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매핑'의 세계] "사상역 '커피지도' 들어봤나요?"
"시외버스터미널이 있고 열차와 경전철이 다니는 사상역은 서부산의 관문인데, 막상 누군가를 마중하러 나오면 어디 가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 지 막막해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정보는 너무 분산돼 있어 일일이 찾기 힘들고, 기존 지도 서비스는 별다른 정보가 없고….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직접 모아서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죠."
지난달 28일 사상역 광장의 컨테이너 복합문화공간인 'CATs'에 모인 '반짝반짝 사상역 만들기' 프로젝트 팀의 박대훈 팀장은 '커뮤니티 지도' 제작에 나서게 된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애완동물 동반 가능한 카페 등
특정 주제 맞춤형 지도 제작
공공적 목적 제작·활용되다
최근 개인 관심사로 영역 확대
집단 협업 및 발품 과정 필수
지역 사랑 충실한 작품 가능
학생과 직장인 등 8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이들은 2달 전부터 매주 2시간씩 짬을 내 사상역 지도를 만들고 있다.
구글 맵과 연동해 사상역 인근의 공영주차장, 시외버스터미널, 경전철역, 경찰서 등 공공장소는 물론 커피숍과 맛집, 주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하나하나 테마 지도에 담는 작업이다.
팀원 강선영(27·여) 씨는 "남자 친구와 가볼 만한 분위기 좋은 식당, 아이들이나 애완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편안한 카페, 노인들이 부담 없이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는 쉼터 등 이용자들의 요구를 카테고리 별로 분류해 사상역 주변 정보를 한 장의 지도에 일목요연하게 담는 것이 목표"라며 "사상역을 찾는 이들이 보다 편하고 즐겁게 편의시설을 이용함으로써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도 제작 작업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팀원들이 각자 지도에 담고 싶은 테마를 선정하고, 발품을 팔아가며 사전 조사를 실시한다. 이후 팀 미팅을 통해 어떤 장소와 정보를 넣을 지 최종 선정하고 현장을 방문한다. 스마트폰으로 해당 장소의 위치를 지도 상에 찍은 뒤 사진을 촬영하고 정보를 기록하면 1차 데이터가 완성된다. 이렇게 소집한 정보를 PC를 이용해 구글 맵 상에 업데이트하면 지도 정보가 축적된다.
현재 50%가량 작업이 진행됐는데,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지도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SNS을 통해 공유하고 소책자로 만들어 역 주변에 배포할 예정이다.
■ 우리 동네 지도는 우리 손으로
이처럼 자신이 사는 지역 정보를 모아 새롭게 테마형 지역지도를 만드는 작업이 '커뮤니티 매핑'(Community Mapping)이다. 커뮤니티 매핑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 구글 맵 등의 온라인 지도에 사회적 의미가 담긴 정보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활동이다. 자신이 있는 곳의 위치 정보를 확인하고 사진을 찍고, 이 장소가 어떤 시설인지 필요한 정보를 담은 뒤 지도와 연동하면 '나만의 지도'가 탄생한다.
미국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한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이사가 지난 2005년 뉴욕을 방문해 화장실을 찾다가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뉴욕의 공공화장실 맵을 만든 것이 시초다.
커뮤니티 매핑의 기본 정신은 협업과 공유다. 팀원 장인선(35·여) 씨는 "정해진 정보와 위치들을 한 방향으로 제공하는 기존 지도서비스와 달리 커뮤니티 매핑은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설정해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고 그것을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라며 "많은 이들이 함께 참여할수록 정보의 다양성과 질도 그만큼 높아질 뿐아니라 무심코 지나친 장소와 정보들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면서 지역에 대한 이해와 애정도 깊어진다"고 말했다.
■ 맛집, 자전거도로, 공해지도까지…
지난해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북동부를 강타해 기간시설이 초토화됐을 때 임 이사가 학생들과 함께 만든 '이용 가능 주유소' 커뮤니티 앱이 연방재난국에 의해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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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특정 장소의 위치를 지도 상에 찍은 뒤 사진을 촬영하고 정보를 기록하면 1차 데이터가 완성된다(왼쪽).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PC를 이용해 구글 맵 상에 업데이트하면서 지도를 그려나간다. 이재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