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사봉'의 나무 이바구] 23. 등나무
꽃, 피로 해소에 좋고 진정·진통 효과

등나무는 콩과에 딸린 만경식물(蔓莖植物: 덩굴로 된 줄기 식물)이다. 여름에 아름다운 꽃을 보거나 뙤약볕을 피해 그늘을 만들기 위해 심는 덩굴나무이다. 사찰과 집 근처에서 흔히 자란다. 달걀 모양의 타원형인 작은 잎의 가장자리는 밋밋하며 끝이 뾰족하다. 잎의 앞뒤에 털이 있으나 자라면서 없어진다.
열매는 협과(莢果)다. 등나무 꼬투리는 단단해서 까기 힘들다. 말라서 터질 때 소리도 크고 튀는 힘이 세다. 형광등을 깨트릴 정도로 씨가 세게 튄다.
옛날에는 등나무 씨를 실로 감싸 단추로 사용했다. 씨앗의 생김이 바둑알과 비슷해 다듬고 칠을 해서 목걸이로 만들기도 했다. 등나무 줄기가 굵어지면서 꿈틀거리는 모습은 역동적이다. 지팡이 재료로 적합하다.
보랏빛 모습이 탐스러운 등꽃의 향기는 라일락처럼 사방 30m까지 퍼진다. 단맛이 나는 등꽃차는 근육통에 좋다. 등꽃 송이는 따서 말린 다음 습기가 없고 밀폐된 병에 넣어둔다. 꽃송이를 주전자에 넣고 뜨거운 물로 우려내 차로 마신다. 등꽃에는 '위탈린'과 같은 성분이 함유돼 있다. 이들 성분은 인체에 흡수돼 피로 해소와 진정·진통에 좋다. 술과 함께 마시면 감미로운 맛이 나며 효과가 더 빠르다.
범어사에 등나무 군생지가 있다. 천연기념물 제176호로 면적이 5만 5천934㎡에 달한다. 범어사앞 계곡의 큰 바위 틈에서 자란 500여 그루의 등나무가 소나무, 팽나무를 감고 올라가 뒤덮여 있다. 등꽃이 구름처럼 모여 있는 계곡이란 뜻으로 '등운곡(藤雲谷)'이라 한다. 금정산 절경의 하나다.
두 갈래의 의견이 상충하는 것을 흔히 갈등이라고 한다. 등나무와 칡이 서로 얽히는 것을 빗댄 말이다. 칡이나 등나무는 덩굴식물로 지주를 감아서 올라간다. 칡은 왼쪽으로 틀어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간다. 이 두 식물을 한곳에 심으면 왼쪽과 오른쪽으로 엉켜서 올라가 복잡하게 얽힌다. 여기에서 갈등(葛藤)이란 단어가 나왔다. kdjdoc@naver.com
김동조
숲사봉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