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인성평가, 어떤 질문 나왔나] 노홍철의 음주운전·스마트폰 중독 학생 어찌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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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에서 인성면접의 비중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기출 질문들을 통해 각종 상황에 대비한다면 도움이 된다. 사진은 지난해 건국대의 수시전형 개별면접 모습. 연합뉴스

대학들이 신입생 선발 시 인성평가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4학년도 수능 만점자가 서울대 의대에 불합격한 이유가 인·적성면접의 변별력 때문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2015학년 대입 면접에서는 인성을 평가하기 위해 어떤 질문이 나왔을까? 인성은 객관화된 지표나 배점이 어려운 분야지만, 최근 기출 질문들에서 힌트를 짐작해 볼 수는 있다. 부산시교육청이 부산 학생들의 2015학년 대입 수시전형 면접 후기를 모아 제작한 '2015대입 면접후기 자료집'에서 855건의 후기 중 인성 관련 질문들을 소개한다. 자료집은 각 고등학교 진로진학실에서 열람할 수 있다.

■상황제시형

지원자에게 딜레마 상황을 주고 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 상황에 대한 대처 방식을 보고 인성을 평가한다. 서울대가 2013년부터 의대 전형에 도입한 다면 인·적성면접이 대표적이다.

딜레마 상황 대처 방식 알아보는
다면 인·적성 면접 등 '상황제시형'

왕따 학생 해결책 묻는 '과제해결형'
자소서 내용 질문하는 '서류검증형'

창의적이고 스토리 있는 답변 좋아

부산교육청 '면접후기 자료집' 제작
각 고교 진로진학실서도 열람 가능


부산 지역에서는 인제대 의예과가 이와 같은 방식의 다면 인·적성면접을 실시했다. 6개 부스가 있고, 부스 밖에서 2분 동안 문제를 읽고 생각한 뒤 8분 동안 그 문제에 대한 답을 하고, 다음 부스로 이동한다.

2015학년도 수시에서 제시됐던 상황은 다음과 같다. △기차에서 아이가 울고 있다. 엄마에게 중년 남자가 조용히 좀 해 달라고 짜증을 낸다 △실험실에 들어가려다 튀어나온 나사못에 옷이 걸려 찢어졌다 △시험시간에 이번 시험에 통과를 못하면 낙제할 수 있는 친구가 커닝하는 걸 봤다 △의대에 다니면서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이번에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면 유급 위기다 △대학 과제 보고서를 5개 제출해야 A+를 받는데, 4개만 냈는데 A+를 받았다 △여행을 계획했는데 일행 중 한 명이 취소를 했다. 환불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데, 그 비용을 누가 처리해야 하나 등과 같은 상황도 있었다.

영남대 의예과의 수시도 비슷한 상황면접을 진행했다. 자신이 레지던트 1년 차인데, 선배 의사가 실수로 환자를 추가치료하는데, 환자는 이 사실을 모르고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상황을 제시하고, 선배는 이 사실을 덮으려고 할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유니스트 경영계열 학업역량우수자전형에서는 제시문을 먼저 읽게 했다. △그룹과제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은 팀원이 역량과 상관없이 점수를 받아간다고 생각한 팀 리더가 교수에게 개별 점수를 줄 것을 건의하는 메일을 보냈다 △나는 일을 열심히 해서 동기보다 급여를 많이 받는데, 회사가 어려워져서 내 급여를 낮추지 않으면 동기가 해고된다 등 제시문을 읽고 그에 대한 생각이나 선택을 묻는 방식이다.

■과제해결형

부산대 의예과 지역인재전형 Ⅱ은 4개의 방에서 각각 질문을 던졌는데, 이 중 첫 번째 방에서 자살자가 많은 다리에 어떤 자살 방지 문구를 적을지 물었다. 자살자를 줄이기 위한 다른 방법은 없는지, 눈앞에서 사람이 뛰어내리려고 한다면 어떻게 말릴지 등 추가 질문이 이어졌다. 나머지 3개 방에서는 △친구와 케이크를 가장 잘 나눠 먹는 방법 △노홍철의 음주운전에 대한 생각 △자신은 보스형인가 참모형인가 같은 즉석 질문이 나왔다. 첫 번째 방은 잠재적 역량 중 발전가능성(창의성·독창성·상상력과 현실감)을 평가하는 방이다. 나머지 방에서는 잠재적 역량 중 전공적합성(자기성장 노력·모집단위에 대한 관심과 열정), 사회적 역량 중 인성(도덕성·윤리성·긍정적 가치관)과 사회성(공동체 의식·의사소통 능력(배려심·리더십·협동심 등)을 평가한다.

인성면접을 중시하는 교대의 경우 교사가 학교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물었다. 부산교대 초등교육과 면접에서는 반에 △왕따나 소극적인 학생 △컴퓨터게임이나 스마트폰에 중독된 학생이 있다면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 묻는 질문이 있었고, △수업 중 학생이 말을 안 들어서 부모님께 전화했는데 자기 자식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말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학부모와의 관계에 대처하는 방식을 알아보기도 했다.

고려대는 기회균등전형에서 △지원 분야에서 양심의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이 무엇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묻는 공통질문을 두었다. 지원하는 모집단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상황을 스스로 가정해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전공에 대한 관심과 인성을 동시에 평가할 수 있다. 필요할 때 가져가고 다시 돌려주는 '양심우산'의 회수율을 높이는 방안을 묻는 질문도 같은 전형의 공통질문이었다.

■서류검증형

대부분 대학의 면접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토대로 질문을 던진다. 단순히 학업이나 전공 관련 활동을 기술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지원자가 어떤 배려나 갈등조정, 소통 능력을 보여 주었는지를 드러내고, 이에 대한 질문에도 진정성 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인성평가 질문이 나올 수 있는 대표적인 서류 항목이 자기소개서 3번 항목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협력, 갈등 관리 등을 실천한 사례를 들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느낀 점을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다. 동아리나 팀 연구 자체에 대한 질문만큼이나 그 활동을 통해 얻은 인성 관련 질문이 많다.

서울대의 경우 자기소개서에 쓴 기본적인 개념이나 정의에 대해 질문을 받은 학생이 여럿 있었다. △자기소개서에 '자신감'이라는 말을 썼는데, 자신감이란 뭘까? 라든가 △'국제적인 인재'가 되고 싶다고 썼는데 학생이 생각하는 국제적인 인재란? 같은 질문이 예다.

서울대는 또 학교생활기록부의 장래 희망과 지원 학과가 다른 경우, 특정 과목의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졌던 경우 관련 질문이 나오는 빈도가 잦았다. 당황하지 말고 "부모님 뜻대로 외교관을 희망했는데, 외할아버지의 치매를 지켜보고, 어머니가 큰 수술을 받으면서 아픈 사람을 보살피는 간호사가 되고 싶어 부모님을 설득했다"는 식으로 스토리가 있는 답변을 하면 좋다. 최혜규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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