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 썰물] 가마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의 한자 표기는 釜山이다. 순우리말로는 '가마뫼'다. 가마 부(釜)에 뫼 산(山). '가마솥 모양의 산'을 의미한다. '가마뫼'라는 산 이름이 부산의 지명으로 굳어진 것. '가마뫼'는 동구 좌천동 금성중학교 뒷산인 '증산(甑山)'의 옛 이름이다. 산이 멀리서 보면 가마솥을 닮았다 해서 조선 초기부터 가마뫼 또는 釜山으로 불렸다. 조선 후기 작가 변박이 그린 '부산진 순절도' 그림을 봐도 이 산은 영락없이 가마솥 모습을 하고 있다. 동구 주민들이 동구가 부산의 '종가'라는 자부심을 가지는 배경에는 대한민국의 관문인 부산항이 있다는 것과 더불어 부산이란 지명이 가마뫼에서 유래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럼 '釜山'이었던 이 산이 '증산'이 된 이유는? 임진왜란 당시 고니시 유키나가가 부산진성을 점령한 뒤 이름을 증산으로 바꾸고 이곳에 왜성을 축조했다. 시루[甑]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그 뒤 가마뫼는 역사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 산 이름에서 따온 부산진과 부산포가 그나마 이름의 명맥을 유지해 오다 오늘날 부산이란 지명이 정착하게 됐다. 소설가 김하기가 지난해 본보 기고문에서 주장한 바다. 김하기는 증산을 다시 부산, 혹은 가마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의 발상지인 산 이름을 왜장에 의해 개명된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부산시가 2014년 정부의 도시재생 선도지역(근린재생형) 공모에 동구의 '가마뫼 마을 이바구' 사업 등 10개 구·군의 사업안을 신청했다. 선도지역에 선정되면 4년간 200억 원의 국비 등이 지원된다. 동구의 '가마뫼 마을 이바구' 사업은 증산공원을 포함하는 좌천1·좌천4동 전부와 범일1동 일부 서민 주거지역에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고 소규모 마을기업과 공방을 만들어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에 보다 많은 지역이 선도지역으로 선정돼 도심재생의 꽃이 부산에서 활짝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윤현주 논설위원 hohoy@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