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음식 이야기] 홍초가 건강식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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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미생물학과 명예교수

홍초를 건강식품,웰빙식품으로 떠받드는 풍조가 있다. 암, 노화, 변비, 비만, 항산화, 피부노화, 심장병…. 업자들의 광고문구에는 여느 건강식품에 동원되는 신통방통한 효능이 똑같이 등장한다.

식초는 음식의 맛을 시게 해서 기호성을 높이거나 식품의 보존성을 좋게 하는 역할 외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 이 식초에 과일이나 곡물의 붉은색을 섞은 것이 홍초다. 포도, 블루베리, 오디, 석류, 사과 등의 안토시아닌 색소나 검은콩이나 흑미의 흑색(실제는 적색)이 혼입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안토시아닌을 항산화제, 만병통치약으로 침소봉대한 선전이 먹혀드니까 색소를 첨가한 식초까지 대단한 것인 양 포장되는 것이다.

이를 판매하는 업자들은 친절하게도 부엌용 식초보다 농도를 낮춰 2~3%로 희석해서 판다. 왜 희석하는지는 모르겠다. 물이나 다른 음료로 몇 배로 희석해 마시란다. 우유로 희석하면 요플레가 된다는 거짓 선전도 한다.

식초는 신비한 효능이 있거나 건강에 특별히 좋은 식품이 아니라는 것은 전문가들에게는 상식이다. 왜 식초를 신비화 하고 효능을 조작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안토시아닌이 인체 내에서 항산화작용을 나타내어 활성산소를 없애 준다는 주장도 확실한 학문적 근거가 있는 건 아니다. 시험관에서, 일부 실험쥐에 나타나는 현상을 인체에 바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다. 안토시아닌 색소는 종류도 많아서 다 같은 항산화작용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흑초라는 것도 있어 홍초 못지않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식초를 오래 묵히면 당과 아미노산이 결합해 갈변현상이 일어난다. 오래된 간장의 갈변현상과 같다. 흑색으로 변하는 것 외에는 보통 식초와 다르지 않고, 흑색이 특별히 건강에 좋다는 증거도 없다. 식초가 붉은색으로 변했다 해서 특별히 좋을 리도 없으며 색갈이 곱다 해서 인체에 좋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참고로 포도로 만든 흑초가 이탈리아의 발사믹이다.

예전에도 식초(초산, 아세트산)가 건강에 좋다는 잘못된 믿음이 있었다. 항산화 기능을 가진 알칼리성 건강식품이자, 생체 에너지의 공급원이며 숙취 해소와 칼슘 흡수를 돕는가 하면 지방을 연소시켜 비만을 방지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었다.

식초는 약산인 아세트산이 4~5% 정도 녹아 있는 조미식품일 뿐이다. 여기에 색소가 추가됐을 뿐인 홍초, 흑초가 무슨 그리 대단한 효능이 있을 것인가! leeth@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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