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구 꿈꾸는 광안리] 해변로 '차 없는 문화거리' 8년째 유쾌한 난장…"새 명소 만들자"
입력 : 2014-09-11 09:44:28 수정 : 2014-09-12 09:49:29
광안리 '차 없는 문화거리'에서 문화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수영구청 제공광안리 해변도로에 여름마다 주말이면 유쾌한 난장이 펼쳐진다. 수영구청이 8년째 광안리 해변도로를 '차 없는 문화거리'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다양한 문화 공연이 펼쳐지고, 광안리를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이 넘쳐 난다.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이 떠나지 않는 부산에서 광안리 해변도로를 '차 없는 문화거리'로 상시 운영해 부산의 새로운 문화 명소로 만들자는 주장이 자연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광안리 '차 없는 문화거리'의 시작
수영구는 2007년부터 7~8월이면 광안리 해변도로 일부를 '차 없는 문화거리'로 지정해 올해 여름까지 8년째 운영했다. 수영구의 '차 없는 문화거리'는 당시 광안리 일대에 빈 건물이 늘어나는 등 상권이 침체되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으로 시작됐다. 처음 3년간은 노천카페 형식으로 운영했다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공연·전시 등이 열리는 문화의 마당으로 변모한 상태이다.
공연·전시 등 문화의 마당 변모
새 문화지구 변신 가능성 높아
갤러리·카페·바·레스토랑 등
재미와 이야기 있는 공간 늘어야
수영구는 현재 파크호텔 쪽 언양불고기 삼거리에서부터 광안리해수욕장 입구 만남의광장까지 약 900m 구간만을 '차 없는 문화거리'로 운영하고 있다. 수영구청 문화공보과 박희영 주무관은 "당시 '차 없는 문화거리'를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민락동 회센터 쪽 상인들의 반발이 매우 컸다"며 "민락동 회센터 쪽은 원래 접근성이 떨어져 주로 차를 갖고 와서 방문하는 곳인데, '차 없는 문화거리'를 하게 되면 관광객이 더욱 줄어든다더라"고 전했다.
실제로 2007~2009년 노천카페 형식으로 '차 없는 문화거리'를 시행한 초창기에는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의 상권은 되살아났지만 민락동 회센터 지역으로 사람들이 진입하지 않아 당시 민락어패류상인회장이 수영구청에 직접 항의하기도 하는 등 반발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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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안리 '차 없는 문화거리' 풍경들. 수영구청 제공 |
'차 없는 문화거리'가 기존의 도로를 폐쇄하고 운영하게 되는 만큼 주변 다른 도로 등 차량 흐름에 미치는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박 주무관은 "지금도 수영구에서 '차 없는 문화거리'를 운영하는 시간이 되면 연제구부터 해운대구까지 주변 도로의 교통 상황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주민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지만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지역 상권은 물론, 교통 문제에 대해서 사전 합의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문 공연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수영구 문화공보과 관계자들은 광안리 해변도로를 '차 없는 문화거리'로 지정하고 문화 공간으로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의 문화 공연이 지속해서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문화를 즐기는 관객이 없으면 문화거리라는 게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수영구가 '차 없는 문화거리'를 여름 주말 저녁 시간대에 운영하고 있는 것은 교통의 문제도 있지만 거리 특성상 낮 시간대에는 관객이 몰리지 않기 때문이다. 수영구 문화공보과 정임숙 문화예술계장은 "현재 광안리 '차 없는 문화거리'에는 구청에서 섭외한 공연 외에도 스스로 버스킹을 하는 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이처럼 지역의 작은 예술단체나 개인이 자발적으로 공연을 펼치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보는 관객과 자신의 공연을 펼치는 이들이 많이 모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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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안리 '차 없는 문화거리' 풍경들. 수영구청 제공 |
장소만 제공하면 문화예술단체들이 스스로 찾아와 공연을 펼치게 될 거라고 막연히 기대하는 것은 위험하다. 광안리 '차 없는 문화거리'가 성공하기 위해선 다양한 연령대, 자유롭게 문화를 펼치는 이들이 스스로 찾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공연 외에도 전시나 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개성 있는 소규모 상점들을 배치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관광객이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선교 행위 등 종교 공연이나 상업적인 홍보 등을 막는 최소한의 규제와 관리 역시 중요하다.
■광안리 문화지구 변신 제안도시설계 전문가들은 광남로와 수영로를 적절하게 활용하면 광안리를 충분히 '차 없는 문화거리'로 변모시킬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해변로 뒤쪽의 주차장 공간을 넓히고 광안리 해변도로를 덱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걸어 다니며 문화 공간, 상업 시설을 즐기게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앞을 막아 사람을 모으면 해변로 뒤쪽까지 다 살릴 수 있다는 전략이다.
일신설계 김승남 대표는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도시는 워터프런트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광안리 역시 해변도로를 살려 광안리 상권을 뒤쪽으로 많이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광안리의 문화는 단순히 해변로에서 펼쳐지는 문화 공연이 아니라 갤러리, 카페, 바, 레스토랑, 개성 있는 작은 상점들까지 재미와 이야기(스토리텔링)가 살아 있는 공간을 뜻한다. 과거 경성대와 부경대 상권이 분리돼 있고 주택가 위주였던 대연동 지역이 작은 문화 공간들과 아기자기한 상점가로 변모한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김 대표 역시 광안리에 차를 무조건 막고 문화 단체들에 공연을 펼치라는 일방통행식 진행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광안리 문화지구 변신은 해변로뿐만 아니라 광안동 지역 전체에 사람들이 즐기고 탐험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많아져야 하며 지역 주민과 커뮤니티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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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안리 '차 없는 문화거리' 풍경들. 수영구청 제공 |
광안리 해변도로를 일시에 차가 다니지 못하게 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현실적인 추진력을 얻으려면 단계적으로 실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먼저 삼익비치 아파트 앞 방파제 쪽 거리부터 차량 통행을 막고 거기에 문화 공연을 상시로 열며 실험을 시작하자는 제안이다. 광안리 문화지구로의 변신을 광안리 끝에서부터 천천히 진행해 가는 전략이다.
부산 문화계를 비롯해 각계에선 지역 시민들이 함께 즐기는 공공의 문화 공간이 늘어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8년째 성공적으로 여름마다 '차 없는 문화거리'를 운영한 광안리는 새로운 문화지구로의 변신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재미있는 광안리를 기대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효정·박진숙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