 엑기스, 효소…. 게다가 추가 발효로 매실 와인이나 식초도 만든다니, 뭐가 뭔지 도통 모르겠네요.


그래서 부산 남구 문현동의 발효문화공간 '연효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직접 수확한 매실을 들고 '연효재'에 가서 매실발효의 원리를 배운 뒤 담그기에 도전했습니다. 설탕이 많으면 미생물 활동이 억제되고 발효가 이뤄지지 않아 자칫 '걸쭉한 설탕물'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 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발효액은 오래 둘수록 좋을까? 둬도 괜찮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좋아지는 것도 아니니, '싱싱할 때' 먹으랍니다.

어려운 대목도 있었지만 매실 발효의 메커니즘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나니, 매실을 잘 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라고, 매실을 '띄운다'고? 그게 무슨 말인지 궁금하시지요? 매실 발효의 오해와 진실, 지금부터 궁금증을 풀어 보겠습니다.

글·사진=김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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